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D-13, ‘밥상머리’ 민심은?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영란법 시행 D-13, ‘밥상머리’ 민심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9.15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 삭막해질 것 vs. 한 번은 정리하고 넘어갈 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김영란 전 대법관 ⓒ 뉴시스

여전히 논란이다. 한쪽에서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치러야 할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기준도, 논리도 없는 ‘억지법’이라고 반박한다. 시행일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른바 ‘김영란법’을 둘러싼 갑론을박(甲論乙駁)은 계속되고 있다. 〈시사오늘〉은 추석 연휴를 맞아 김영란법에 대한 ‘밥상머리 민심’을 들어봤다.

“김영란법, 사회 삭막하게 만들어”

현재 김영란법에 가해지는 주된 비판은 기준의 모호성,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이다. 그러나 실제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최소한의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기자와 만난 국민들은 하나같이 우리 사회에 ‘정(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걱정했다.

“결국 아무것도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란 이야긴데, 사람 사는 게 어디 그렇습니까. 고마운 일 있으면 사과라도 한 박스 보내고 하는 게 사람 사는 거지. 작은 거 하나라도 이웃끼리 나눠먹고 하는 게 미풍양속(美風良俗)인데, 이제 이웃집에 떡 하나 갖다 주려고 해도 법전 뒤지게 생겼네요.”

“지난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5천 원씩 모아서 선물을 주더라고요. 5천 원씩 모아서 10만 원이 훌쩍 넘은 선물을 사왔더라고. 이런 거 받으면, 보통 선생님들은 마음이 고마워서 애들한테 햄버거라도 하나 사주고 합니다. 그럼 선물 값보다 더 많이 써요. 그래도 우리는 좋아해요. 아이들한테 고맙다고 인사하고, 뭐라도 하나 사 먹이면서 이야기도 하고, 정도 쌓이고 하는 거예요. 의도는 알겠어요. 근데 이런 식으로 법 만들어놓으면 삭막해서 못 살아요.”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일”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될 정도로 ‘썩을 대로 썩은’ 우리 사회의 환부(患部)를 도려내려면 다소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문제가 많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일단 해야지. 우리 회사만 봐도 ‘명절 인사’라는 빌미로 얼마나 선물을 많이 하는지 모릅니다. 이게 진짜 고마워서 하는 인사면 문제가 안 되는데, 한두 사람이 (선물을) 하면 ‘혹시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다들 우르르 몰려가서 선물도 하고 일도 돕고 하게 되는 거죠. 이게 갑질이 아니고 뭡니까. 다 안 주고, 다 안 받게 해야 (선물)하기 싫어도 억지로 하는 피해자가 안 생깁니다.”

“이런 법이 논란이 있다는 거 자체가 웃긴 나라 아니야? 서민들이 어디서 3만 원짜리 밥 얻어먹고 10만 원짜리 선물 주고받고 그러나. 진짜 썩을 대로 썩은 거지. 기자양반 앞에서 이런 말하기 미안한데, 기자들도 다 마찬가지 아니야? 자기들 불리하니까 자꾸 어디가 망한다 어디가 망한다 하는 기사 쓰는 걸로밖에 안 보여 나는. 높은 양반들이 그동안 얼마나 받아 처먹었으면 밥 3만원 밑으로 먹자는데 나라가 망한다 만다 하는 거야. 이런 걸로 망할 나라면 지금 망하는 게 나아. 안 그래?”

“들어나 봤지, 정확히는 몰라요”

하지만 이번 취재 과정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반응은 ‘그게 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찬반을 표시한 시민들조차도 ‘3·5·10’ 기준만 이야기할 뿐, 직무성과 대가성 구분이나 사회상규 등에 관련한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법 시행 이후 적잖은 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들어나 봤지 뭐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걸릴 거 있나.”

“밥은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까지 된다는 거 아니에요? 그거만 알고 있으면 되지 뭐.”

“공무원이나 언론인만 해당된다며? 회사원들은 상관없는 거 아니야?”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