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 금융인,이대훈] 길을 닦는 탐험가, 농협의 전성기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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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금융인,이대훈] 길을 닦는 탐험가, 농협의 전성기를 열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11.05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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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높이’ 올리고 글로벌 ‘넓이’ 키우고…도전정신으로 가시적 성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농협의 60여 년 역사 중에서 전성기를 꼽으라면 지금이다. 농협금융지주의 올해 3·4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3937억 원으로 지주 출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협금융지주의 이러한 기록적인 성장 중심엔 NH농협은행이 있다. 농협은행의 순이익은 1조192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6% 증가한 수치다. 은행 출범 이후 최고의 실적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뉴시스
농협의 60여 년 역사 중에서 전성기를 꼽으라면 지금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주목받는 배경이다.ⓒ뉴시스

디지털로 농협금융의 '높이' 올린다

이 은행장은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나 농협대학교를 졸업, 포천농협을 시작으로 농협은행 프로젝트금융부장과 경기영업본부장, 서울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야말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영업맨'들은 변화에 민감하다. 그런 측면에서, 현장 출신 이 은행
장이 부임 뒤 최우선 과제로 디지털에 손을 뻗은 것은 필연적이다. 지난해 초 취임사에선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닦는 자는 흥하리라'는 문구를 인용하며"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행장은 부임 첫해였던 지난 2018년, 서울 양재동에 있는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33개가 입주해 있고, 농협은행의 디지털 연구개발(R&D) 직원 20명이 근무하는 곳이다. 아예 집무실에 '디지털 콕핏(cockpit : 비행기 조종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명함에도 행장 대신 디지털 익스플로러(explorer : 탐험가)라고 적었다. 이 행장의 디지털 혁신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탐험가의 비행은 부드러운 연착륙에 성공했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인 NH스마트뱅킹 가입자는 1569만 명, 올원뱅크 가입자는 412만 명으로 2000만 명에 달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이미지의 농협이었지만 사실상 디지털화가 안정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 행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콤비플레이'로 유명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함
께 농협 내 핀테크 영역을 확대 중이다. 지난 4월 이 행장과 김 회장은 NH농협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NH디지털 챌린지플러스'를 진행했다. 1기 기업인 핀테크스타트업 '에이임팩트'는 농민들이 중간 유통단계 없이 소비자와 연결해 농산물을 팔수 있는 직거래 플랫폼을 개발한 회사로, 농협의 지원과 함께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글로벌로 '넓이' 키워 아시아 금융으로 

이 행장의 또 다른 별명은 '영업통' 이다. 지난 2016년 서울지역 영업본부장 시절 '만년 꼴찌' 서울을 전국 상위권으로 올려놨다. 당시 이 행장은 170여 개 영업점을 드나들면서 현장을 챙겼다. 농협의 특성상 농촌이 더 많은 지역에서 강세를 보일 수 밖에 없음에도,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발로 뛰면서 판을 키워 실적을 올렸다.

이런 이 행장의 다음 무대는 세계다. 영업통 답게 직접 발로 뛰면서 세계 무대로 판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그는 이미 디지털과 함께 '글로벌'을 농협은행의 또다른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바 있다. 애초에 농협이라는 특성상 해외 진출 시도 자체로도 도전으로 평가받는 분위기 속에서 이 행장의 광폭 행보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그간 농협의 해외 지점은 지난 2013년 개설한 미국 뉴욕 지점과 2016년 베트남 하노이 지점이 전부였다. 이에 이 행장은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해 북경 은보감국 고위급 관계자들을 만나 북경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논의했다. 농협은행은 "현지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확인했다"고 긍정적인 소식을 알렸다.

이어 호주 시드니로 떠난 이 행장은 감독당국, 무역투자부, 주정부 등 주요기관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이 행장은 호주가 투자은행(IB) 사업이 용이하다는 점에 주목했는데,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5일 "농협은 후발주자기 때문에 소매금융보다 IB 쪽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의 이러한 '발품'의 성과로 시드니엔 농협의 세 번째 지점이 열릴 전망이다.

지난 달 30일 이 행장은 스티븐 필립스 홍콩투자청장과 만나 NH농협은행의 홍콩지점 개설을 논의했다. 이 행장이 필립스 청장과 만난 건 올해 1월 이후 두 번째로, 앞서 지난 4월 홍콩금융관리국에 은행업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내년 4분기 중 인가를 취득,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의 신디케이트 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목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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