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3 화 07:01
> 뉴스 > 오피니언 > 칼럼 | 이병도의 時代架橋
     
[이병도의 時代架橋]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무엇이 잘못됐나 ?
대법원 68년 이후 판례 번복
군 복무 사회적 혼란 가능성
합리적 대체복무제 서둘러야
2018년 11월 10일 10:00:03 이병도 주필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기준이 '무죄'로 바뀌었다.

사실상 1968년부터 유지해온 유죄 판례를 깼다. 파장과 논란이 적지않을 전망이다.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대를 기피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9대4 찬반비율로 정당하다는 판결을 처음으로 내렸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지 않다며 유죄를 선고한 2004년 판례를 14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중대한 문제에 대한 법원 판단이 시대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유행 같기도 하다.

대법원은 2004년 당시 판결에서 지난 68년부터의 유죄 판례를 유지시킨 바 있는데, 이를 이번에 다시 번복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젊은이 대다수가 군에 가는 현실에서 이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 박탈감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커질 수도 있다.

국민의 4대 의무인 국방은 형평성이 그 생명이다. 이번 선고로 한 해 수백 명에 이르는 양심적 병역기피자가 더 늘거나 ‘가짜’가 속출할 개연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체복무 문제와 현역병과의 형평성 문제도 새롭게 떠올랐다. 무엇이 쟁점이고 해결과제가 되어야 할지, 집중 진단이 필요하다.

9대4 판결…사법 판단 새 기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씨 사건은 창원지법 형사항소부로 돌아갔다. 재판부는 “오씨가 병역거부 사유로 내세운 종교적 신념은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고 이는 병역이라는 헌법상 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이 조항은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 논리와 필연적 관계에 있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앞서,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대체복무제와 무관하게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대체복무 도입에 초점을 맞춘 헌재보다 ‘양심의 자유’ 측면에서 외견상 한발 앞선다.

즉, 병역거부 처벌 자체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것으로, “양심에 반하는 국가의 작위의무 부과를 거부한 ‘소극적 양심 실현의 자유’를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의 과도한 제한이자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 판단은 재판부마다 엇갈렸기 때문에, 이번 선고는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파기환송심과 재상고 등에서 무죄 취지가 번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결정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법부 판단에 새 기준을 세운 셈이다.

현재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유사 재판 또한 바뀐 대법원 판결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77건, 전국 법원에서 1·2 재판을 받는 병역거부자 930여 명에 대해 무죄 선고가 예상된다. 검찰도 앞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계획이라고 한다.

기존 판례와 정반대

이번 판결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이 양심실현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본 이전 판례의 정반대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시행하지 않는 현 병역법 제5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하는 대신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하라며 현행 병역법에 대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금까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반적인 병역 기피와 동일시해 기계적으로 유죄를 내려온 관행에 쐐기를 박은 의미를 갖는다. 양심의 자유가 적용되는 범위를 병역에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일견 진일보한 것이다.

재판부는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양심의 진실성을 인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시대적 인식 변화가 읽히기도 한다.

이번 판결로 양심과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이들이 교도소에 가는 일은 더 이상 없을 듯하다.
대법원의 판례 변경에는 시대적 ‘현실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이제 국가가 관용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듯, 최근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급증하는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터다.

국내 인권단체나 국가인권위는 물론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와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을 촉구해 온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4명의 대법관이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는데도 무죄를 선고하면 혼란을 초래한다”며 반대했으나 소수의견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 대법원이 양심·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해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한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시민단체들. ⓒ뉴시스

대체복무제 쟁점화

그렇지만, 문제와 파장은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병역기피자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병역면제, 병역특례 등에 대해서는 모두가 예민하다 보니 지뢰 발굴, 유해 발굴 등 위험한 일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복무 기간, 장소 등에 있어 현역병과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판가름할 기준이 모호한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양심은 인간 심리 내면의 것으로 쉽게 판별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대법원이 정당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기준을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법관 13명 가운데 4명이 여전히 유죄로 판단했을 정도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사안이다. 얼마 전 끝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해서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은 세계적 추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절대다수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파 소속 신도라는 게 문제다. 이 종파 소속 신도이기만 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대체복무제를 허용할 것인지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소수 대법관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현실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무죄를 인정한 다수 견해는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크게 벗어나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표시했다는 소식이다.

