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家 4세의 주가 조작사건과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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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家 4세의 주가 조작사건과 도덕성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9.07.14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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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는 허위공시로 거액의 시세 차익을 본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된 두산그룹 창업주의 4세인 박중원 전 뉴월코프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     ©시사오늘

 
또 뉴월코프를 운영하면서 회삿돈 36억 원을 빼돌리고 미국계 부실기업을 인수해 회사에 6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적용됐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씨는 2007년 2월 실제로 주식을 인수한 적이 없음에도 자기 자본으로 코스닥 상장사인 뉴월코프 주식을 인수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폭등시켜 112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구속되었다.
 
함께 기소된 선병석 전 뉴월코프 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아들 노동수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뉴월코프의 경영진은 증시에서 ‘재벌 테마주’가 인기를 끌자 박씨의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대표로 들어와 큰 수익이 나면 나눠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박중원씨를 이른바 ‘바지 사장’ 격으로 영입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는 범행 모의단계부터 박씨가 주가조작을 위해 알고 가담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식으로 돈 벌려고 코스닥기업 인수한 게 아닙니다.”라며, “돈을 벌려고 했으면 투자자로 남지 왜 직접 나서 회사를 인수합니까. 그만큼 뉴월코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재판부는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인 박씨가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언론 인터뷰나 공시 등을 통해 범행에 가담한 점이 인정된다”며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기업과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 만큼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주가조작사건은 사회지도층의 모럴 해저드에 대한 한 단면
두산가의 일원으로, 두산그룹과 그 배경을 주가조작에 이용

 
박씨의 주가조작사건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에 대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박씨의 범죄행위는 일반 시정잡배나 사기꾼도 쉽게 범행을 생각하기 어려운 부도덕하고 악질적인 범법행위였다는 데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박씨 사건 이후 각 언론들은 자연인 박중원씨(전, 성지건설 부사장)가 아닌 두산가(斗山家) 4세라고 공히 똑같이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는 박씨가 주가조작사건을 일으킨 과정에서 두산가의 일원(창업주 4세)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두산그룹과 그 배경(2004~2005 두산산업개발 경영지원본부 상무 근무)을 주가조작에 이용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박씨는 미국 뉴욕대에서 MBA를 마치고 95년부터 두산상사, 두산산업개발 상무를 역임할 때까지 그는 누가 뭐래도 두산의 차세대 주자였다.

두산그룹 창업주 4세인 박중원씨의 주가조작사건은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서구의 기업인들처럼 사유재산을 사회 환원하는 기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주가조작사건으로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범죄행위는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모럴의식에 대한 의문도 갖게 한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은 한국 최고(最古)의 기업이다. 우리나라 기업 중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은 동화약품공업(1897년)과 두 곳 뿐일 정도로 오래된 기업이다. 두산그룹의 모태는 1896년 문을 연 ‘박승직 상점’이다.

무엇보다 ‘수성(守成)이 창업(創業) 보다 어렵다’는 말처럼 100년 이상의 가업을 이어 번성하게 한 점은 우리나라 기업사의 교훈이 되고도 남는다.

특히 두산은 가족경영의 대표기업으로 박두병 초대 회장에 이어 장남인 박용곤 현 명예회장부터 시작된 두산의 형제경영 전통은 차남인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과 삼남 박용성 회장으로 이어졌다가 박용성 회장이 중앙대학교 이사장과 대한체육회장을 겸임하는 등 대외활동 쪽에 무게를 두면서 박용현 현 회장에까지 이르게 될 정도로 가족 중심의 기업이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 이면에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오염사건, ‘형제의 난’으로 칭하는 비자금사건 등 부정적인 면이 노출된 적이 있다. 최근 실형을 받은 창업주의 4세인 박중원씨의 주가조작사건과 더불어 기업 성장의 계기가 된 M&A(인수, 합병)의 이면에 따고난 장사꾼 기질이 비판의 대상이 된 적도 많다.
 
특히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인수 과정에서 학교재단에 재산을 출연하는 것이 아닌 전 재단이사장인 김희수씨 개인이 운영하는 수림재단에 자산을 출연한 것처럼 편법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그 치밀함에 혀를 차게 하기도 한다.
 
▲두산

 
두산그룹과 관련해서는 형제간의 재산 다툼은 물론 최근 창업주 4세인 박씨의 주가조작사건 등 일련의 불법사건을 통해서 볼 때 ‘합법’과 ‘편법’의 이중 잣대 위에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합법’과 ‘편법’ 위에 존재하는 것은 상식과 순리
도덕의식과 책임 갖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필요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합법’과 ‘편법’ 위에 존재하는 것은 상식과 순리이다. 무엇보다 ‘건전한 도덕’이 전제되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사회지도층의 도덕의식과 책임을 말하는 것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영어사전에 ‘The nobly born must nobly do’라는 격언으로 풀이 되어 있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 ‘귀족에겐(고귀함에는) 그에 상응하는 의무가 따른다’ 다시 말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사회 각 지도층들에게 필연적으로 지워진 ‘의무’를 뜻한다.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농노(農奴)들에게 땅을 빌려주고 막대한 이득을 올리는가하면 자신의 영역 안에서 무소불위의 통제력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전쟁이 터지면 선두에 나서서 모범을 보이는데, 이는 평소에 자기에게 있던 권력에 대한 일종의 의무이자 보답의 성격이다.

우리나라에는 12대 300년 동안이나 만석꾼의 부(富)를 유지했던 경주 최 부잣집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사례와 교보생명의 유가족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속세를 자진 신고하여 화젯거리가 된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재산 400억 달러의 대부분을 가난한 사람과 질병퇴치를 위해 기부하면서 창조적 자본주의를 몸으로 실천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전 회장과 2006년 자신의 재산 85%를 빌게이츠 회장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한 워런 버핏 회장의 개인 자산의 사회 환원은 우리에게 많은 점에서 교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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