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 단상] 차별의식과 언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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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文 단상] 차별의식과 언어순화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8.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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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혼혈인’은 하나의 인격적 개체로 보지 않고 쓰는 차별용어라 할 수 있는데, ‘다문화가정 자녀’로 순화해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차별과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말글을 순화하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다행스럽습니다. ⓒ국립국어원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혼혈인’은 하나의 인격적 개체로 보지 않고 쓰는 차별용어라 할 수 있는데, ‘다문화가정 자녀’로 순화해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차별과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말글을 순화하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다행스럽습니다. ⓒ국립국어원

얼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대통령이 벙어리가 돼 버렸습니다”라고 했다가 장애인단체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벙어리, 장님, 귀머거리’ 등의 표현은 써서는 안 되는 말로 인식되고, 교과서나 법률 용어에서 배제됐음에도 아직 무의식적으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벙어리 냉가슴’은 ‘답답한 사정이 있어도 남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애태우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하지만 벙어리란 말은 ‘말 못하는 사람을 낮춰 일컫는 말’이므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있는 말입니다. ​물론 화자(話者)들이 장애인을 차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쓴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쓴 표현이라지만 장애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비유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절름발이 영어교육’, ‘눈 뜬 장님’ 등도 쓰지 말아야 할 표현입니다.

남편이 사망한 여성을 일컫는 ‘미망인’이 차별용어인 것은 아실 겁니다. 한자어로 未亡人은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남편과 함께 죽었어야 했는데 아직 죽지 못하고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봉건주의적 가치관이 담겨 있습니다. 미망인의 뜻을 알고 보면 이런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결례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미망인은 ‘배우자’라고 쓰면 됩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혼혈인’은 하나의 인격적 개체로 보지 않고 쓰는 차별용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순혈인이 자신과 다른 사람임을 구분하려고 혼혈인이라는 용어를 썼다는 거죠. 이 차별용어는 지금은 ‘다문화가정 자녀’로 순화됐습니다. ‘사생아’는 결혼하지 않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혼외자녀’로 바꿔 쓰면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차별과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말글을 순화하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를 변경하고, 남성 중심의 가족 호칭도 바꾸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스럽습니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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