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은 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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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은 명장이다’
  • 김상현 기자
  • 승인 2009.06.01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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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와 첼시, 짧고도 진했던 3개월간의 만남
‘히딩크의 마법’ 첼시팬들 사로잡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 3개월간의 동거를 끝내고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첼시-블랙번의 홈경기가 열린 18일(한국시간).
첼시의 홈구장인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는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끝으로 떠나는 히딩크 감독을 배웅하는 첼시팬들로 가득했다.
 
이달까지만 첼시 감독직을 맡는 히딩크는 4만여 관중 앞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를 즐겼다. 나와 팀에 보내준 성원에 감사한다. 잔류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며 인사말을 전한 뒤, 복받치는 감정을 자체하는 모습도 보여 이날 찾은 팬들을 뭉클하게도 했다.
 

 
이날 관중석에는 ‘고마워요 히딩크’ ‘남아줘’ ‘아브라모비치(구단주)는 그와 계약하라’는 등의 플래카드가 넘쳐났고, 전반전 내내 서포터스는 ‘하나뿐인 히딩크’ ‘당신이 남아주길 바래’라는 등의 응원가를 불러 히딩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마지막 홈경기에서 2-0완승을 거둔 히딩크는 “잠시 팀을 맡았을 뿐인데 이 정도의 애정은 기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첼시팬들은 히딩크에게 기립박수를 보냈고 히딩크는 양 옆으로 늘어선 선수들의 호위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비록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밀려 리그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히딩크가 보여준 열정은 첼시를 감동시키기 충분했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쉽게 4강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히딩크의 마법’을 다시금 볼 수 있었다.
 
‘히딩크 마법’으로 몰락하는 첼시 살려
무엇보다 ‘히딩크 마법’이 발휘됐던 경기는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 FC바로셀로나(스페인)와의 경기였다.
FC바로셀로나는 어느 팀보다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클럽팀이다. 히딩크는 메시(아르헨티나), 앙리(프랑스) 에투(카메룬) 등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공격진을 막기 위해 그만의 수비전략을 펼치며 1차전 원정경기에서 값진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히딩크의 수비전술은 이후 치러질 2차전 홈경기의 이점을 살리고 다득점을 해 승리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FC바로셀로나는 강한 팀이었다. 첼시는 아쉽게도 1-1 무승부를 기록해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양팀은 2무승부로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FC바르셀로나가 결승전에 진출하게 됐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은 무엇보다 히딩크의 카리스마와 뛰어난 용병술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2월 11일 첼시의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히딩크 감독이 급 수혈됐다.

첼시의 로만 아브라보미치 구단주는 올 시즌 첼시가 슬럼프를 겪으며 우승이 어려워지자 히딩크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러시아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히딩크 감독이 결국 첼시를 받아들여 ‘투잡’을 하게 됐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후임으로 첼시에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첼시를 맡는다는 조건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내게 됐다.
 
이같이 시즌 중반 감독을 교체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고 첼시와 히딩크 감독에게도 위험한 결정이었다.
아브라보미치 구단주는 명성 높은 히딩크 감독이 부임함으로서 팀 성적 향상의 의지가 생길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언론은 ‘히딩크의 마법이 과연 이번에도 통할 것인가?’ 라며 불신했다.
 
그러나 첼시 구단주의 이 같은 결정은 적중했다.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 부임한 직후 무패 행진을 달리며, 부진하던 첼시를 리그 2위 리버풀(승점 83점)에 이어 24승8무5패(승점 80점)으로 3위에 올렸고 FA컵 결승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뛰어난 용병술과 통솔력을 가진 ‘히딩크’
우리는 히딩크 감독의 명성과 카리스마는 익히 알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기록한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직을 맡고 있던 히딩크 감독은 이동국 선수를 과감히 내치면서 안정환 선수와 이천수 선수를 잘 다뤘다.

당시 라이언킹 이동국 선수는 국내 최고의 공격수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감독은 이 선수를 A매치에서 한번 실수했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시키며 선수기용에 있어 누구보다 냉철하고 과감했다.
 
또한 개인 플레이만 고집하던 안정환·이천수 선수를 잘 다루는 등 용병술도 뛰어났다. 이후 두 선수는 월드컵 4강 신화에 큰 주역이 됐다.
이 같은 히딩크의 능력은 첼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첼시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은 팀이다. 이는 곧 선수들이 선발 출장이 안 될 경우 불만을 표시될 수 있는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첼시의 주전 공격수 드록바 선수는 올 시즌 초반 동료 공격수인 아넬카가 좋은 모습으로 인해 출전 시간이 잦아지면서 출전 빈도가 줄어들었다.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적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이후 그의 뛰어난 통솔력으로 팀내 불화는 사라졌다.

히딩크 감독의 능력으로 인해 드록바 선수는 제 컨디션을 찾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어느 팀을 맡던지 남다른 선수애정을 보인다.

첼시의 마지막 홈경기가 있기 전 첼시의 두 간판스타 존 테리와 애슐리 콜이 히딩크 감독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애슐리 콜은 히딩크 감독에 대해 “그는 우리 선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선수들과 친밀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또한 “히딩크 감독이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 “우리는 그(히딩크 감독)에게 100% 다 바치고 싶다”며 극찬하기 보단 거의 ‘경배’ 수준이었다.
첼시의 주장 존 테리는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열정을 선수들에게 전파했다. 그리고 매일 훈련장에서 선수들에게 그런 확신을 심어줬다"고 전했다.

테리는 마지막으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히딩크 감독과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그것(첼시 감독 잔류 여부)은 우리 손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이런 친밀감은 선수들의 동기유발에 가장 강력한 요인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전파한 경험과 열정은 고스란히 선수들의 전투력으로 승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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