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통합과 독자노선…‘딜레마’
유시민, 통합과 독자노선…‘딜레마’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5.17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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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김진표 당선 직후 활동 개시…참여당 통합 압력 차단 행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신형 기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조심스러운 행보에 들어갔다.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직후 야권 안팎에서 불거진 ‘유시민 책임론’으로 인해 정치적 유배생활에 들어갔던 유 대표는 지난 16일 중앙당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당 진로와 관련해 입을 열더니 17일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의 영결식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가 끝날 때까지 침묵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유 대표가 소폭 행보를 가시화한 시점이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직후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재선의 김진표 의원을 제4기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김 원내대표는 유 대표에게 통합을 압박한, 대표적인 통합론자다. 때문에 유 대표가 민주당의 통합 압력에 방패 막을 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여야 정치권은 이명박 정부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사분오열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교통정리가 끝날 경우 범야권은 즉각 통합 및 야권연대 논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18대 국회의 마지막 원내대표라는 점에서, 때문에 2012년 총대선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야권연대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김 원내대표는 ‘수도권 원내대표를 통한 전국정당론’을 주장하며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참여당 역시 2012년 총선에서 경남 뿐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김 원내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전국정당론의 달성 수단으로 야권통합을 들고 나올 경우 참여당은 사실상 야권연대 판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유 대표가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당 진로방향과 진보 외연 확장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회의에서 “참여당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여러 말들이 들리는데, 우리 당은 헌법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그리고 국민 각자에게 조건 없이 부여한 참정권을 행사해서 만든 정당”이라며 “당의 운명, 진로, 목표는 참여당의 당원들이 스스로 결정한다. 당 대표부터 주권당원, 참여당원 모두 다 자부심, 자기 존엄에 대한 확신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당원들에게 외부 비판에 흔들리지 말 것을 주문한 셈이다.

▲ 17일 오전 11시 30분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엄수된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의 영결식. 왼쪽부터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 <사진=국민참여당 제공>

이에 따라 유 대표는 범야권의 정치적 재편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야권통합, 비민주 연대 등 야권연대 방식의 각론을 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유 대표는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총론만 유지한 채 향후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참여당은 17일 오후 5시 현재 4만 9036명의 진성당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4만 명 안팎의 민주노동당과 1만 5000명 안팎의 진보신당 진성당원수 보다 더 많다. 4만여 명의 당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유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유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유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회의에서 야권연대와 관련, “다수 국민의 소망인 정권교체, 의회권력교체를 실현하는 것을 당면한 목표”라면서도 “4월 재보선이 끝난 직후 당 진로를 논의하는 것은 (참여당의)노선이 잘못됐기 때문은 아니다. 매우 옳은 노선이고 실효성이 있는 당의 노선”이라며 참여당의 정체성을 긍정했다. 

다만 유 대표는 현실론적 고민과 관련해 “한 가지 장애물 또는 난관을 넘어서야 하는데,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는 4% 차이로 졌고 4월 재보선은 2% 차이로 졌다”면서 “내년 총대선에서 민주당과의 협력적 연대가 아닌 경쟁적 단일화 혹은 대립적 연대를 할 경우 참여당 후보가 한나라당에 이길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은 즉각 유 대표의 이 같은 말이 독자노선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 다음 발언을 보면 민주당과의 야권통합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은 아니다. “경쟁적 단일화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이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기존의 노선을 대체할만한 다른 길은 사지선다형으로 학력고사 시험 보듯이 내 취향에 맞는 선택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결국 대표적인 비민주 연대론자인 유 대표는 당분간 민주당의 통합 압력 차단에 주력한 채 비민주 연대, 야권통합 등의 야권연대 방식과 민주당 중심의 도그마식 단일화 방안을 깰 수 있는 해법 찾기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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