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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직전, 르포 취재를 위해 찾은 광주 민심은 혼란스러웠다.당시 화두였던 '반(反)문정서'에 대해 묻자 시민들의 대답이 엇갈렸다. 조작된 것이라는 의견과 호남 홀대는 사실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더민주 지역 캠프들도 상이한 반응을 내놨다. 문재인의 방문이 총선의 최대 반전카드가 될 수 있다는 반응과, 선거 망칠까봐 부담스럽다는 관계자로 나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재인 전 대표가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호남 방문을 강행했다. 예상 밖의 환대가 이어졌다. 선거판을 뒤집기에 늦었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호였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더민주가 전통 텃밭인 광주지역에서 의석을 하나도 챙기지 못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반문정서는 실재했던 셈이다.그러나 호남지역의 정치적 역사를 들여다보면 문재인에 대한 지역심리는 '반감'으로 단언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신'과 '호남정서' 틈 사이에 '서운함'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호남지역은 군사독재 시절부터 차별과 소외에 시달렸다. 특히, 전두환 정권의 5·18 학살은 '지역적 트라우마'로 남았다. 특정 연령, 특정 학교에 제한되지 않고 일반시민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행해졌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 오지혜 기자 | 2016-04-18 17:1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18일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했다. 이와 관련, 정계에서는 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더불어 야권의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 손 내밀지 않은 배경을 두고 말이 무성하다. 20대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문-안-박 연대’보다 ‘문-안-박-손 연대’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문 대표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원외인사까지 ‘꽃놀이패’로 쓰려한다는 비난 여론과 과거 친노(친노무현)계-손 전 고문 사이의 불화를 의식해 연대 제안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비주류는 현재 ‘문-안-박 연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대 이유는 당원들이 선출한 현 지도부의 권한을 문 대표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것, 지방자치단체장인 박 시장이 총선에 뛰어들면 정부여당에서 선거법 위반을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하지만 진짜 이유는, ‘문-안-박 연대’로 문 대표가 리더십을 되찾으면서 차기 총선을 앞두고 비주류에게 불리한 당내 구도가 형성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또한, 비주류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자신의 대권플랜 달성을 위해 안 전 대표과 박 시장을 ‘꽃놀이패’처럼 다루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이 마당에 손 전 고문에게 연대를 제안한다는 것은 문 대표 입장에서 명분도 없고, 실리도 얻지 못하는 ‘정치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원외인사까지 대권가도에 이용하려든다는 여론의 거센 비난과 직면할 공산이 크다.더욱이 문 대표가 어렵사리 연대를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손 전 고문이 응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손 전 고문은 강력한 대권 잠룡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손 전 고문의 한 최측근은 "손학규는 대권만 보고 간다"고 말했다. 연대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경쟁자인 문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선택이다. 문 대표가 내민 손을 거절할 공선이 크다. 이렇게 되면 문 대표의 리더십은 또 한 번 큰 타격을 입는다.

정치 | 오지혜 기자 | 2015-11-20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