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손학규 신드롬,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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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칼럼>손학규 신드롬, 허와 실
  • 시사오늘
  • 승인 2010.10.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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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민주당으로선 풀어야할 숙제가 바로 이것
민주당이 손학규 대표 체제로 새 진용을 갖추고, 정국 반전에 나섰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 달 초 개최된 10.3 전대를 통해, 그동안 야인(野人)으로 머물던 손 대표를 새 얼굴로 선출하고 대여 전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새 대표를 선출한 이후, 정국에 미묘한 파장이 전해지면서 그의 행보가 곧 정국의 핵으로 등장한 것. 이러한 현상은 전대 직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적지 않게 확인되는데 특히, 오는 2012년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벌이고 있는 대권 경쟁에는 눈에 띄는 변화마저 드러났다. 

손 대표가 민주당의 당권을 쥔 이후, 그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2위로 뛰어오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처음 내놓던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집계에 따르면, 손 대표는 최근에도 보수와 진보를 통합한 종합 순위에서 29.4%를 얻은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12.7%의 지지율을 얻어 2위를 마크했다. 

이 수치는 종전 손 대표가 칩거를 거듭하던 당시의 한자리수 지지율에, 잠룡 10걸 가운데서도 중하위권을 마크한 때와 비교해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전면 등장이 던진 변화는 이것말고도 더 있다. 손 대표가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인물군 중, 1위를 차지했다는 결과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그는 총 지지율 23.1%를 얻어 14.1%를 획득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크게 앞섰다. 특히 손 대표는 보수, 진보 통합 순위와 진보진영의 대표 순위를 통틀어 기존 야권 후보로 점쳐져온 유시민 전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를 각각 큰 격차로 앞섰다. 

민주당이 군소야당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야권의 맏형으로 여의도에서도 제1야당의 지위를 누리는 만큼, 당권자의 지위가 크게 격상될 여지는 충분하다. 더욱, 정당의 정치일정에서 전당대회라는 소위 ‘이벤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손 대표의 최근 지지율은 오히려 자연스레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정가에 밝은 전문가들도, 일시적 착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은 바도 있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시일이 거듭될수록 그의 지지율이 단순한 착시가 아닐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면서 정치권의 촉각은 말 그대로 곤두서고 있다. 특히 최근 국감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손 대표의 ‘4대강 공세’는 한나라당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여기까지는 이미 예견된 행보다. 

그런데 얼마 전엔 그의 존재를 의식한 거대 여당의 견제론이 고개를 드는가 하면, 기존 지지율을 비롯한 여론의 향배에도 큰 반향이 예측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난 임기 당권자였던 정세균 전 대표 체제에서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코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손 대표의 등극과 함께 여권 일부에서는 그의 존재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일련의 상황을 예고한 경우도 있다. 이중,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허태열 전 최고위원은 손 대표를 일러 ‘얕봐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지만 어디까지나 ‘부자 몸조심’, 혹은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자’는 의도로 풀이 돼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가히 손학규 신드롬이라고 불릴 법도 한 여러 일들이 달가울 리 없다. 

그렇다고 손 대표가 향후 대권 가도에 주요 거점을 확보했다거나, 당내 세력기반을 확고히 했다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한나라당으로선 반갑지만 민주당으로선 풀어야할 숙제가 바로 이것이다. 손 대표가 여론의 반향을 크게 일으켰다고는 해도 대권 경쟁으로 치자면 박 전 대표에 비해 아직은 한참이나 뒤진다. 또, 당권을 쥐었다고는 해도 당내 3강 구도가 여전해 언제든 내분에 휩싸일 여지도 크다. 

손 대표의 등장이 여론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앞엔 아직 풀어야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모두 손 대표의 몫이다. 총선과 대선이 단순히 인기투표나 하는 그런 절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정치권도 알아야 한다. 
                                                                                    <월요시사 편집국장>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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