판결 후 인터넷 공간에서도 "앞으로 군대 갈 사람이 있겠나" "병역을 이행한 사람은 비양심적이란 말인가"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소지가 크다"는 등의 불만과 우려가 폭주하고 있다. 반면 일부 종교·인권·시민 단체는 판결을 환영하며 합리적 대체 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국민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는 대체복무제를 서둘러 도입하는 등 논란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종교나 양심을 내세운 병역 기피가 늘지 않을까도 걱정된다. 법원과 검찰 등이 긴밀히 협의해 납득할 기준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헌법가치 훼손 우려

하지만 대체복무제 입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오씨처럼 무죄가 확정될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도 하지 않은 채 병역이 면제되는 사태를 초래해 의무의 평등이라는 또 다른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930여 건이 모두 그런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930여 명은 거의 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교의 신자다. 그 때문에 김소영 이기택 대법관 등은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회 입법을 기다려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올 6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에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 입법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 의견은 헌재의 결정과도 보조를 맞추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 필연적 관계에 있지 않다”며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더라도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심의 자유를 확장하겠다는 의도는 좋으나, 병역과 같은 국가적 주요 사안에 대해 제도 전체의 체계적 대응을 도외시한 인상이 짙다.

과도적 혼란 극복책을

양심적 병역거부의 합법화와 맞물려 당장 시행돼야 할 대체 복무제가 이제 겨우 논의 단계라는 점도 문제다.

국방부 등이 관련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개정 병역법은 2020년부터나 시행이 예상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고 대체복무를 안 해도 되는 기간이 1년가량 지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도기적 혼란 방지를 위해 관련 당국은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히, 헌재 결정에 따라 정부는 대체복무제 시행에 앞서 누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해당하는지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게 핵심 선결과제다.

어떤 사람도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빈틈없이 짜야 한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자가 교정시설 또는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간은 육군 병사의 1.5배인 27개월과 2배인 3년으로 할지, 근무 형태는 합숙으로 할지 출퇴근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중한 시간을 나라에 바치는 장병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지만, 현재 국방부가 마련 중인 대체복무제 방안은 국가인권위 권고나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무기간을 현역 육군의 2배인 36개월로 하고 복무 장소는 교정시설로 단일화하며, 심사기구는 국방부 산하에 설치하는 내용이 유력한데, 또 다른 인권 침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기준인 1.5배를 훨씬 초과하는 복무기간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다시 감옥에 보내는 것과 같은 복무장소는 대체복무를 ‘징벌’적 개념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 공감대도 중요하지만 소수자 인권 문제를 여론에 따라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부는 보다 다양하고 면밀한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국방부는 곧 대체복무제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안이 실현되려면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한다. 국회에도 관련 법이 3개나 올라 있다. 정밀하게 대책을 다듬고 국회가 서둘러 입법화해 부작용을 차단토록 해야 할 것이다.

대책 형평성이 관건

이제 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다. 대체복무제 도입이 시급해졌다. 그 시기와 내용이 역시 관건이다.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도 하지 않고 병역이 면제되는 불합리한 사태를 최대한 막으려면 헌재가 입법시한으로 정한 내년 말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국회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안보 상황에 처해 있는지 한 번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평화가 온 듯하지만 실은 정규군만 120만명에 달하고 핵과 생화학 무기로 무장한 북한군이 지척에서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이 사회적 갈등 요소가 되지 않도록 치밀하고 합리적인 대책이 중요하다. 대체복무에 그 방안이 균형있게 담겨야 한다.

무엇보다 현역으로 복무하는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체복무가 징벌적 성격이 돼서도 안 된다. 현역복무와 대체복무의 형평성을 찾는 게 실로 긴요하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관련기사
· [이병도의 時代架橋] MB 징역 15년, 대통령 '범죄역사' 언제까지 ?
· [이병도의 時代架橋] '고용대란', 끝이 안보인다
· [이병도의 時代架橋] 남북관계, 졸속 독선 '비준' 안된다
· [이병도의 時代架橋] 코스피 2000 붕괴와 정책 신뢰도 '구멍'
이병도 주필의 다른기사 보기  
ⓒ 시사ON(http://www.sisao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신문사소개 | 회사위치 | 광고안내 | 제휴안내 | 기사제보 | 구독자불편신고 | (정기)구독신청 | 저작권문의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청소년보호정책
시사오늘 : 121-84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6길 14 (성산동 113-3, 명문빌딩 3층) : 전화 02)335-7114 : 팩스 02)335-7116
발행·편집인 정하균ㅣ정기간행물 서울다07947ㅣ등록일자 2008년 3월 17일
-------------------------------------------------------------------------------------------------
시사ON : 발행·편집인 정하균ㅣ정기간행물 서울아01018ㅣ등록일자 2009년 11월 6일ㅣ청소년보호책임자 정하균
Copyright 2005 펜과오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isa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