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많이 힘들고 지쳐 있어요”
스크롤 이동 상태바
“지금 많이 힘들고 지쳐 있어요”
  • 최진철 기자
  • 승인 2009.09.28 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주파문 정수근, ‘자진은퇴’ 선언
 

음주파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정수근(32)이 ‘자진은퇴’라는 극단의 조치를 선택했다. 최근 정수근의 ‘음주 난동’ 사건은 잘못된 보도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수근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5일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퇴출통보를 받고 KBO로부터 무기한 실격처분을 받았던 정수근이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정수근은 기자회견도 없이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회에 직접 작성한 장문의 편지를 보내 “정말 힘들고 괴로운 결정을 하려고 한다. 지금 많이 힘들고 지쳐 있다" 며 은퇴의사를 밝혔다.
 
또한 정수근은 "지난 사건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원망하고 억울해 하기보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면서 "모든 게 내가 쌓아온 이미지 탓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 않다"고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도와주신 모든 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신뢰를 얼마나 잃었는지 알았기에 다시 찾아도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이제는 인생 전부인 야구를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23년간 야구는 인생 전부였다.
 
그 동안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수근은 끝으로 "팬들이 보내준 사랑을 절대 잊지 않고 살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정수근’ 그는 누구인가?

정수근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야구에 진출해 1995년 현재 두산 베어스인 OB 베어스에 입단했다. 스타급 신인은 아니었지만 정수근 빠른 발과 뛰어난 야구 센스를 앞세워 당시 한화의 김인식 감독의 눈에 띄었다. 데뷔 첫해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214와 도루 25개를 기록하며 김 감독에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자신감을 얻은 정수근의 타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상승했고 1999년에는 .325를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자'가 됐다. 특히 빠른 발은 정수근의 가장 큰 무기였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고 수비에서는 중견수를 맡아 외야를  누비며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다.
 
국가대표에 선발돼 이승엽, 구대성, 박경완 등과 함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했고 2001년에는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도 누려보는 등 이때가 정수근에게 가장 화려한 전성기였다.
 
정수근은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활달하고 재미있는 행동으로 그라운드의 활력소 역할을 하면서 야구팬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신뢰를 잃어버린 ‘정수근’
2004년 정수근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9년간 몸담았던 두산을 떠나 롯데로부터 6년간 40억6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억대 연봉선수 대열에 등록하며 팀을 옮겼다.
 
하지만 수십억 원의 몸값이 무색하게 정수근은 롯데로 자리를 옮긴 뒤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에서의 첫해 타율 .257와 도루 25개에 그치고 말았다.
 
더 큰 사건은 그라운드 밖에서 일어났다. 정수근은 2004년 부산 해운대에서 시민과 다툼이 일어나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다 벌금과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비록 한 달 만에 징계에서 풀려나면서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4년 뒤 2008년에 또다시 폭행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당시 정수근 술에 취해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으면서 팬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줬다.
 
이어 정수근 1년이 지나 징계에서 풀려나 올해 8월 롯데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하며 새로운 출발을 했지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31일, 또 다시 음주 파문에 휘말리고 말았다.
 
비록 정수근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렸다고 경찰에 신고한 술집 종업원이 허위 신고였다고 진술했지만 '과거'가 있는 정수근은 곧바로 롯데에서 방출 당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역시 정확한 진상 조사는 법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무기한 실격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정수근은 오갈 때 없는 선수로 전락한 상황에서 자진 은퇴라는 극단의 결과를 낳았다. 비록 허위신고로 밝혀져 사건은 일단락될 듯 보였지만, 이미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기란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수들은 팬들에게 경기장 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이것이 프로인 것이다. 팬들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정수근을 안타깝게 여기며, 그의 화려했던 플레이를 볼 수 없는 생각에 아쉬워한다.
 
프로선수들은 실력뿐만 아니라 본인의 '이미지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또 한 번 여실히 증명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