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우클릭’ 전략…김문수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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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우클릭’ 전략…김문수 따라잡기?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2.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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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와 대화거부 전면전 선언 파문 확산
오세훈 “포퓰리즘 거부” VS 野 “대권꼼수”
‘남자와 여자’, ‘짧다와 길다’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뭘까. 공통점은 양자 모두 ‘반대관계’라는 점이고 차이점은 남자와 여자는 중간항이 허용되지 않는 ‘모순관계’, 짧다와 길다는 중간항이 허용되는 ‘반의관계’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 현실은 어떨까. 한나라당·자유선진당 등 보수정당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진보정당 간 중간항이 허용될 수 있을까. 물론 중도정당을 표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순관계는 아니다.

그럼 MB정부 출범 이후 여의도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을 가져왔던 한반도 대운하·4대강 사업·미디어법·세종시 등 정책의 경우는 어떨까.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에 충실할 경우 중간항의 허용이 가능하지만 각 정파 스스로 중간항을 허용치 않는다.

이는 한나라당부터 진보신당까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유위임보단 정당기속을 우선시하는, 또 각 정파들은 사이 당의 이익보단 계파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퇴행적 정치문화가 만연화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한나라당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으로, 민주당 등 야당은 ‘반MB연합’만을 이용하며 몸집불리기를 하는데 골몰되고 있다.

그야말로 여당은 ‘속도전’, 야당은 ‘결사항전’이라는 전면전을 내세우고는 현실적인 대안 실패와 계몽주의적 오류에 빠져 국민의 자기지배(self-governance)라는 민주공화국 정치시스템의 전멸을 초래하고 있다. 정치를 권력투쟁의 산물로 보는, 지극히 헤게모니 측면에 기인한 결과다.

민주공화국의 정치시스템을 뒤흔드는, 시의회와 전면적인 대화거부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눈길이 쏠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무상급식 등 복지의제가 새로운 화두가 된 지금, 남들이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외치는 오 시장.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의 중간항을 허용하지 않는 오 시장의 행보는 ‘소신’일까, ‘몽니’일까.
▲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파업 선언한 오세훈 속내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주도한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 통과를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화거부를 선언한 것은 단지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민선 5기 출범 1년도 지나지 않아 지방의회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시가 밀리면 향후 4년간 오세훈식 정책은 모두 어떻게 하느냐.”

지난 1일 서울시의회의가 친환경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2일 서울시정 질의 불참, 3일 시의회와의 전면적인 대화거부 선언, 7일 TV 끝장토론 제안 등 오 시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자 서울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렇다. 적어도 예산 문제는 아니다. 서울시 1년 예산은 약20조원 정도고 친환경무상급식에 소요되는 비용은 불과 700억 원으로 시 전체 예산에 0.3% 수준이다.

서울시 무상급식 예산인 700억 원은 초등학생 전면무상급식에 들어가는 2200억 원의 예산 중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50%(1100억 원)는 시교육청이, 20%(440억 원)는 해당 구청이 부담한다.

게다가 서울시가 이미 배정한 빈곤층 5% 선별급식 예산을 제외하면 무상급식에 추가로 들어가는 시예산은 585억 원에 그친다.

반면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오 시장의 핵심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의 경우 지금까지 5000억 원∼1조원의 돈이 들어갔고 지난해 8월 1일 준공식을 가진 ‘광화문 광장’ 역시 475억여 원이 소요됐다.

실제 서울시 2011년도 예산 20조6107억 원 중 한강 예술성 조성비는 406억 원, 서해뱃길사업 752억 원, 한강생태계 복원사업 86억 원, 행사·축제성 경비와 홍보·간행물 예산은 359억 원이 각각 책정됐다.

친환경무상급식연대 관계자는 9일 이와 관련, “오세훈 시장은 과도한 홍보행정, 흥청망청 전시행정, 끊임없는 토목행정 등으로 세금을 낭비한 결과 그의 임기 중 서울시 부채가 4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었다”며 “오 시장의 직무거부와 왜곡 선전은 허위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욕에 불과하고 서울시장으로서 책임을 거부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복지시민연대 관계자도 “오세훈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대다수 서울시민들이 염원했던 아이들에게 차별 없는 밥을 제공하자는 무상급식을 두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무차별 퍼주기’,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등의 말을 하며 겁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며 “지난 4년간 한강 르네상스에 퍼부은 돈이 무려 1조원인데 아이들 밥상에 투자할 700억 원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강경하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가지회견에서 “복지의 탈을 쓴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은 거부하겠다. 민주당의 정치공세와 시의회의 횡포에 시장의 모든 집행권을 행사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4일 자신의 블로그에 “민주당 시의원들은 다수의 힘으로 내년도 전면실시를 조례에 담았다.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또 7일엔 시민대표기관인 시의회와의 대화 거부를 선언했던 그가 느닷없이 곽노현 교육감에게 공개적인 TV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때부터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 시장의 행보가 차기대권을 염두해둔 사전 포석일 가능성에 방점을 두기 시작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6일 오 시장의 TV 공개토론 제안설이 흘러나오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의 내년도 예산안을 이미 제출한 상황에서(오 시장의 토론 제안은)시민적 합의 사항인 무상급식을 흔들려는 뜻”이라며 “정략적이고 정치적인 논쟁은 거절한다”고 밝혔다.

