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김진태 돌풍’이 심상찮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진태 의원이 선거 구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여전히 ‘황교안 대세론’은 유지되고 있지만, 김 의원이 ‘1약(弱)’이라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분위기다.
그러나 ‘김진태 돌풍’을 바라보는 한국당 내부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전대 흥행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김 의원의 선전(善戰)이 장기적으로 당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진태, 당의 중요한 자산 됐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수행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당 지지자 가운데 60.7%가 차기 당대표 후보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 전 총리가 당권 도전을 선언할 당시부터 제기됐던 ‘황교안 대세론’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2위부터는 당초 예측이 완전히 어긋났다. 앞선 조사에서 김 의원은 17.3%를 얻어 15.4%를 획득한 오 전 시장보다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3.7%포인트)에 들어가 순위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오 전 시장과 비등할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김 의원의 약진(躍進)은 이른바 ‘태극기부대’의 결집 덕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권에 대비,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황 전 총리나 ‘박근혜 극복론’을 들고 나온 오 전 시장과 달리, 극우(極右)적 목소리를 고스란히 대변한 김 의원에게 태극기부대가 지지를 보내면서 10% 중반대의 지지율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25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이번 전대를 계기로 김 의원은 15~20%의 강고한 지지층을 갖게 됐다. 15~20%면 대권은 몰라도 당권은 충분히 거머쥘 수 있을 정도의 지지층”이라면서 “앞으로 김 의원은 전대 때마다 당대표 후보로 거론될 것이다. 당의 중요한 자산 중 한 명이 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극우적 이미지…장기적으로는 당에 손해”
다만 개인의 이득과는 별개로, 한국당 입장에서는 김 의원을 중심으로 한 ‘극우 결집’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극우 대변자’ 이미지가 강한 김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서 오 전 시장을 제치고 2위에 오를 경우, 한국당에는 ‘극우 정당’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5·18 망언’ 당사자 중 한 명이었던 김 의원은 한국당 전대 토론회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을 주장하며 “사면보다 석방이 먼저”라거나 “문재인 정권을 퇴진시키든지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국정농단 세력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당 간판을 내리고 해체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국정농단 사건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처럼 극우 보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김 의원이 ‘중도보수 대표’격인 오 전 시장을 넘어선다면, 2020년 총선에서 ‘한국당=극우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안고 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오 전 시장 역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이 다가올수록 ‘오세훈을 선택했다면 더 도움이 됐을 텐데’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자신의 경쟁력을 어필하기도 했다.
앞선 한국당 관계자 또한 “조금씩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이 조금씩 우리 당 쪽으로 흘러들어오다가 5·18 관련 발언으로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겠느냐”고 반문하며 “결국 우리 당이 살아나려면 총선에서 이겨야 하는데, 당 이미지가 여론과는 동떨어진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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