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락(凋落)의 가을
스크롤 이동 상태바
조락(凋落)의 가을
  • 고정길 편집주간
  • 승인 2010.10.27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입니다. 아직은 그리 많지 않지만 가로수들도 빨갛게 노랗게 물들고 땅으로 조금씩 잎을 덜어 냅니다. 매달린 잎사귀들도 곱고 길거리에 떨어진 잎사귀들 또한 곱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나 저 가랑잎들도 가을이 깊어지면 쓸려 나갈 것입니다. 공원이었습니다. 고교생들이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낙엽을 줍고 있었던 모습이 해묵은 기억으로 아직도 남아 아쉬움이 되고 있습니다.

문화전당이나 공원에는 다른 곳과 달리 사색이 있어야 하고 추억과 꿈의 문화가 있어야 하고 휴식과 안정이 있어야 하고 멋이 있는 장소이어야 합니다. 낙엽이 없으면 다른데서 주워가지고 와서라도 콘크리트뿐인 마당에 뿌려 놓아야 합니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낙엽 밟는 소리를 듣도록 해야 하고 노랗고 빨강 가랑잎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도록 해야 합니다.

부모 따라 나온 애들이 가랑잎 위에 벌렁 누워 하늘을 쳐다보고 깔깔 웃도록 해줘야 합니다. 가랑잎을 치우는 것은 시민들에게서 가을을 빼앗아 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봄과 여름의 기억들을 쓸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이 가을 쌓이는 낙엽 쓸어내지 말고 낙엽을 밟는 소리를 듣도록 해줘야 합니다. 제발 올해는 나무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쓸어내지 말고 밤 털듯 장대로 나뭇잎사귀들을 털어 내지 않는 가을이 됐으면 싶습니다.

가을에 가랑잎 없는 거리보다 더 삭막한 풍경은 없을 것입니다. 어깨에 시름이 한 짐인 이 가을에 가랑잎으로 단장한 거리 하나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낙엽이 밥 먹여 주는 것은 아니라하더라도 지친 심신 달래주기는 충분하리라 믿습니다. 시민들을 위해 낙엽 길을 만들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낙엽으로 해서 고단한 사람도 있습니다. 거리 청소하는 분들입니다. 아침 5시30분까지 배정 된 거리구역으로 출근해 오후 4시에 일이 끝납니다. 하루 종일 도로를 쓸어내는 게 그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는 낭만은 고사하고 더 많은 노동시간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낙엽은 잠시라도 그 있는 곳에 있어야 합니다. 참 좋습니다. 아름답다는 느낌만으로도 행복해질 수가 있습니다. 단 10분이라도 기분이 좋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닙니까. ‘낙엽길’ 많이 만들어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 사람이 됐으면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