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에서 부품으로' 방향 튼 대기업…"中企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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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제품에서 부품으로' 방향 튼 대기업…"中企 어쩌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1.25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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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성장동력 장밋빛" vs. 스타트업·중소기업, "먹거리 사라져 타격 클 것…우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부품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중소기업에 타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와 같이 완제품사업에만 집중할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부품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라는 지적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품사업이 향후 각 대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의 먹거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하는 눈치다.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로 교훈 얻은 삼성
美 하만 인수 통해 자동차부품사업 총력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올해 3분기 매출 47조8200억 원, 영업이익 5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5%, 영업이익은 29.7% 감소한 수치다.

전반적으로 선방한 실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등 부품사업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86% 이상을 책임지면서, 갤럭시노트7 단종 영향에 따른 모바일 부문 폭락을 만회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부품사업의 소중함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에는 부품사업을 바탕으로 실적 성장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미국 하만(Harman)사(社)을 약 9조4000억 원에 인수했다. 하만은 글로벌 시장에서 커넥티드카, 카오디오 사업의 선두주자로 통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로 단숨에 글로벌 전장사업 시장 선도 기업 반열에 오르게 됐다.

▲ 삼성전자가 미국 하만사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전장사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하만 홈페이지

눈에 띄는 점은 삼성전자가 완성차 개발에 분명히 선을 긋고, 자동차부품사업에만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손영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14일 하만과 진행한 미국 뉴욕 컨퍼런스콜에서 "완성차 제조가 커넥티비티를 극대화하는 솔루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 역시 "삼성과 하만의 목표는 완성차 개발이 아니다. 스마트자동차 시대에서 1차 솔루션 공급업체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25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완제품과는 달리, 부품사업은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앞으로 자동차부품 모듈화를 통해 미래 자동차산업에서 삼성전자가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한 셈"이라고 내다봤다.

부품사업 가장 먼저 주목한 LG
자동차부품사업 이어 가전부품사업 강화

LG그룹(엘지그룹)은 삼성보다 앞서 부품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기업이다. LG는 10여 년 전부터 전장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규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집중 투자해 왔다. LG화학은 독자개발한 안정성 강화 분리막 특허를 앞세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LG이노텍 역시 차량용 모터, 차량용 LED 조명 부문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를 전장사업의 중심으로 삼았다. LG전자는 2013년 자동차 부품 설계 전문 회사 V-ENS를 인수한 이후 VC사업본부를 꾸리고 그룹 전장사업의 중추 역할을 맡았다. LG전자 VC사업본부 매출 규모는 올해 1분기 5900억 원, 2분기 6400억 원, 3분기 67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LG는 자동차부품사업에 이어 가전부품사업 확장에도 전력을 기울이는 눈치다. LG전자는 지난 여름께부터 생활가전 완제품뿐만 아니라 완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지난 9월 독일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서 "55년 동안 쌓아온 생활가전 핵심 부품 기술을 이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놓겠다"며 "부품·부품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 사장은 일본전산이라는 기업을 예를 들어 "부품만 만드는 회사기 때문에 우리와 전략은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높은 기술력, 속도, 그리고 고(高)수익률을 지향하고 있어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부품사업은 신뢰만 조성되면 오랫동안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LG의 부품사업 강화 최대 목적이 안정적 수익 창출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과 LG 외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KCC그룹 등 대기업들도 부품사업 역량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중소기업 미래 먹거리 사라질 것"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의 부품사업 강화 영향으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 기업과 중소기업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2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자동차 전장부품이나 가전부품은 일반적으로 중소기업들의 영역으로 통한다. 지금 대기업들은 이들의 먹거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미래 자동차 부품의 경우 현재 많은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이 연구와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이 쾌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구미의 한 부품업체 관계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과 손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막대한 자본을 이용해 기술을 사면 그만이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이 부품사업에 뛰어드는 건 한국경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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