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 양치기 소년 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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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칼럼> 양치기 소년 된 정부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4.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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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사태 부른 MB정부, 과학벨트 사업도?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던 신공항 건설 사업 백지화 여파가 식을 줄 모른다. 특히, 영남권 발전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번 계획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 지난 대선을 통해 공표된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그간, 입지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대구와 부산, 경남 등 3개 시도는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는 한편 마치 신공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나, 정부는 각종 자료분석과 실사 검증을 통해 최근 신공항 건설이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결국 '백지화'라는 극단적 수순으로 마무리지었다. 

이같은 발표는 첨예한 갈등까지 빚으며, 경쟁을 벌여온 자치단체들의 허탈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더욱, 이번 계획이 입지 경쟁에 따라 특정 지역에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계획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는 점에서 파장의 크기는 짐작키 어렵다. 

반발의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이명박 대통령도 직접 나서 대국민 설득을 벌이는 등 정부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의 행정 처리 수순에 간과 할 수 없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번 사업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공개적인 약속을 했음에도 결국 정부에 의해 계획이 백지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 이는 정부 정책의 국민적 호응도가 이른바 '신뢰'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잣대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에서 이번 정부의 방침을 두고 설왕설래, 논란이 가열되는 원인도 이것이다. 

정부가 약속하고 정부가 스스로 약속을 깼다는 보기 드문, 전례라는 말이다. 어쩌면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 정부로선 '제 손으로 제 발등 찍은 격'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이면엔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향후 이와 유사한 성격의 여러 정책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자칫 같은 운명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던지는 대목.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과학 비즈니스 벨트'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벤치마킹 해 추진된 이 정책은, 당초 충청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기류에 소위 '난기류'가 형성돼 왔는데, 정부가 부지 선정을 본격화 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부지와 입지를 두고, 암묵적 선정 작업이 이뤄져 온 기존과 달리, 입지 대상도 충청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도 한층 달아올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엔 충청권은 물론이고 대구와 광주 등이 각각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종전까지 입지와 관련해서는 한시름을 놓고 있던 충청권이 반발에 나설 경우다. 이 같은 조짐은 이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고민에 빠진 건 정부도 마찬가지, 심지어 정부는 과학 벨트를 두 곳에 걸쳐 건설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방안은 도시간 특수성과 대규모 예산 소요라는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만약 부지 선정에서 탈락한 자치단체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자치단체간 과열 경쟁을 부추겨 국론을 나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난 신공항 논란만큼의 제2의 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에서 출발한 지방 시설 확충 계획이 부작용만 낳고 후지부지 됐다.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자치단체간 경쟁 의식만 키웠다는 비판도 들끓는다. 

다시는 편가르기와 허탈감만 던져 준 제2, 제3의 '신공항 논란'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월요시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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