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논란] 기재부를 위한 변명
[신재민 논란] 기재부를 위한 변명
  • 김주연 기자
  • 승인 2019.01.10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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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결정과정의 본질이 비상식적일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주연 기자)

▲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가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다 퇴직한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가 빚을 갚으려는 기재부에 외압을 가해 빚을 늘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이 더 높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 이유였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보면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는 논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기재부에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 추가발행을 강압적으로 지시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초과세수분 중 8.7조원 정도를 국채 조기 상환에 쓰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반대했다고 한다. 2017년에는 초과세수도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빚을 만들 이유가 없었지만 국채를 추가 발행해 ‘박근혜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의 부채 비율을 덜 높아보이게 하려고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그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국채 추가 발행을 통해 2017년 국가채무비율을 높인다 해도 이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첫해 국가채무비율이 되는 것”이라며 해명했다.

또 다른 하나는 결론적으로 기재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국채발행을 청와대가 강압적으로 지시했다기보다는 국채발행여부를 두고 청와대가 기재부, 그리고 부서 실무담당자와 토론하는 과정이었고 토론 후 정책이 결정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한 결정은 기재부 내부와 관계기관과의 치열한 논의 끝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도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강압적 지시는 전혀 없었고,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기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만약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더라면, 궁극적으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나, 추가적인 적자국채 발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바이백 취소는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려는 정무적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신 전 사무관은 “바이백 취소는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려는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이 더 높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청와대가 기획재정부의 부채 상환을 막았다는 주장이다.

바이백(Buyback)이란 국채 조기 매입, 즉 시중에 풀려있는 국고채를 만기보다 빨리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또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뜻한다. 따라서 바이백을 실행하면 국가채무비율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고 반대로 바이백을 취소하면 국가채무비율이 늘어나므로, 문재인 정부가 바이백을 취소해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도록 했다는 게 신 전 사무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한다. 바이백은 매입 재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매입재원을 초과 세수 등 정부의 여유 재원으로 하는 바이백으로, 전체 국고채 규모가 줄기 때문에 통상 ‘국고채 순상환’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가채무비율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 기재부는 실제로 2017년 5000억 원, 작년 4조 원 규모의 순상환을 한 바 있다.

두 번째 바이백은 매입재원을 국고채를 신규 발행해 조달하는 경우다. 빚을 내 빚을 갚는 구조다. 이 경우 국고채 잔액에 변동이 없고, 국가채무비율에도 영향이 없다. 통상적인 바이백은 국고채 만기 평탄화를 위해 두 번째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기재부는 2017년 11월 15일의 바이백 역시 국가채무비율에 영향이 없는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사실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책결정과정이 비상식적 의사결정에 기반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공무원으로서 부끄럽다고 느꼈던 건 바이백이 하루 만에 취소됐던 거였다. 하루 만에 취소되는 비상식적인 의사결정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바이백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두고서 기존 계획대로 정책을 집행하지 않고 갑자기 변경한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신 전 사무관이 말한 ‘비상식적인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해명했다. 김 전 부총리는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다”라며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 형성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정국 실무자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정무직 공무원인 장관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취지다.

기재부 역시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재민 전 사무관을 향해 “실무담당자로서 정책결정 과정에서 극히 일부만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주요정책의 전체 의사결정 과정을 아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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