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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생각한다
<강상호의 시사보기>그의 죽음을 계기로 이 잔혹한 정치가 끝나기를
2018년 07월 26일 09:30:40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최근 운수사업에 성공한 후배를 만났다. 현재 600여 대의 택시와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2020년 총선에 출마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서로 잘 아는 사이여서 그 후배가 일찍이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지만 쉽게 정치를 권하고 싶지 않았다. 사업과 정치는 목표와 시작이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정치는 전문 영역이고 훈련받은 사람도 크게 불행해 질 수 있는 영역이다.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체화된 사업가의 거래적 사고가 정치 영역에서는 위험할 뿐만 아니라 잘못되면 그 동안 이룬 사업까지도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한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 배지(badge)를 꿈꾼다면 그것은 정치를 잘못 이해한 것이고 한국의 의정사에서 청산되어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직을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과 국회의원 직을 처음부터 공직(public service)으로 생각했던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는 직업 정치인은 존중되어야 한다. 시대정신으로 공감을 일으키고 장인정신으로 현실정치를 해온 대표적인 사람이 노회찬 의원이었다.

노 의원을 처음 만난 것은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들과 특위위원들의 상견례가 있었던 2017년 2월 국회본관 제2회의실에서였다. 회의가 끝나고 노 의원이 자문위원들 좌석으로 다가왔다. 언론을 통해서 그를 알고 있었지만 서로 처음 만나는 자리여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했더니,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깜짝 놀라, ‘제 칼럼을 읽으셨어요’ 했더니 ‘예, 오래 전부터 읽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첫 만남에서 느꼈던 부드러움과 소탈함이 인상적이었다. 그 후 1년여 동안 개헌 활동을 같이 하면서 기간 중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강에 노 의원을 연사로 초청했다. 강연주제는 ‘한국정치의 과제와 대선 전망’이었다.

노 의원의 특강은 원고 없이 1시간 넘게 지속되었다. 사회운동과 정치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 온 궤적이 내재된 강의였다. 말이 쉽고 논리가 명료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유신반대 운동, 대학시절의 위장취업과 용접공 생활, 노동운동과 2년 6개월의 감옥생활 그리고 진보정당의 결성,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노 의원의 정치참여는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여의도에 입성한 후에는 17대·19대·20대 3선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삼성 X파일의 인터넷 공개로 실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함으로써 19대 국회의원은 단 10개월로 끝났다. 그래서 실제 국회의원 직을 수행한 것은 7년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가 남긴 진보정치의 족적은 기념비적으로 남아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진보정치의 훼손을 막기 위해 비극적인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정치권에서 부상되기 시작하면 사고(思考)는 물론 행동에 있어서 경직되는 경향이 있다. 종국에 가서는 정치행태가 권위주의적 경향을 보이다 본인도 모르게 정치권에서 소외된다. 정치행태가 경직되고 비타협적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면 정치권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어린아이의 피부가 부드러운 것은 성장하기 때문이고 노인의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은 생명을 다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 의원은 핵심을 건드리면서도 유연했고 공격적이면서도 타협적이었다. 아직도 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노 의원의 갑작스런 죽음은 예기치 못한 황망한 사건이다. 연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애도한 이유다.

일부 정치 논객들이 노 의원의 자살을 두고 책임의 회피이며 그의 자살이 미화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동료 정치인과 언론의 태도를 위선적이라고 몰아붙인다. 그렇게 꼬집는 논객들에게 말하고 싶다. 마음 아파하는 대중들의 가슴에 더 이상 칼질을 하지 마라. 이상과 현실 속에서 외롭게 떠나간 한 영혼을 함께 위로하지 못할망정 그 영혼을 매질하는 그대들이 너무도 야속하다.

노 의원을 떠나보내며,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그가 남긴 메시지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필자는 정의로운 사회를 주장했던 그가 어려운 사람들과 늘 함께 했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에서 실패하고 낙오해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꿈꾸지 않았나 추론해 본다.

노 의원의 죽음을 계기로 이 잔혹한 정치가 끝나기를 바란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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