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이야기> 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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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의 의학이야기> 뱀2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9.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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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항간에는 뱀 교상에 대한 여러 가지 응급처치 요령이 떠돈다. 일단 뱀에 물렸을 경우 적절한 응급처치가 시행된다면 향후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잘못된 지식에 의한 응급처치는 오히려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어설픈 행동으로 시간을 지체함으로써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응급처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다면 근거 없는 처치를 하느라고 시간을 지체하기보다는 즉각적으로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옮기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뱀에 물린 사람은 절대로 허둥대거나 흥분하면 안 된다. 이러한 경우 혈액 순환이 빨라져서 독이 퍼지는 속도 또한 빨라지기 때문이다. 동반자는 환자를 안심시키고 그늘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뱀에게 물린 부위는 심장보다 아래에 위치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환자의 몸을 압박하는 사지의 장신구 등은 제거하는 것이 좋다. 향후 몸의 부종이 진행됨에 따라 시계, 반지, 목걸이 등이 몸을 더욱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뱀 교상에 대한 응급처치 방법 중 과거로부터 전수돼 온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 물린 부위를 칼로 절개하는 행동. 둘째, 물린 부위를 심하게 압박하는 행동. 셋째, 물린 부위를 입으로 빨아내는 행동. 넷째, 얼음찜질을 하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사항은 일부 외국의 경우처럼 사람을 바로 즉사시킬 수 있는 맹독성 독사가 많은 경우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와 같이 맹독성 독사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득 보다는 실이 많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칼로 교상 부위를 절개하는 행동은 의학적으로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절개를 함으로써 상처가 커져서 독의 침투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소독되지 않은 도구로 인한 2차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될 수 있다. 필자의 진료 경험상 독사에 물린 후 물린 부위의 조직 괴사가 진행돼 결국 피부 이식수술을 시행하는 등 경과가 좋지 않은 사례가 간혹 있었으며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는 독사에 물린 직후 고무줄이나 끈 등으로 그 부위를 심하게 압박한 경우였다.

이와 같이 교상부위를 심하게 압박할 경우 독이 그 부위에 지속적으로 머물게 돼 그 부위의 피부가 심하게 손상된다. 따라서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압박하는 것은 절대로 피하도록 하며 일반적으로는 교상부위보다 약 10cm 위쪽을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게 묶는 것이 권장된다.

얼음 등 차가운 것으로 교상 부위를 처치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차가운 얼음 등으로 교상부위를 찜질하게 되면 그 부위의 혈류가 차단돼 독소가 그 부위에 계속 머무르게 되며 조직 괴사 등이 심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으로 독을 빨아내는 것은 교상 환자에 대한 가장 헌신적이고도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행동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실제 그 효과는 미미하며 입을 통해 세균 감염이 발생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입안의 상처를 통해 독소가 전파돼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뱀에 물렸을 경우 대부분은 그 뱀이 독사인지 비독사인지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설령 그 뱀이 비독사인 경우라도 파상풍균이나 일반 세균에 대한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독사, 비독사 여부에 관계없이 뱀에 물린 경우는 인근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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