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과 한국교회> 혁명군이 죄인을 '인간개조'한다는 것은 '인간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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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과 한국교회> 혁명군이 죄인을 '인간개조'한다는 것은 '인간개악'
  • 심의석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8.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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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속에서 자속으로-2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심의석 자유기고가)

겉에 나타나 보이는 죄의 열매를 따버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죄의 뿌리가 어디에 박혀있나? 다시 함석헌의 말을 들어보자.

“혁명가는 높이 칭찬할 만하지만 대개의 혁명가에 나쁜 것이 있다. …그것은 혁명이 잘못된 제도를 들부수며, 나쁜 놈을 잡아내어 죽이고 처벌하기에만 급급하고, 죄의 뿌리를 찾지 않는 일이다. 죄가 어디 있나?

나쁜 놈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그것은 누구 집 지하실이나 굴속에 숨었지 다른 데 있을 곳이 없다. 그러나 죄는 그보다 더 깊이 숨는다. 어디인가? 나쁜 놈을 열심히 찾아 공정한 처벌을 하여 천하 사람의 가슴을 시원케 해주자는, 이 의분에 불이 붙고 있는 나(혁명군)의 가슴 속에 숨는다. 그러므로 찾기 어렵다. … 에덴동산은 6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 있던 것 아니다. … 내가 정의의 칼을 들고 사회 숙청을 하려, 민족개조를 하려, 눈이 벌게 돌아가는 동안 아담은 내 가슴 밑바닥에서 하와와 둘이 선악과를 따먹고 누웠던 것이다.”

함석헌은 혁명군이 죄인을 잡아 목을 자르면 자르는 그 순간 그의 목은 떨어지고 그 속에 있던 죄의 영은 번개같이 혁명군의 가슴속으로 들어가 숨는다고 말한다. 이때 죄가 혁명군의 가슴속에 숨었다는 사실을 무엇으로 아나? 그는 프랑스혁명의 거두 로베스피에르와 당통의 경우를 예로 든다.

“악을 죽여 없애려던 열심에서 하면 단두대를 만든 로베스피에르에서 더할 사람이 누구며, 용단에서 한다면 당통에서 더할 사람이 누구리요마는 그들의 한 일은 오늘 그 판결이 환히 나 있지 않나?”라고 한다.

당통, 마라와 더불어 혁명의 3거두로 불린 로베스피에르는 공포정치의 대명사였다. 그는 “왕은 무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무죄라고 선언하는 순간 혁명이 유죄가 된다. 이제 와서 혁명을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가? 왕을 죽여야 한다. 혁명이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며 루이 16세를 처형하였다.

그는 혁명정부의 통치기관인 공안위원회를 장악한 후 불과 1년 사이에 17,000명을 죽였으며, 지방 반란 진압과정에서도 30,000명 이상을 죽였다. 이처럼 악을 죽여 없애는 데 열심이었던 그도 얼마 못가서 죄인으로 몰리어 테르미도르를 중심으로 한 부르주아 공화파의 공격을 받고 처형되었다.

당통도 프랑스 제1공화국을 세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공안위원회의 초대위원장이 되었으나 공포정치의 완화를 요구하다가 로베스피에르에 의해 죄인으로 몰려 처형되었다. 도덕적으로 낭비벽이 심하고 독직소문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악을 죽여 없애는 데 용맹을 부렸지만 정작 자신의 악은 없애지 못했다.
혁명군이 죄인을 잡아 목을 자르면 그 속에 있던 죄의 영은 번개같이 혁명군의 가슴속으로 들어가 숨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프랑스혁명보다는 우리가 더 잘 아는 5·16혁명 이후를 예로 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박 장군은 혁명공약에서 사회질서를 바로잡아놓고 군으로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3선을 하고도 물러날 의사가 없었다.

이제는 내놓고 자칭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하면서 유신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러다가 결국은 부하의 저격을 받고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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