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김태희들'이 권력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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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김태희들'이 권력 쥔다.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09.11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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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명사 김태희
고유명사인 사람의 이름이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예를 가끔 본다. 김태희도 그 중 하나다. 물론 국어사전에 등록된 것은 아니다.
 
김태희는 명사적으로 ‘21세기 초 한국 사회에서 무조건적으로 사랑받는 존재. 빼어난 외모뿐 아니라 좋은 학벌 혹은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타고나게 튀는 외모와 달리 행동이나 말투는 도통 튀지 않아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업무의 결과와 상관없이 두루두루 호감도가 높다’로 정의된다.
 


명사 김태희의 핵심적 의미는 빼어난 외모가 학벌과 배경 특히 학벌에 의해 뒷받침될 때 대중의 환상을 자아낸다는 데 있다. 배우와 CF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희를 이야기할 때 그녀가 서울대를 나왔다는 사실은 빠지지 않는다.
 
김태희가 날씬한 몸매에 작은 얼굴로 최신 미녀 개념을 가장 충실히 충족시키는 것도 사실이지만 연예계를 찾아보면 김태희 만한 미모의 소유자는 어렵지 않게 여럿을 찾을 수 있다. 김태희가 다른 연예인들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최고 명문대를 나왔다는 학벌 말고는 다른 것이 있을까.

30년간 최고의 연극배우로 대접받던 윤석화는 지난해 자신이 이화여대를 나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고백한 후 사실상 배우로서의 삶을 접은 상태다. 윤석화의 연기력은 자타가 공인하듯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학력위조를 고백한 후 배우로서의 생명력이 끝난 것은 그녀가 연기력만으로 최고 배우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 학벌에 대한 ‘환상’에 의지한 부분이 컸다고 봐야 할 듯하다.
 
김태희가 대중들로부터 받고 있는 무조건적 관심에 비하면 그동안 그녀가 출연한 작품들의 흥행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구미호 외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와 영화 ‘중천’, ‘싸움’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고 연기력도 신통치 않다고들 했다.

그럼에도 김태희는 CF여왕으로 1년에 20편 가까운 광고를 찍고 있다. 전자, 자동차, 금융, 건설, 화장품과 식음료까지 그녀를 원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모델료는 한 편당 수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김태희를 모델로 기용한 한 기획자는 “개성이 강한 스타의 경우 대중의 호불호가 분명해 위험성이 있지만 김태희는 여러 계층에 무리 없이 어필한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은 그 이미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미모를 갖춘 연예인이 학벌로 부와 대중의 사랑을 얻듯 정치권에서는 학벌을 갖춘 정치인이 미모의 힘을 빌어 권력을 얻어 가고 있다. 미모와 학벌의 결합은 사회 어느 분야에서도 통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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