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위기,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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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위기,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을까?
  • 강정욱 기자
  • 승인 2013.05.09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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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특강>, 제프리 잉햄의 자본주의에 대한 입문학적 접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정욱 기자)

일반적으로 ‘금융자본주의’ 하면 ‘돈’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돈(화폐)은 자본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이 책을 쓴 케임브리지대 제프리 잉햄은 EBS 다큐 프로그램 ‘자본주의 5부작’ 중  ‘돈은 빚이다(1부)’에서 대체 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돈은 ‘장막’ 같은 것으로, 진짜 경제를 보려면 이것부터 열어젖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본주의 특강>에선 지구적(globalization) 차원의 자본주의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옛날 고전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경제이론을 모르고서는 자본주의 체제를 알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 <자본주의 특강> 제프리 잉햄, 2013년 5월 ⓒ삼천리

이 책은 애덤 스미스부터 카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조지프 슘페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에 이르기까지 고전 경제이론을 살피고 난 뒤,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 경제학·정치학·사회학·사회심리학·인류학적인 시각에서 지구적 시장 자본주의를 고찰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정말로 자본주의에 대한 위기를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을까?”에 대해 최근 미국의 금융 사태(서브프라임 부도 사태, 엔론 사건, 리먼브러더스 몰락 등)를 중점적으로 살피면서 정면으로 낱낱이 파헤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부에서는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한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베버, 슘페터, 케인스의 연구를 주축으로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에 대한 부분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제도와 사회적 장치들(화폐, 시장, 기업, 금융자본, 국가 등)로 옮겨, 여기서 저자는 그 각각의 주제에 대해서도 수많은 이론과 논쟁과 수백 년 동안 쌓여 온 역사적 진화 과정들을 세밀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2007년 이후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오늘날 현대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어떤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갔는지를 역사적, 제도적 분석의 틀에 대비해 구체적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세계 경제의 혼란은 미국과 영국이 금융자본이 권력과 결탁한 '교묘한 전략'

기존까지는 신자유주의적 시장 자본주의 ‘지구화’가 인류의 부를 증대시켜 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좀 더 평등한 분배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역사는 광기, 패닉, 폭락의 빈도와 심도가 심해지면서, 자유 시장경제를 확실하게 표방하고 있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부터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는 경향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들 나라의 하위 계층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무른 데 반해, 상위 1% 이하에 해당되는 최상위 계층에서는 유례없는 막대한 부을 거머쥐게 되면서 자본주의 역사 전반에 걸쳐 ‘모종의 의심’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자본주의의 ‘금융화’가 세계 경제에서 가장 거대한 금융 시스템 중심지인 미국과 영국이 금융자본의 권력과 결탁하여 이루어 낸 교묘한 전략의 산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촉발된 금융 시스템의 해체는 전 세계를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은행 시스템을 구제하는 데 조단위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느라 재정 상태는 심각하게 악화되었고, 생산과 소비, 공공 서비스 할 것 없이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최악의 상황을 낳고 말았다.

이 책의 지은이 잉햄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체제에서 이러한 사태들은 지극히 당연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예고된 결과이고, 글로벌 ‘금융화’로 모든 족쇄에서 풀려난 화폐자본이 어마어마한 자기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데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작동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해 제아무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운다 할지라도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이론 체계가 없는 상태라면, 현대자본주의에서 혼란과 불안정성은 정치적 혼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래서 <자본주의 특강>은 학문 분야를 뛰어넘어 자본주의라는 커다란 질문을 놓고 고민했던 정치경제학 또는 사회과학으로서의 풍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 때문에 구식의 자본주의 입문서로 비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가 자본주의의 체제적 성격에 초점을 두고 있는 고전 사회학의 관심을 되살리는 것이고,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여러 요소(제도)들을 통해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자본주의의 총체적인 성격을 살펴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실로 슘페터나 칼 폴라니 이후 거의 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자본주의 전체에 대한 역사적, 제도적 분석을 파악함으로써 우리가 살면서 직접 맞닥뜨리게 되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사회적 관계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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