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학력논란으로 본 대한민국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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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학력논란으로 본 대한민국의 자화상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8.0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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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악성댓글 문화·학력 만능주의에서 비롯된 병목현상
지난 6월부터 촉발됐던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이 법정 공방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타블로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강호 측은 2일 "오늘(2일)부터 일주일간의 시간을 주고 타블로 및 그 가족들에 대한 명예훼손적인 글과 댓글 및 기사를 삭제하면 소송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악성 댓글을 지속적으로 남기거나 명예훼손과 관련된 글을 적극적으로 쓴 네티즌들에게 강경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하며 검찰 고발을 시사했다.

타블로에 대한 학력위조 논란은 한 누리꾼이 타블로의 이름이 스탠포드 졸업자 명단에 없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졌고 누리꾼들 사이에는 팽팽한 갑론을박이 전개됐다. 

이후 타블로가 스탠포드대 성적증명서와 미국 내 공인기관의 학력인증서를 통해 반박하는 사이 타블로 친형인 데이브의 학력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건 ‘악플 문화와 학력과잉주의’이고 이는 곧 대한민국 사회의 자화상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학력 위조 논란의 과정에서 타블로는 누리꾼들의 악플로 인해 자신과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고 이는 법적 다툼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그간 배우 최진실을 비롯한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살을 선택했을 때마다 악성 댓글은 사회적 문제가 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됐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악성 댓들과 관련, “현실세계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보상심리에서 연유한다”고 말했고 한 대학의 외국교수는 “압축성장한 대한민국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계급간 뒤집기 문화”라고 규정한 채 여전히 인터넷 실명제나 관련 법 개정을 두고 진보와 보수는 타협 없는 주장만 반복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악성 댓글문화보다 더 근본적이며 불편한 진실은 바로 과잉 학력주의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다.

지난 2007년 신정아씨는 예일대로 자신의 학력을 속인 뒤 교수 등으로 고공행진하며  한국사회 내 학벌과잉주의가 얼마나 만연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신정아 사건은 이후 가수 주영훈, 배우 장미희·이경영·최수종, 코미디언 강석, DJ 최화정 등 유명 인사들의 허위학력에 대한 고해성사로 이이지며 우리사회의 학력 위조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간 우리는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역설하는 유명 인사들이 앞 다투어 학벌을 위조, 또는 학벌 세탁을 위해 대학원 진학을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또 인터넷 상에서 대대수 사람들은 학력보다는 능력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넌 나보다 좋은 대학을 못 나왔으니까 연봉을 적게 받는 게 당연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학력이 다른 사람들과의 공존과 연대를 거부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학벌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에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내재돼 있다. 학벌지상주의에서 비롯된 기득권 팽창주의, 학벌에 따라 사람을 나누고 차별이 되물림되는 악순환의 반복 속에 국민 모두가 인질로 사로잡혀 있는 형국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각개약진 공화국>에서 이와 관련, “SKY 대학이 정부 요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류학벌의 권력독점과 그들이 후배들의 연을 이어주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줄이 있는 사회구조, 즉 연고주의 문화로 인한 폐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고려대학교 경영대 김예슬 학생은 물신주의가 팽배한 한국사회에, 대학으로부터 '간택'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며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며 자발적 퇴교를 선택했다.

그녀는 학내 대자보를 통해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라며 "국가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에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하청 업체"라고 꼬집었다.

우리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을 강요하는, 학력과잉이라는 욕망의 굴레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타파해야 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혼자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우리 모두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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