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백화점' 지목 공기업의 '성추행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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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백화점' 지목 공기업의 '성추행 백태'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7.10.30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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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의 간부들이 인사권을 빌미로 성범죄를 일으킨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사진은 지난 7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양성평등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한수원 본사 전경) ⓒ 뉴시스

KTL, 여직원 성추행 남직원→교수임용 vs. 여직원, 자살

방만경영과 채용비리 등 온갖 '비리 백화점'처럼 인식되고 있는 공기업들의 문제점이 이제는 성추행 사건으로 옮겨지며 점점 목불인견의 단계로까지 치닫고 있다.

최근 YT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원장 이원복, 이하 KTL)의 전직 유부남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20대 여직원이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KTL의 한 전직 남성 직원은 20대 신입 여직원에게 “나와 결혼 하자”, “평생 보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고,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학업에만 열중한다’는 계약서까지 쓰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가해자는 공기업 자체 감사 전 자진 퇴사 형식으로 징계를 피했고, 최근 지방 모 대학 교수로 임용됐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TL의 성추행 사건은 이것만이 아니다. 한 남자 직원은 부하 여직원에게 유부남과 사귈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고, 넥타이를 대신 매달라거나 잦은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인 젊은 여직원은 2달 만에 퇴사했다.

한수원, 여직원 성희롱한 유부남 경징계에 유럽지사 파견근무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이관섭, 이하 한수원)의 성추행 가해자 비호 및 묵인 사실도 포착됐다.

지난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한수원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직원 성추행 사건 처리결과를 검토한 결과, 한수원은 성추행 직원에 대해 가벼운 처벌 후 여전히 유럽지사 파견근무를 지속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 사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유부남 A씨는 함께 근무하던 계약직 여직원을 성희롱 해 논란이 됐고, 피해자의 신고로 노동청은 A씨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내린 뒤, 해당 직원을 유럽지사로 파견근무를 보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이 의원은 한수원이 내부 인원만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정감사 시 해당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누락시킨 후, 가벼운 징계만 받은 가해자에게 유럽파견 근무를 나가게 한 점을 질책한 바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국정감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원에 대한 국내 복귀 명령도 내리지 않았고, 추가적인 조사와 징계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해 기소하려던 서울지방검찰청은 피의자가 해외출장 상태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어 기소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한수원은 성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지적받고 있다.

한편, 한수원은 공기업 최초로 ‘성희롱 상담신고 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여성대상 범죄를 예방하는 ‘안심가로등’ 설치와 함께 여성근로자 직업개발 촉진을 위한 ‘생애주기별 교육’ 등을 실시해 지난 7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양성평등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까지 수상한 바 있다.

건설관리공사 일부 직원, 여직원 수차례 성추행…안호영 "은폐 급급"

한국건설관리공사(사장 이명훈)의 경우는 성추행에 내부 비리까지 맞물린, 총체적 ‘도덕적 해이’로 불린다.

최근 한국건설관리공사의 일부 직원들이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6명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건설관리공사에 재직 중인 여성 직원은 무기 계약직 4명을 포함해 13명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건설관리공사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노조가 성추행 피해자와 가해자를 대면시켜 압력을 행사했고, 공사는 비위를 저지른 직원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안 의원은 자신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회사 측 뿐만 아니라 노조도 사건을 감추려는 데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피해자가 공사 노조를 찾아가 호소했으나 노조 간부는 중재자를 자처하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사과를 받아주라”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성추행 내부고발자 색출작업 후문…공금횡령으로 비자금 조직적 조성도

또한 이 과정에서 공사 측은 성추행 사건에 대한 내부 고발자 색출작업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건설관리공사의 경우, 일부 직원들이 출장비 등의 공금 횡령으로 장기간 조직적인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비위 사실까지 맞물려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책임감리제도 도입과 함께 부조리 및 부실공사 근절을 위해 설립된 감리 전문 공기업이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LH 등이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종 비리 사실이 적발된 직원들도 지분에 참여한 3개 공기업 출신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3년에는 한국정책금융공사와 강원랜드 등의 간부들이 여직원을 상대로 한 성희롱 사건이 문제가 됐으며, 2015년 국감에서도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하태경 의원은 한국공항공사와 LH 등을 거론하며 국토부 산하 공기업의 성추행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30일 시사오늘과 통화한 한 여성학자는 “일부 공기업의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된 이들은 주로 계약직 여직원이었다”며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공기업이 정작 성추행 등 온갖 비리의 백화점이 되는 현실에서 과연 이들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과 일자리 창출 정책에 진정성을 갖고 있을지 의구심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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