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KT 도덕불감증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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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KT 도덕불감증 도 넘었다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07.14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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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부터 상무까지…'고질적 비리' 기가막혀
전·현직 임직원 147명, 협체 공사 수주와 하자묵인에…금품수수

KT 전·현직 및 말단 직원까지 개입한 조직적인 비리가 검찰에 적발됐다.
적발된 임직원만 147명에 이르는 데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 혐의가 포착돼 보는 이의 혀를 휘두르게 했다.
 
특히 하급 직원에서부터 임원까지 금전이 오가는 그야말로 피라미드 조직처럼 전문적으로 돈을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나 도덕 불감증 헤이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번 사건으로 KT는 이석채 회장이 취임 후 외쳤던 ‘클린경영’ 가능성을 의심받게 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는 지난 7일 협력업체들의 재선정 심사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수도권 서부본부 정 아무개(54) 국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 147명과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협력업체 대표 등 총 178명을 적발해 7명을 구속하고 4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으로 도망간 협력업체 대표 1명은 수배하고, 금품 수수액이 비교적 적은 직원 123명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토록 회사에 통보했다.

검찰 조사 결과 A국장은 2004년 12월부터 2006년 7월까지 협력업체로부터 공사편의 제공, 하자 묵인 등의 명목으로 3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50) 본부장은 2004년 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부하 직원들에게 8,000여만원을 상납받았으며 다른 직원들도 23개 협력업체들로부터 모두 18억원을 받았다. 이들은 '사례금' 외에도 '골프대회 찬조금', '명절 떡값', '휴가비', '연말 인사', '회식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협력업체의 재선정 심사를 봐주거나 광케이블망 등 공사 수주를 알선하는 대가로 정기적으로 뒷돈을 받았으며, 수의계약은 발주금액의 3∼5%, 입찰계약은 1%를 받는 등 관행적으로 돈을 챙겼다”며, “본부장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만연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관예우’로 지적되던 퇴직자 프로그램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검찰은 “유아무개씨 등 퇴직자 4명이 협력업체 직원인 것처럼 꾸며 1∼2년 동안 월 300만원의 임금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수의계약의 경우 발주금액의 3∼5%를, 입찰계약은 1%를 각각 받았으며, 착공비, 준공비, 설계변경비, 정산비, 휴가비, 회식비, 찬조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챙긴 혐의가 포착됐다. 일부 직원은 하자를 트집 잡아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으며, 위협까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급기야 하도급 업자(51) 1명은 이 같은 내용의 비리가 담긴 진정서 공개를 미끼로 임직원들로부터 9500원을 받아낸 혐의도 드러났다.

이렇게 챙긴 돈은 말단에서부터 국장까지 정기적으로 상납돼 비리의 악순환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번 수사는 지난 3월 초 KT수도권서부본부 서부망건설국에서 공사 발주와 관련 금품수수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첩보가 접수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알렸다.
 

 
◇임원부터 말단까지 자연스런 공갈협박 
대한민국의 통신 공룡 KT의 임직원들이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갈협박으로 금품을 갈취해 온 관행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KT 내에서 당연하게 진행되던 협력업체로부터의 금품 수수 관행이 검찰로부터 적발된 것.
수사 결과 이들은 '대리→과장→지사장→건설국장→본부장'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로 협력업체로부터 수의계약 시 발주금액의 최대 5%, 입찰계약의 1%를 각종 명목으로 상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중 일부를 본부장, 임원 등 상위 간부들에게 묵인과 인사청탁 등의 댓가로 월 200만원 이상 씩을 상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댓가로 KT 임직원들은 공사발주 시 특정기업 몰아주기, 하자묵인 등을 당연한 듯 회사측에 적지 않은 손해를 끼쳐온 것이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KT는 임원급 간부부터 말단직원에 이르기까지 협력업체로부터 이같은 관계를 계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협력업체에 금품을 요구한 후 만족스러운 액수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실제 상황과 관계없이 인력 및 장비 미비업체, 하자업체로 분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에 명예퇴직자들 월 급여 지급 강요 
또한 KT의 퇴직자 프로그램이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지청에 따르면 KT는 협력업체에게 자사를 명예 퇴직한 직원들에게 최고 2년여 간 급여 지급을 강요해 왔다.

고양지청은 “KT는 협력업체에게 일하지도 않은 사람의 급여 통장으로 매월 부장급 퇴직자는 300만원, 과장급 이하 퇴직자는 200만원 씩 지급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로 인한 손실분은 계약 우선권, 사업기회 확장 등 다른 부분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은 협력업체 내 한 직원이 개인적으로 이같은 사실을 언론과 검찰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KT로부터 9500만원을 갈취했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결과로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KT의 구조적 비리가 공개적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편 KT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KT 스스로 내부 감사를 통해 아픔을 감수하고 금품을 수수한 임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건"이라며 "앞으로도 부정과 부패, 비리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의 단호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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