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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비대위, 정계 개편 신호탄 될까
한국당 혁신 성공하면 ‘보수 빅텐트’ 명분 생겨…양당제 회귀 가능성 제기
2018년 07월 18일 20:30:24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은 17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신임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자유한국당이 전례 없는 도전에 나선다. 한국당은 17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신임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력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김 위원장은 이념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인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우클릭’을 지속해오던 방향을 180도 튼 셈이다.

이러자 정치권에서는 ‘한국당發’ 정계 개편 시나리오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고공행진과 반대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답보(踏步)에 빠진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중도 지향 개혁’이 양당 통합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 경우 ‘범(凡) 여권’의 개편 또한 불가피하다.

중도 지향…바른미래당과 가까워진 한국당

김 위원장은 17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제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한국정치를 반역사적인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며 “대신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이 우리 정치의 중심을 이뤄서 흐르도록 하는 그런 꿈”이라고 말했다.

16일에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자율, 기회 균등, 공정은 보수적 가치”라면서 “국가에 의한 강제가 아닌 자율, 기회 균등,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하면, 반공(反共) 이데올로기와 같은 구시대적 간판을 뜯어내고 자율, 기회 균등, 공정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보수’를 건설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주장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성균관대 초청 특강에서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반공’만으로는 안 된다”며 “헌법 가치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보수”라고 역설했다.

또 “저는 늘 진정한 보수의 의무는 양극화, 불평등, 불공정 문제를 해결해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라면서 ‘불평등은 기회의 평등에 대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프린스턴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자율, 기회 균등, 공정이라는 김 위원장의 지향점과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

지난 17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 역시 “이념적으로나 그동안 말씀하신 걸로 보나 김병준 교수는 오히려 바른미래당에 더 맞는 분”이라면서 “김성태 원내대표도 바른정당에 갔다가 돌아오신 분 아니냐. 그런 분이 모신 비대위원장이니 이념적으로 그쪽(바른미래당)에 더 가까운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의 고공행진과 반대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답보(踏步)에 빠진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중도 지향 개혁’이 양당 통합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구(舊) 바른정당’ 포함하는 ‘보수 빅텐트설’ 제기

자연히 ‘혁신 후 보수 통합’ 시나리오가 따라붙는다. 김 위원장이 한국당을 중도 보수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고 나면, 지지율이 정의당에도 미치지 못하는 바른미래당은 붕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못지않은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 간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비대위 위원장과 사무총장을 국민의당 출신인 김동철·이태규 의원이 차지하고, 국회 부의장 선거에서마저 국민의당 출신 주승용 의원이 승리하자 바른정당 출신 인사(人士)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최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자는 주장을 들고 나오면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폭발 직전’에 다다랐다는 전언(傳言)이다. 16일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통합 선출’로 가닥을 잡으면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당 출신들이 당권을 독식하려 한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한국당이 혁신에 성공할 시, 구(舊) 바른정당 의원들은 한국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돈다. 지방선거 참패로 ‘영·호남 통합’이라는 정치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판명된 데다, 지지율도 횡보(橫步)하고 있는 만큼 개별 의원들로서는 ‘복당의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바른정당 출신들이) 지금 당장 한국당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도 “국민의당 출신들이 당권을 장악해서 계속 좌클릭을 하고, 한국당이 좀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총선을 앞두고는 바른정당 출신들이 한국당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총선 전 보수-진보 양당제 회귀 가능성

‘범(凡) 여권’ 개편은 ‘보수 빅텐트’의 종속변수에 가깝다. 한국당 깃발 아래 보수가 총집결한다면, 민주당을 구심점으로 한 진보의 통합·연대도 불가피한 까닭이다. 2020년 총선 ‘대승’을 노리는 민주당에게 보수 통합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갈 공산이 크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더하면 46.9%였다. 그 외 지역에서도 한국당 후보와 바른미래당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45%까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에 정권 초반 치러진 선거라는 ‘호재’까지 있었음에도, 보수가 35~45%의 표를 가져갔다는 것은 여전히 보수의 ‘펀더멘털(Fundamental)’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 4년차에 치러질 총선에서 ‘통합된 보수’가 상대로 나올 경우, 민주당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병준 비대위’가 한국당을 혁신하면 보수 통합이 이뤄지고, 보수 통합은 진보 진영의 통합·연대를 추동(推動)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병준 비대위가 이제 막 들어선 상황에서 정계 개편설이 나오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이야기”라면서도 “다만 뒤베르제의 법칙이라고 해서, 원래 소선거구제에서는 거대 양당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 있다. 김병준 비대위가 성공해서 한국당이 살아나면 민주당·한국당 중심으로 정계가 개편된다는 것은 정치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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