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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맛 개운치 않은' S-Oil·롯데케미칼·한화토탈, 10조 투자
<기자수첩> '경제 살리기'를 위한 기업의 진정성이 담보돼야
2017년 09월 14일 (목) 김기범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시그니엘 호텔에서 석유화학업계 간담회의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정부-석화업계 간담회 직후 10조 투자…코드 맞추기?

S-Oil과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 석유화학업계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14일 오전 서울 잠실의 시그니엘 호텔에서 첫 간담회를 가진 후 10조원 투자를 약속한 것에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간 기업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정권의 코드 맞추기 심혈을 기울였었다. 이번 석화업계의 투자 또한 이같은 맥락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마치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용쓰는 것이 아니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백 장관은 간담회에서 업계가 적극적인 국내 투자로 일자리 창출에 힘써 줄 것을 부탁하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첨단소재와 함께 정밀화학, 플라스틱 분야 등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요구했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가 우수한 경영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를 다 같이 발전하는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요청이다.

일례로 롯데케미칼의 경우 최근 화학업계의 구조적 호황으로 올 3분기에는 사상 최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3분기 실적은 매출액 3조 7618억 원, 영업이익 7193억 원으로 추정됐다. 롯데케미칼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 또한 8152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8000억 원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 9960억 원이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백 장관의 이런 주문에 울산과 여수, 대산 등에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화답했다.

석유화학협회 회장을 맡은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은 “투자 확대로 올해 2500여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며 설비투자도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가장 많은 7조7000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중소업체와의 상생도 회원사 개별 노력에 더불어 동반성장위원회를 구성해 경영안전자금지원과 기술교육 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석화업계 간담회 직후 충청남도와 서산시, S-Oil과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은 백 장관이 보는 앞에서 충남 대산지역에 '첨단화학 특화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한다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석유화학 대기업과 정밀화학 중소기업이 향후 이곳에 투자할 돈은 총 10조원으로 예상된다.

허 회장은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의 저원가 설비 증가에 대응하고 첨단소재를 육성하기 위해 설비와 연구투자개발 분야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올해 205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생산공정 자동화 등 장치산업 특성상 투자 확대로 신규 고용 규모는 적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고 공장건설과 가동, 기계·장비업종까지 고려하면 7만명의 일자리 창출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할테니 규제 풀어달라”…정부 상대 딜?

그러나 동시에 업계는 화평·화관법 등 환경 규제를 최소화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는 환경규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업계의 경쟁력이 한꺼번에 저하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제도 도입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중국, 인도 등 주요 수출시장의 수입규제에 대해 정부 간 협의채널을 통해 적극 대응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백 장관은 "업계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며,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통상 현안에 대해서는 양자·다자 채널을 활용해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하겠다"고 답했다.

정부의 정책에 적극 동참할테니 규제를 풀어 앞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즉,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딜을 한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화두는 당연히 ‘경제 살리기’다. 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정권도 ‘창조경제’라는 거창한 테마로 국가경제를 살리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창조경제의 전초기지로 대기업에게 할당되다시피 했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름부터 바뀔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전에도 늘 그래왔듯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함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가 창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대기업과 협력해서 17개 지역에서 문을 열었다. 초기에 대기업 출연금 논란이 있었지만 올해 1월 기준 1700여건의 창업 성과와 2500개 일자리를 만드는 등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신생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되며 내년도 예산이 크게 삭감됐다. 지난해 730억 원이던 예산에 비해 33.9% 줄어든 483억 원이다.

정부-기업 불투명한 연결고리·정권 눈치보기 ‘NO’

새 정부의 산업부 수장으로 취임한지 얼마 안 되는 백운규 장관과 각 재계 인사들 간의 잦은 간담회나 협의는 당연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전 정권들에게서 전가의 보도처럼 늘 이행됐던 국가경제 살리기 프로젝트와는 차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수장과 대기업 경영진 간의 간담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지원과 규제 완화 약속, 그리고 이어지는 기업들의 각종 투자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때로 식상하다.

현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망라한 일자리 창출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다. 동시에 혁신과 상생의 새 모습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 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보듯 정권과 기업 간의 불투명한 연결고리를 끊고, 건전한 정경관계 정착의 시금석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현 정권과 기업과의 스킨십은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발로다.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재계 간의 협력과 분골쇄신은 여야 간의 협치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성장 드라이브와 요구에 앞서 자발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 지난한 정경관계의 역사에서 배웠듯, 그 한 가운데에는 기업의 정권에 대한 눈치보기가 아닌 진정성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단 석유화학업계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으로 있게 될 경제부처와 각 부문별 기업과의 만남에서 잘못된 사례가 부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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