[대권 잠룡]불붙는 ‘이미지 전쟁’…‘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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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잠룡]불붙는 ‘이미지 전쟁’…‘눈에 띄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9.1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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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유승민 모병제, 박원순·이재명 복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모병제 카드로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한 남경필 경기도지사 ⓒ 뉴시스

이미지 전쟁에 불이 붙었다. 친박(親朴)과 친문(親文)이 지도부를 장악함에 따라 당심(黨心) 승부에서 불리해진 비주류가 국민을 향한 직접 호소를 시작했다. 친박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친문의 수장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권 주자들이 저마다 이미지 구축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우선 새누리당에서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의 행보가 눈에 띈다. 남 지사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모병제 토론회’에 참석, “요즘 시대정신은 안보, 공정함, 일자리 문제인데 이 세 가지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것이 모병제”라며 “불공정한 병역비리를 없애고 월 200만 원 급여를 줘 9급 공무원 수준의 대우를 해주는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차기 대선을 1년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병역제도 개선 이슈를 선점,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진 것이다.

그러자 유 의원은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며 “모병제를 하면 부잣집 애들은 군대 안 가고, 가난한 자식들만 군대 갈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또 “2023년 이후에는 저출산 때문에 병역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져서 모병제를 실시하면 우리 군이 도저히 유지할 수 없다”며 “징병제로 가되, 부사관과 군사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대안까지 제시했다. 육군 현역 만기 전역자이자 제19대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유 의원이 ‘전공’을 살려 존재감을 부각시킨 셈이다.

지난 12일 〈시사오늘〉과 만난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남 지사와 유 의원이 겉으로는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윈-윈(win-win)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남 지사는 ‘모병제’라는 이미지를, 유 의원은 ‘국방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모병제 논의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일단 띄워놓고 대선 국면에서 다시 꺼내들기만 해도 다른 후보들은 남 지사와 유 의원이 짜놓은 프레임 속에서 놀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메리트를 살리고 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로 대권 레이스에서 탈락한 듯했던 박 시장은 이른바 ‘청년 수당’으로 지지율을 회복했다. 그는 정부여당과 보건복지부의 거센 반발에도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하며 ‘강한 야당 후보’라는 이미지를 획득했고, 젊은 층의 지지를 흡수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복지의 아이콘’으로 등극함으로써 ‘복지 하면 박원순’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 시장은 특유의 ‘투사’ 이미지를 유지·보수해나가고 있다. 그는 정부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성남시의 복지정책 실행이 어려워지자,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6월 행정자치부의 조정교부금 개선안에 반발, 11일 동안 펼쳤던 단식농성의 연장선상이었다.

이 시장은 또 이 자리에서 노란 리본이 지겹다는 한 행인의 말에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 소리를 하냐”며 “본인의 자식이 그런 일을 당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눈치 안 보고 할 말은 하는 강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재차 강화한 행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군소 후보들이 이미지 강화에 힘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모병제 이야기나 복지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중소 후보들의 인지도 제고 일환”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비해 생산적인 토론이 활발히 벌어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눈앞의 표보다는 국가 장래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논의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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