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배만 불리는 PB…하청·납품업체는 '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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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통업체 배만 불리는 PB…하청·납품업체는 '허덕'
  • 변상이 기자
  • 승인 2017.10.24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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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 국내 유통업체가 먹거리부터 전자제품까지 PB상품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집고 있다. ⓒ 인터넷커뮤니티

국내 유통업체가 먹거리부터 전자제품까지 PB상품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며 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가는 몇년간 경쟁력 갖춘 PB상품을 출시해왔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PB 매출을 2008년 3조2000억원에서 2011년 5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편의점 업계도 GS25·세븐일레븐·CU 등 편의점 3사는 PB상품 매출액을 2008년 1600억원에서 2013년 2조6000억원으로 무려 16배나 증가했다. 또 PB상품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4%에서 28%로 끌어올렸다.

특히 업계는 1인가구 시대에 걸맞게 이들을 위한 먹거리·패션·가전제품까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제품들까지도 PB브랜드로 출시중이다.
         
이마트의 경우 대표적인 PB인 노브랜드에선 이제는 가전제품까지 발을 넓혔다. 세컨드 TV의 보편화, 1인 가구의 증가와 32인치 TV로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최근 32인치크기의 HD TV를 19만9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였다. 노브랜드 TV는 이마트가 직접 기획하고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중국 가전기업 KTC사가 생산함으로써 가격 거품을 줄였다.

대표적인 PB브랜드인 피코크가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을 공략했다면 노브랜드는 생수부터 식품, 생활용품까지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브랜드는 이마트 내에서만 판매되던 과거의 PB에서 벗어나 단독매장까지 열었다. 

롯데마트는 1998년 창립 초기부터 PB 상품을 갖췄고, ‘통큰 치킨’을 시작으로 ‘통큰 포기김치’, ‘통큰 초코파이’ 등을 선보였다. 현재 롯데마트는 ‘초이스엘’, ‘초이스엘 프라임’, ‘해빗’, ‘테’, ‘펫가든’ 등 식품뿐 아니라 패션·잡화, 반려동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 1만3000개의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도 마찬가지다. 사실 편의점업계가 PB시장을 주도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의점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상품 구입패턴이 비슷하기 때문에 업계는 먹거리와 도시락 등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PB 통합 브랜드인 ‘헤이루’와 이를 대표하는 캐릭터 ‘헤이루 프렌즈’를 선보였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지난 2월 대표 통합 PB ‘유어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세븐일레븐도 식품업체들과 손을 잡고 ‘PB요구르트맛젤리’, ‘PB동원참치라면’ 등 기존의 스테디셀러를 변형한 아이디어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중이다. 지난해 5월 출시된 ‘PB요구르트맛젤리’는 지난달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이 2000만개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유통업체 가격경쟁력 확보 ‘긍정적’…하청 제조업체 이익은 ‘부진’

이처럼 PB상품은 유통과정을 줄이면서 생긴 중간마진을 유통사가 제품 개발에 쓰면서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NB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그렇다보니 가격경쟁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 이는 곧 매출로 직결된다.

그러나 PB상품의 역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유통업계 내 PB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며 정작 하청 납품업체들의 이익을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유통점포의 PB 상품 매출 비중이 1% 상승하면 각 유통점포당 매출액이 평균 2230만 원 증가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KDI에 따르면 PB상품 시장이 성장해 대형 유통업체의 이익은 증가했지만 하청 제조업체의 이익은 변함이 없거나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 측은 “PB시장의 확대로 인한 성장의 혜택이 원청 유통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하청 제조업체로의 낙수효과는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PB상품 시장의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불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건 불황과 맞물려 가성비가 중요한 부분으로 떠올랐기 떄문이다”라며 “앞으로 PB상품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비교 대상으로 삼았던 NB상품들이 줄어들게 돼 가격이 다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 마트, 홈쇼핑, 주류, 리조트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한번 더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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