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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대권 문턱에서 무너진 안평대군과 이회창…‘데자뷰’
재승박덕(才勝薄德)은 시대의 선택을 외면했다..
2018년 02월 15일 (목) 10:33:32 윤명철 자유기고가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역사로 보는 정치)

   
▲ 한 창작 소리극에서 안평대군 역을 맡았던 배우 이호재(왼쪽)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뉴시스

조선 시대 왕자의 난은 사실상 3차례 있었다. 역사의 기록에는 후일 태종이 된 이방원이 왕위를 노리고 최대의 정적 정도전 세력을 제거한 제1차 왕자의 난, 그리고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동생 이방원을 제거하고자 이방간이 일으킨 제2차 왕자의 난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양대군도 왕자의 난 승자다. 수양대군이 김종서, 황보인, 자신의 친동생 안평대군을 제거하며 일으킨 계유정란도 제3차 왕자의 난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수양대군은 자신의 친동생인 안평대군과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수양대군은 차기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세력을 모았다. 수양대군은 희대의 책사 칠삭둥이 한명회와 권람, 신숙주, 홍윤성 등 신진 세력을 중심으로 거사의 시기를 철저히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평대군은 책사 이현로를 중심으로 당대의 실력자 김종서와 황보인과 협력하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다. 특히 현 집권세력인 김종서와 황보인이 안평대군을 지지하자 이른바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었다.

안평의 이현로는 수양을 견제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하늘은 수양의 손을 들어줬다. 수양은 자신의 강렬한 권력의지를 참모들과 공유했다. 그는 자신의 조부인 태종 못지않은 권력의 화신이었다. 아울러 수양대군의 책사 한명회는 조선을 대표하는 전략가다.

수양과 한명회, 두 사람의 만남은 시대의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한명회는 칠삭둥이로 무시당하며 수양을 만나기 전까지 변변한 직업도 없던 백수였다. 하지만 한명회는 수양의 잠재력을 읽었고, 철저한 집권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뒷받침할 인재를 모을 줄 알았다.

반면 안평은 서문과 서화에 뛰어나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예술가다. 즉 정치인의 자질은 매우 부족했다. 본인이 워낙 출중하다 보니 이현로 이외에는 목숨을 바쳐 그를 보필할 인재들이 거의 없었다.

김종서와 황보인은 노쇠한 권력가들이었다. 이들의 눈엔 풍류객 안평이 애송이로 보였을 것이다. 또 노련한 정객들은 단종을 보필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누리려는 기득권층으로 볼 수 있다.

계유정란이 터졌다. 김종서와 황보인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안평도 수양 세력에 의해 척살됐다. 권력 투쟁의 패자는 항상 비참했다.

대한민국 보수 역사상 대선 2연패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정치인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다. 이회창 전 대표는 15~16대 대선에서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연속 패배했다.

이 전 대표는 두 차례의 대선에서 대세론에 취해 안일한 대응으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와 주변 참모들이 대선을 앞두고 집권 이후의 논공행상을 논하곤 했다는 증언도 종종 나오고 있다.

이회창은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를 상징하는 정통 KS(경기고-서울대)출신이다.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그는 1997년 당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여당 대표로 지명된 후 계속해서 제1당의 수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져 ‘국민의 언어’가 아닌 ‘엘리트의 언어’를 구사했다. 주변의 인재들도 KS출신이 주류를 이뤘다.

한 마디로 여의도의 언어로 국민을 이해시키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대선 승리를 꿈꿨던 것이다.

안평대군과 이회창은 뛰어난 인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신들의 재승박덕(才勝薄德)이 대권 문턱에서 좌절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외부 기고가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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