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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표현의 자유
〈기자수첩〉문자 폭탄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2017년 05월 30일 (화)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최근 여의도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낙연 총리후보자 청문회에 참여했던 야당 청문위원들에게 국민들의 ‘문자 폭탄’이 떨어지자, 이것이 표현의 자유 범위에 속하는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문자 폭탄의 피해를 받은 의원들은 “문자 폭탄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서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국회의원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맞서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과연 자유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정돼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은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그 행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해악의 원리’를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밀의 말을 뒤집어 보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 자유는 제한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자유가 있다. 비논리적이고 자기모순적인 생각이라 하더라도, 일단 링 위에 올려놓고 다른 생각과 겨룰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타인의 말할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특정인의 말할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문자 폭탄은 어떨까. 우선 국민은 국회의원에게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 그것은 자연인이 갖는 불가침한 기본권임과 동시에, 권력을 위임한 주권자가 대리인에게 행할 수 있는 권리 중 하나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공개된 문자 폭탄의 내용을 보면, 국회의원의 입을 막기 위한 겁박이 대부분이다. 국회의원은 내 대리인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대리인이기도 하고, 국회의원 이전에 한 사람의 자연인이기도 하다. 내 뜻과 다르다고 해서 국회의원의 발언을 막으려 한다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막는 표현’이다. 밀이 말했던 ‘제한돼야 하는 자유’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다.

‘나의 옳음’과 ‘타인의 옳음’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타인의 옳음이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말할 자유를 주고 ‘생각의 링’ 위에서 경쟁하는 것.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단순한 원리부터 실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우리에게 적폐청산(積弊淸算)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을 되새겨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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