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못내는 1기 재건축”…‘통합 개발’ 엇박자, ‘인프라 정비’도 한계[신도시를 가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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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못내는 1기 재건축”…‘통합 개발’ 엇박자, ‘인프라 정비’도 한계[신도시를 가다①]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3.11.20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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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 추진…기대감은 안높아
통합 재건축엔 긍정적…대규모 이주대책이 걸림돌
도시인프라 30년전 기준…상향 용적률 수용여부 관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1기 신도시를 겨냥한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특별법)’ 연내 처리를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가운데 지지부진하던 재건축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주택 노후화에 따른 불편함을 제기하며 재건축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특별법이 제정된다 해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이 남아있다. 이에 <시사오늘>은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 주요 지역을 찾아 현장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을 알아봤다.          - 편집자 주-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의 모습. ⓒ 정승현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 정승현

“천장에서 물이 샐 정도로 아파트가 낡았지만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이 될 거란 기대감은 없어요.”

일산 신도시가 조성될 때 세워진 백석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매물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매물을 중개해 세입자 또는 집주인이 입주했을 때 천장 누수문제가 발생할 정도”라며 “내가 사는 일산에서도 얼마전 같은 문제로 시끄러웠다”고 설명했다.

일산 등 오래된 주택단지가 분포한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면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됐다. 하지만 실제 재건축이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재건축이 탄력을 받으려면 대개 입주세대를 늘려 재건축 분담금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데 최근의 부동산 경기침체에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1기 재건축 추진이 부진한 상태다.  

특별법은 조성이 완료된 지 20년이 넘은 100만㎡이상 택지지구를 대상으로 ‘특별정비예정구역’을 지정한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재건축을 시행할 수 있는 기준 연한 30년보다 10년을 앞당긴 것이다. 또 용적률을 도정법상 재건축 용적률보다 1.5배까지 높일 수 있고 안전진단을 면제해 안전등급 D~E가 나오지 않아도 재건축이 가능하다.

택지지구 가운데 1㎢이상으로 한정한 부분 때문에 특별법은 사실상 1기 신도시를 위한 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분당신도시는 19.6㎢, 일산신도시는 15.7㎢, 평촌 5.1㎢, 산본 4.2㎢, 중동 5.5㎢이다. 수도권에서 1기 신도시를 제외한 곳의 대표적인 예는 3.94㎢의 영통지구, 1.08㎢의 서울 아현뉴타운 정도다. 한때 9500여 세대의 대규모 단지로 유명했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0.35㎢다.

 

쾌적성·사업성·신속성 위한 통합 재건축…이주대책 걸림돌


그런데 특별법이 통과된 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원활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특별법이 장려하는 블록단위 통합재개발이 대표적인 논란거리다. 통합재개발 방식은 도로로 둘러싸인 블록 하나의 여러 아파트 단지를 하나의 조합으로 묶어 재개발,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각 단지가 개별로 조합을 구성할 때보다 절차가 줄어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일산에서는 강촌마을 1·2단지, 백마마을 1·2단지가 한 블록으로 묶여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4개 단지 통틀어 총 2906세대 규모다. 마두동의 공인중개사 B씨는 “강촌마을 1·2단지와 백마마을 1·2단지는 평소에도 학군 등 입지가 좋아 전세·매매 매물이 나오면 금방 빠진다”며 “특별법이 통과되면 통합재건축 추진이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용적률을 높여야 개발 현실화가 가능한 재건축사업의 특성상 통합 재건축 방식이 적절한 대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변서경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규모 통합 재건축은 녹지 접근성을 강화시키면서 녹지와 오픈 스페이스를 더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용적률이 상승하면 결과적으로 녹지가 줄어드는 문제에 봉착하는데 단지를 통합해 사업을 벌이면 단지 경계부의 완충공간과 지원시설 등이 차지하는 면적이 줄어 그만큼 녹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재건축사업의 공공성 측면에서도 통합재건축이 유리하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나의 조합은 정부가 관리하기 쉽고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으며 공공물량 등 공공성을 강화하기 쉬운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특별정비구역은 각종 특례가 집중되므로 적정 수준의 초과이익을 환수해 지역간 형평성을 확보하고 기반시설 재투자의 재원 등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통합재건축 방식에서 가장 우려가 나오는 지점은 공사기간 이주대책이다. 강촌·백마마을 등의 통합 개발 방식은 3000여세대의 전월세 수요를 발생시킨다. 이주 대책이 적절히 마련되지 않으면 주변의 주택시장, 특히 전월세시장이 갑작스런 수요 증가로 불안해질 수 있다. 실제로 강촌·백마마을 바로 옆의 강촌지구 5단지는 단독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마두동의 부동산 공인중개사 C씨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할때 2000여 세대가 한번에 이주할 대책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공공기여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강촌지구 5단지는 단독으로 재건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30년전 기준 인프라…“어느 정도 감당하나 용적률 400%에선 문제”


용적률 향상에 따라 인구가 늘어나는데 이에 대한 인프라 정비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보다 인구가 늘었을때 어느 정도는 감당할 수 있지만 재건축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한 사업성을 고려하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변 위원은 지난 2일 ‘1기 신도시 재정비 활성화 방안’ 발표를 통해 상하수도 등 공급처리 시설의 용량이 충분하지만 일부 신도시는 재정비로 인구가 늘면 증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대해 변 위원은 “특별법에 따라 1기 신도시를 정비했을 때 상하수도 용량 부족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용적률이 대략 400% 수준을 넘으면 용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1기 신도시를 특별법에 따라 재정비하면 용적률이 400%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명훈 한양대 도시대학원장은 “현재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이 200%대로 (도정법에 따른 재개발 용적률 상한선) 300%보다 60%정도 작은 수준”이라며 “이 정도로는 재건축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용적률을 400% 수준으로 높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의 현실성을 고려하면 상하수도 인프라 용량을 늘리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인프라에 대한 우려는 주민들도 제기한다. C씨는 “30년전 기준에 맞춰 설계된 상하수도가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지 의문”이라며 “일산의 쓰레기처리량이 늘면서 주변에 처리장을 추가로 세울 부지를 찾고 있는데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기존 교통망 확장 어려워…대중교통 체계 강화 필요


물뿐아니라 교통도 문제다. 지금도 1기 신도시에서는 교통체증이 자주 발생하고, 서울 출퇴근을 위한 대중교통에 이용객이 몰리고 있다. 1기 신도시가 서울 중심으로 쏠린 인구를 분산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퇴근 교통량 증가가 1기 신도시의 주요 문제중 하나다. 분당과 평촌 신도시를 지나는 지하철의 출퇴근시간 혼잡도는 각각 서울로 가능 방향과 서울에서 들어오는 방향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개발은 교통 인프라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재개발에 따른 인구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 위원은 “새로 택지를 개발하는 경우와 달리, 기존 도시를 재정비하는 경우는 도로 확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도로를 확장하려면 기존 택지를 수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재원이 많이 필요하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어 논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변 위원은 도로망 확장보다 대중교통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1기 신도시 정비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변 위원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자동차 중심으로 계획된 1기 신도시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재정비하면 된다”며 “1기 신도시 대부분 GTX가 지나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환승 체계를 복합화하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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