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돼 돌아온 국민여동생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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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돼 돌아온 국민여동생 ‘문근영’
  • 최진철 기자
  • 승인 2010.04.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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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신부’로 각인된 귀여운 이미지 벼려
문근영(23)이 돌아왔다. SBS '바람의 화원' 이후 횟수로 2년만이다. 2년 동안의 심사숙고 끝에 그가 선택한 작품은 김규한 작가의 '신데렐라 언니'. 고전 동화 '신데렐라'의 2010 버전이다.
 
신데렐라가 아니라 신데렐라 언니에게 초점을 맞춘 2010 버전. 문근영은 시청자의 기대를 배신하고 신데렐라가 아닌 악의 축으로 여겨졌던 신데렐라 언니를 선택했다. 문근영은 영화 '어린 신부'로 '국민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가 하는 일은 뭐든지 귀엽고, 사랑스럽게 받아졌고, 그의 그런 이미지는 CF와 작품들 속에서 더욱 각인됐다.
 
그가 스타가 되는데 큰 몫을 담당했던 그 이미지는 하지만 어느 순간 문근영이 넘어야할 산이 됐다. 그가 무슨 짓을 하든 '역시 문근영이야' '국민 여동생이야' 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야 했고, 연변 처녀의 성장과정을 통해 자신도 성장하고 싶었던 영화 '댄서의 순정'도, 성숙한 내면 연기를 위해 선택했던 '사랑따윈 필요없어'도 여동생 이미지를 벗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 문근영이 독한 이미지로 돌아왔다. 그는 새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남에게 주거나 빼앗길 것만 같은 ‘은조’ 역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거나 그렁그렁 눈물을 쏟을 것 같은 기존의 문근영은 온데간데없다. 얼굴 표정이 사납고 말투도 거칠며 웃음이라고는 냉소뿐인 문근영만 있을 뿐이다.
 
앞서 열린 ‘신데렐라 언니’ 제작발표회에서 문근영은 “변신을 하고 싶다거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기보다는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내 앞에 놓인 벽을 무너뜨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극중 ‘은조’는 신데렐라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한다. 평소 경멸했지만 유일하게 자신의 것으로 여기던 엄마를 씨 다르고 배 다른 동생 효선이 빼앗으려 하자 효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는다.



“최대한 악랄하고 까칠하게 보일려고 노력해요”


드라마 ‘가을동화’, 영화 ‘어린신부’ 등 과거의 캐릭터들과 달라 부담스러울 법하다. 문근영은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들도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며 “연기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여겼다. “딱히 롤모델은 없었고 그냥 평소 못된 마음을 먹었던 나처럼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색다른 연기에 대한 도전은 “처음 마음을 먹고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만은 않았다”고 인정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짓는 나의 무표정한 모습이 악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문근영은 “최대한 악랄하고 까칠하게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그래서 평소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 보니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은조 같은 표정을 짓거나 은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냐고 자주 물어본다”며 까르르 웃었다.
 
자신의 연기를 “사람들이 어떻게 보게 될지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별다른 기대나 바라는 것 없이 ‘재미있겠다’ 싶어서 시작을 한다” “남들이 볼 때는 파격적인 변신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부담이 되더라”라고 평가했다.
 

또한 문근영은 “은조는 악역이라기보다는 평범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보통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 표현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감정선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오면 소리를 지르는 등 격하게 표현되는데 그런 점이 재미있다”고 싱글벙글이다.
 
‘국민여동생’에서 ‘성인 여배우’로 거듭난 문근영. 성인 연기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차례차례 극복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번 '신데렐라 언니'에서는 더욱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은조라는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그간의 발랄한 이미지를 벗어났다.
 
지난 14일 방송분에서는 전통주 명가 '대성참도가'의 후계자로 변신,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냉철한 면모를 드러냈다. 천정명(홍기훈)과의 긴장감 있는 러브 라인 역시 문근영을 성인 여배우로 인정하게 만들었다. 그간 문근영은 박신양, 김주혁, 박건형 등 또래보다는 나이가 많은 배우들을 상대해 왔다.
 
이번 '신언니'에서는 천정명, 서우, 옥택연 등 비슷한 나이의 배우들과 실감나는 사각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멜로 연기보다 '신언니'의 멜로 연기가 더욱 몰입도가 크다는 것이 중론. '신언니'의 마니아들은 "문근영과 천정명이 실제 은조와 기훈으로 빙의되어 있는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제작발표회에서의 문근영은 "그간 가지고 있는 틀이 좁아 A, B, C의 작품 중 A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펙트럼의 한계가 있어서 넓히고 싶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또 "은조는 까칠한 성격이지만, 숨겨진 감정선이 많은 캐릭터다. 다양한 연기를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자신을 보였다. 그의 말대로 '신언니'는 문근영에게 성인 연기자로 처음 성공을 안길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데렐라 언니’의 배경수 CP 역시 "문근영의 완벽한 변신이 매우 마음에 든다. 그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 때문에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극 초반 보여진 것보다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들이 더 많다. 배우들의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테니, 기대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문근영의 연기변신에 힘입어 초반 ‘신데렐라 언니’의 질주가 안정적이다. 지난 9일 TNmS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신데렐라 언니’는 시청률 18%를 올리며 20%를 향해 달리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MBC TV ‘개인의 취향’과 SBS TV ‘검사 프린세스’는 각각 12.8, 9.7%로 집계됐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는 ‘신데렐라 언니’와 ‘개인의 취향’, ‘검사 프린세스’의 시청률을 각각 17.7, 10.9, 10.1%로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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