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의 굴욕]"명품이 뭐라고"…해외 브랜드 갑질에도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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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의 굴욕]"명품이 뭐라고"…해외 브랜드 갑질에도 눈치만
  • 변상이 기자
  • 승인 2017.01.20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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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 그동안 국내 유통업체들은 올해 서울에서만 면세점 13곳이 유치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명품 유치에 힘을 쏟아왔다. ⓒ 인터넷커뮤니티

면세점업계의 명품 브랜드 유치에 대한 맹목적 집착이 해외 브랜드들의 갑질 횡포로 이어지고 있지만 면세점은 눈치만 보며 굴욕을 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유통업체들은 올해 서울에서만 면세점 13곳이 유치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명품 유치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다보니 해외 브랜드들은 매장 철수는 물론 부담스러운 입점 조건을 내세우는 등 이른바 '갑질 행태'의 논란도 따라 나왔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외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은 지난 1일 자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내 매장을 철수했다. 지난해 말 만료된 입점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완전히 닫게 된 것. 동화면세점은 2015년 기준 32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는 루이뷔통은 서울 내 신규면세점 가운데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곳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루이뷔통은 용산 HDC면세점 내 입점을 확정 지었으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입점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63의 경우 명품 빅3의 입점은 성사하지 못했으나 5대 명품인 구찌의 입점은 완료했다. 반면 업계 최하위인 두타면세점은 구찌·프라다·MCM 조차 유치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루이비통, 디올 등 명품브랜드를 공급하는 부루벨코리아와 브랜드 '입점 지원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루이비통은 샤넬, 에르메스와 함께 3대 명품으로 불리며 면세점 업계에서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명품브랜드 구입을 목적으로 방한할 정도다. 이 세 가지 브랜드가 유치됐느냐에 따라 면세점 사업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몇몇 업체들은 지난해 면세점 유치 과정에서 해외명품 입점이 확정되지도 않았음에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과장홍보로 논란도 빚은 바 있다.

이처럼 업계가 명품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면세점업계의 상황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대기업 외 중소기업까지 너도나도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매출 효과는 커녕 적자만 늘어갔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2015년 12월 오픈 이후 지난해 9월까지 305억원의 누적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HDC신라면세점은 2015년 12월 문을 연 이후 지난해 9월 말까지 영업 손실액은 167억원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372억 원의 영업 손실을, 같은 기간 두타면세점의 영업 적자는 270억 원 수준이었다.

이 외 2015년 12월과 2016년 5월 새로 문을 연 면세점 들은 모두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중인만큼 면세점 업계에게 명품 브랜드 유치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기 브랜드들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해 지나치게 무리한 입점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유명 브랜드가 입점돼야 한다는 이유로 기존의 판매사원을 철수시킨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서울 시내 한 신규면세점에서 수입화장품 에스티로더는 입점 조건에 불만을 표시하며 에스티로더·클리니크·맥·바비브라운 등 11개 계열 브랜드 직원을 매장에서 빼버린 것이다. 샤넬 코스메틱이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해당 면세점에 입점했다는 이유였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면세점들이 많은 고객을 창출하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명품 브랜드의 입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몸값이 높아진 명품 브랜드들의 무리한 요구가 늘어날 수 있다"며 "면세점에 자리잡고 있던 브랜드마저 철수되는 등 판매자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명품유치가 필수적이다"며 "브랜드 파워와 고객 유치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조건이라도 일단 매장은 입점시키고 봐야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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