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인준안, 박근혜 법칙 작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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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인준안, 박근혜 법칙 작용할까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8.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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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김태호 빅딜설 흘려…민주 “썩은 고구마 바꾸자는 것” 강경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다음달 1일로 연기됨에 따라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여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두고 청와대는 강행의사를, 야당은 절대 불가 입장을 보인 가운데 한나라당이 당초 ‘김태호 찬성론’에서 ‘반대론’으로 급선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27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지만 야당이 강력 반대해 무산됐고 이후 한나라당 이군현,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가 회동을 갖고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9월 정기국회 때 처리하기로 입장을 모았다.

이 같은 야당의 결사항전은 장관 1∼2명의 낙마와 총리 인준을 맞바꾸는 이른바 ‘김태호 빅딜설’이 단초로 작용했다.

실제 26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부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빅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민주당이 27일 한나라당의 빅딜설 제안을 거부하며 ‘김태호 부적격’을 공식 천명했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갖고 빅딜설과 관련, “당 자체 조사 결과 무려 61%의 국민들이 김 후보자의 총리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거래를 통해 총리 임명을 할 수 있느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본인이 검찰 내사 기록과 한국은행 환전기록 등을 총리청문특위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정치인들한테) 전화를 해 ‘인준해 달라’고 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김태호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한나라당이 총리직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정말 문제”라면서 “썩은 고구마, 썩은 감자 등을 내놓고서 다른 것과 바꾸자는 게 말이 되는냐”며 김 후보자를 썩은 고구마에 비유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보고서를 채택해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경우 실력저지도 불사할 태세여서 김 후보자의 임명처리가 9월 정기국회 최대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5일 오후 국회 245호 회의실에서 열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후보자 형수 유귀옥씨가 의원질의에 답변하는동안 김태호 후보자가 질의하는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 뉴시스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김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터진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 재산 축소신고, 경남도청 구내식당 위탁업체 직원 가사도우미 채용설 등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김 후보자가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위증 논란, 은행법 위반 등 잇따라 현행법 위반 사례가 터지자 낙마에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리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정권에 너무 큰 부담이 된다”며 김 후보자를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이달 말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무총리 및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준 처리를 한나라당 스스로 연기하는데 동의하자 여권도 동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김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여권 내부의 복잡한 셈법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7·28 재보선에서 정권 2인자인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의 당선으로 친이계가 일사대오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나 친이계 조직이 좌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친이주류는 오는 30일 당 의원연찬회를 갖고 의원들과의 대면접촉을 통해 의원들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져 친이계의 방패막이 얼마나 강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친박계, 과연 어떤 선택 할까

김 후보자 총리 인준의 키는 한나라당 친박계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쥐고 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5당이 김 후보자 총리 인준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국회의원 총 의석수 299명
중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5당의 의석수는 111석에 불과하다.

총리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야5당으로서는 인준안 부결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50여명과 미래희망연대 8명 등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김 후보자의 인준 여부와 이명박 정권의 국정 후반기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지난 22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이후 모처럼 친이-친박 화해 모드가 조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김 후보자의 총리 인준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이다.

친이계 측에서는 양자 회동 이후 박 전 대표의 대중 특사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등 상생모드가 일고 있어 친박계가 세종시 수정안 때처럼 극렬한 반대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27일 오전 BBS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조금 흠이 있다고 총리 후보자가 인준에 실패하면 정부에 얼마나 큰 타격이 있겠느냐”면서 “좀 더 큰 노력을 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총리가 되리라고 본다”며 김 후보자 인준 동의에 힘을 실어줬다.

이어 “야당의 공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확실한 증거에 입각한 추궁보다는 추측성 공격이 많았다”며 “의석수 비율로 볼 때 (김 후보자에 대한)임명 동의안은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친박계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이 대통령과 친이계에 아직도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어 김 후보자 인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박계는 김 내정자와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의 입각으로 촉발됐던 ‘MB發 세대교체론’이 사실상 박 전 대표 고사작전이었다는 입장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어 이탈표가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정국을 전쟁터로 몰고 갔던 미디어관련 법안과 2010년 상반기 국회를 미증유의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갔던 세종시 수정안 역시 박 전 대표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때부터 정치권에서는 친박계의 도움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될 수 없다는 ‘박근혜 법칙’이 실존하기 시작했다.
원칙주의자 박 전 대표와 그 계파를 이루고 있는 50여명의 의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제 공은 박 전 대표에게로 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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