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정당성 강조…세종시 수정안에 진한 여운
떠나야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한국의 대표적인 케인지안으로 불렸던 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총리실을 떠났다.정 총리는 이날 종합정부청사에서 가진 이임식를 통해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이 시대 경제학자의 과제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며 "비단 경제학자뿐 아니라 공직자 여러분도 항상 가슴 속에 색두고 음미할 만한 경구"라며 자신의 경제철학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정부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정부는 나라와 국민에게 똑같이 해악을 끼친다"며 "무엇보다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정책의 기본방향을 바로 세우고 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정부 만능주의를 경계했다.
또 “우리정부의 국정운영 비전인 중도실용 서민 정신을 다양한 측면에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 보다 따듯한 사회,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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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정 총리는 절차적 정당성을 언급하며 "서민 중심의 중도실용 정책을 추구하다 보면 때때로 순수한 시장경제 원리를 보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 때 정책 효과의 조기 구현을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망각하기 쉽다"며 "아무리 좋은 철학을 구현해도 추진방식이 잘못되면 국민적인 호응을 얻기 어렵고 당초 기대했던 정책효과도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민간인 사찰 논란과 관련, "비록 내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민간인 사찰 같은 구시대적인 사건은 그 어떤 목적이나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공직자는 언제나 국가권력의 전횡을 염려하고 만의 하나라도 국민의 존엄성과 기본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총리는 이날 충청 공주 연기군 주민 8만 3000명에게 편지를 보내며 세종시 수정안 추진 과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정 총리는 "세종시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아 송구스런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고향을 사랑하는 뜻이야 다를 리 없지만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원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면서 "첨단기업들이 몰랴드는 경제도시로 바꾸고 충청도도 살리고 대한민국도 살리자는 게 내 진정한 의도였다"고 말하며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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