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신한금융의 전설 '라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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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신한금융의 전설 '라응찬'
  • 황철희 기자
  • 승인 2010.11.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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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웨이 바탕으로 찬란한 신한문화 다시 키워달라" 당부

"찬란한 신한문화를 다시 한번 꽃피워 주십시요"
 
1일 퇴임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고, 이를 듣는 직원들도 하나둘씩 눈가를 매만졌다.    
 
신한에서의 30년, 은행원 52년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듯 퇴임사를 읽는 라 회장의 목소리는 작게 떨려 왔다.  
 

▲ 퇴임식을 마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 뉴시스

라 회장은 금융계에서는 이미 알려진 전설과 같은 인물이다.
 
경북 상주 출신인 라 회장은 선리상고 야간학부를 나와 농협(구 농업은행)과 대구은행을 거쳐 1977년 재일동포들이 설립한 제일투자금융에 입사했다.
 
라 회장은 이곳에서 1982년 신한은행 탄생의 산파역을 담당했다. 1991년 은행장에 선임되며 신화를 써내려간 라 회장은 은행장을 세번 거푸 연임하면서 신한은행을 자산 45조원, 지점수 336개의 메머드 그룹기업으로 키워내는 탁월한 경영성과를 거뒀다.
 
2001년 신한금융지주가 설립된 뒤 라 회장은 굿모닝증권, 조흥은행, LG카드를 차례로 인수하며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몸집을 키웠다.
 
이런 성과 때문에 라응찬 회장을 CEO가 아닌 신한은행 오너로 착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후계자를 만들지 않는 독선적 스타일이 라 회장의 명성에 흠집을 가하기 시작했다.
 
라 회장은 지난달 30일 이사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연임을 포기했어야 했다"며 땅을 쳤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라 회장은 퇴임사에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드리고자 하니 여러분과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이 강물처럼 밀려든다"며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또한 그는 "남들은 우리가 이룩한 업적을 신화라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신한금융은 그동안 신한을 거쳐간 선후배들과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 조직에 대한 몰입, 고귀한 자기희생의 결정체라고 믿는다"며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거나 만족해서는 안된다. 세계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는 큰 꿈이 있기 때문"이라며 독려했다.
 
끝으로 라 회장은 "신한웨이를 바탕으로 찬란한 신한문화를 다시 한번 꽃피워 주기 바란다. 지난 30년간 남달리 건전하고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신한의 정통성을 목숨처럼 지켜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이 정통성은 기필코 지켜져야 할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라 회장은 대표이사 겸 회장에서 물러나지만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때까지 이사직은 계속 유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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