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회사 미래와 승계를 맞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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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회사 미래와 승계를 맞바꿨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1.29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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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배당확대·지주사 전환 발표…주주·시장 '냉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삼성전자가 2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배당확대와 지주회사 전환 공식화 등을 골자로 한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 주주들과 시장 반응은 냉담한 모양새다.

▲ 삼성전자가 29일 이사회에서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 뉴시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2017년 연간 'Free cash Flow(잉여현금흐름)'의 50% 가량을 주주환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 총 배당 규모는 4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분기부터는 분기별 배당을 실시한다.

또한 삼성전자는 회사성장과 주주가치를 최적하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기업구조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6개월 정도의 검토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속전속결로 마무리하기 위해 엘리엇 등을 포함한 주요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수관계인 지분, 삼성물산 지분 등을 비롯해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약 18%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9%에 이른다.

이 부회장이 향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모색해 지분율을 확대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칠 경우,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들이 반대할 공산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인적분할과 합병에 따른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되레 이 부회장의 개인적 목적으로 인해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가 이날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서 지주회사 전환 공식화에 앞서 배당확대를 먼저 언급한 속사정이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삼성전자 인적분할·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호의적으로 봐 달라는 메시지를 주주들에게 전달한 셈이다.

▲ 29일 삼성전자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 뉴시스

그러나 삼성전자가 제시한 '당근'에 대한 정작 주주들과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눈치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업의 미래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맞바꿨다"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29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장 초반 169만 원까지 치솟았으나 막상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발표되자 167만1000원까지 떨어졌고, 결국 전일 대비 불과 0.18% 상승한 168만 원에 마감됐다. 배당확대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배당확대가)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정도다. 크게 실망할 것도 없고 크게 환호할 만한 수준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지난해 삼성물산-제일기획 합병 과정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엘리엇의 요구 사항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지난달 삼성전자에게 '30조 원 특별 현금배당', '잉여현금흐름 75% 이상 환원'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의 50%만을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이날 밝혔다. 그마저도 공시대로라면 올해와 내년에만 한정돼 있다. 향후 삼성그룹을 향한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혹평 일색인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한 주주는 이날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주주들 반대가 심할 것 같으니까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부인하고 인적분할 로드맵만 제시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부회장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분할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도 같은 자리에서 "배당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 삼성전자의 미래와 이 부회장의 승계를 맞바꾼 것과 다름없다"며 "거시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야지 단순 개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주주들을 농락하다가는 결말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배당확대 배경에 주주환원정책이 아닌 오너가의 현금 확보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배당확대가 확정적인 건 2016년과 2017년, 단 두 해밖에 없다. 승계가 끝나면 배당확대도 없던 일이 될 공산이 크다"며 "이번 배당확대는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상속세와 증여세를 납부하는 데에 사용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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