이는 오 시장의 시의회 대화 거부 선언과 TV 공개토론 제안은 2012년 대권 행보를 염두해둔 포석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도 오 시장 행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이미 오 시장의 차기 대권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도 2년 후를 내다보는 전략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며 “민주당 소속 시의원도 오세훈 서울시장도 강대강(强對强)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 먼저 항복하는 쪽은 사실상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엔 서울시의회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 중 오 시장이 혈세로 대선캠프를 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김용석 민주당(도봉 1)의원은 이날 오전 시의회 본회의에서 “인구가 서울시보다 100만 명이나 많은 경기도지사 보좌조직은 78명인데 서울시장 보좌조직은 217명으로 경기도에 비해 3배나 많다”며 “대변인실과 시민소통기획관실 안에는 뉴미디어 기획팀, 뉴미디어 정보서비스팀, 뉴미디어 커뮤니케이션팀, 뉴미디어 여론분석팀·인터넷 뉴스팀 등이 포함돼 있어 대선캠프를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 등 야당 소속 시의회 의원들은 마땅히 오 시장을 압박할 수단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방자치법상 시의회 시정 질의는 대리출석이 가능해 오 시장의 강세출석이 불가능하고 주민소환제 역시 취임 1년이 지난 자치단체장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시의회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지난 6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시민단체와 야5당 시의회 의원들이 친환경무상급식 지원 조례 공포와 예산확보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 뉴시스

김문수 지지율 묶이자...오세훈 ‘이참에’
 
‘마의 10%를 넘겨야 한다.’ 정치권 안팎에서 대권잠룡으로 분류되기 위한 일종의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가이드라인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 신승을 거뒀던 오 시장은 지난 8·8 개각에서 MB發 세대교체론의 결정판이라 불렸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대권후보로 떠오를 당시에도 예비잠룡으로 분류됐을 뿐 유력한 대권잠룡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오 시장 스스로도 민선 5기 임기를 채우겠다며 수차례 공언해 왔고 이 과정에서 김문수 경기자사가 MB개각·개헌·대북정책 등과 관련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며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로 급부상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에 대한 관심은 미약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10월 둘째 주부터 12월 첫째 주까지 실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에 ±1.4%p)를 보면, 오 시장의 지지율은 7.9%→8.2%→7.7%→8.4%→8.4%→7.7%→8.1%→6.9%를 기록했다. 

반면 경쟁자인 김문수 경지지사의 경우 같은 기간, 7.8%→7.6%→7.9%→8.5%→8.5%→6.7%→8.6%→7.9%를 기록하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손학규 민주당 대표·한명숙 전 총리에 이어 4∼5위권을 형성했지만 8월 셋째 주 10.1%를 돌파했던 추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결국 오 시장의 강경 드라이브는 8·8개각이나 개헌론 등이 불거질 당시 MB와의 대립각을 통해 10%의 지지율을 돌파했던 김 지사가 이후 7∼8%의 박스권을 형성하며 지지율 답보상태에 들어가자 반대로 이를 치고 나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지사의 지지율이 급등할 시점 한나라당 친이 주류가 ‘박근혜 대항마’로 김 지사를 막후에 지원했던 점에 비춰볼 때 친박에 가까운 오 시장 역시 확실한 우클릭을 통해 친이계의 지원을 받으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화두나 MB돌격대장 안상수 대표의 개혁적 중도보수 등에서 보듯이 한나라당 내부조차 좌클릭 바람이 부는 사이 이들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동시에 선거 이슈인 무상급식을 놓고 ‘끌려가는’ 리더십이 아닌 ‘끌고 가는’ 리더십을 보임으로써 김 지사에게 쏠려 있는 권력의 추를 되돌려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처음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처럼 2012년 대권을 향한 그의 행보는 순조로울 수 있을 까.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의회와의 전면적인 거부 선언을 한 오 시장을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떠올리는 국민들이 많다”며 “향후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겠나. 이번 싸움은 이겨야 본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무상급식을 두고 오세훈 시장이 시의회 시정 질의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차기 대권전력과 동시에 민주당 쪽에서 너무 반대만 하니까 분명한 소신을 밝힘으로써 그간 스마트했던 이미지에 강한 리더십을 보태려는 것”이라며 “그 자체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 강성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김문수 지사를 따라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측면도 있다”며 “차기 대권을 앞두고 이미지 정치를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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