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사태’ 미완의 퍼즐…“자본관계 개선 ‘철회’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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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사태’ 미완의 퍼즐…“자본관계 개선 ‘철회’가 빠졌다”
  • 강수연 기자
  • 승인 2024.05.17 19: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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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회원 수 약 2억 명…“회원 수 가치로 보면 10조 원에 달하는 수준”
‘라인 사태’ 해결 위해선…“행정지도 내용 중 ‘자본관계 개선’ 철회해야”
라인, 일본 ‘국민 메신저’…결제·관공서와의 연계 등 다양한 업무에 사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수연 기자]

라인(LINE) 홈페이지. ⓒ시사오늘 강수연 기자

‘라인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이 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를 받으면서 경영권 이양 위기에 직면한 라인이 급한 불은 끈 듯하나, 이번 사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라인 지분 매각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내용 중 ‘자본관계 재검토’라는 표현이 철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관계 재검토’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오는 7월 1일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지분 협상을 하더라도 결정적으로 네이버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 행정지도에 나온 ‘자본관계 개선’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오는 7월 1일이 지나도 네이버는 계속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최근 대통령실은 7월 1일까지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제출할 조치 보고서에 ‘지분 매각’ 내용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라인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위 교수는 “현재 네이버의 의사는 ‘일본 정부의 강요’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네이버의 의사 표명을 요구하면 안 된다”면서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상대 정부’의 압력 아래에 비즈니스적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기업에 맡겨 둘 일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예로 우리가 중국에서 기업 사업이나 대중문화 사업 등 비즈니스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들이 갑자기 정부가 개입해서 산업의 흐름을 흩어버리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라인사태는) 어떻게 보면 외교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쪽에서 충분한 대응이 없다면, 기업이 국가와 대결해서 이기는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위 교수는 “우리 국회가 이 행정지도에 대해 항의하는 결의안을 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신속하고 엄중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제2의 독도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2023년 11월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약 52만 건이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유출됐다. 이를 이유로 일본 정부는 올해 3~4월 두 차례의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본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소유하고 있다. 2019년 네이버 산하 라인과 소프트뱅크가 경영통합을 하고, 2021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합작사인 A홀딩스로 들어갔으며, 라인 사업 부문 신설 법인을 자회사로 두게 됐다. 이후 2023년 기존의 경영통합 수준에서 벗어나 야후와 라인을 합병하며 라인야후가 출범했다.

라인과 소프트뱅크가 경영통합에 이른 결정적 이유는 라인이 한국계 기업이라는 한계로 일본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은 데 있다. 일본은 자국중심주의가 강한 국가로, 외국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알려졌다. 라인이 일본에서 생활과 업무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일본 정부에겐 눈엣가시였을 수 있다.

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2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메신저다. 특히 일본 인구 1억 2200만 명 중 약 9600만 명이 사용, 78%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라인은 ‘국민 메신저’라 불리며, 단순 메신저 역할을 넘어 결제·관공서와의 연계 등 다양한 업무에 사용되고 있다. LY 주식회사(라인야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5조8617억 원, 영업이익 1조7885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라인야후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중호 대표이사 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 8일 해임됐다. 이로써 라인야후 이사회 전원이 일본인으로 채워지게 됐다. 한국과의 연관성을 줄이고, 일본에서의 사업 확장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 지분을 팔게 되면 내부에 미래 성장 가치가 약화되고 주가는 많이 내려갈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로, 회원 한 명의 가치를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라인의 회원 수는 약 2억 명으로, 지분 매각을 할 때 네이버는 한 10조 원 받아야 한다”면서도 “돈으로 받게 된다면 미래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네이버에겐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 국한된 문제만도 아니다. 라인은 일본에서만 사용되는 메신저가 아닌, 태국과 대만에서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용자가 늘고 있다. 한국 IT 산업이 글로벌로 진출하는 데 교두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플랫폼이 정보가 유출됐다고 해서 지분을 매각하라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런 세계적인 표준을 (일본 정부도) 따라야 하고,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IT, 통신, 전기전자 와 항공, 게임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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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춘 2024-05-17 23:26:58
"세계적인 표준을 (일본 정부도) 따라야 하며~"
동의하며 응원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