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정복 "시흥, 가치와 철학 담은 도시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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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정복 "시흥, 가치와 철학 담은 도시로 만들 것"
  • 김병묵 기자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12.25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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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복 전 시흥시의원
제정구 선거운동원에서 백원우 보좌관으로
“시흥, 교통·지역격차 문제부터 해결해야”
“평범한 사람 위한 정치가 내 시작이자 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007년 국회 4급 보좌관직을 제의받고 '국회 보좌관들은 소위 스펙도 좋은 '엘리트'들이 많은데 괜찮겠냐'고 깜짝 놀랐다. 백원우 전 의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만 졸업한 아줌마가, 국회 보좌관으로 출근하는 '사건'이 일어난거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소위 '스펙' 홍수의 시대다. 이런 시기에 스펙을 앞세우지 않는 인물에겐 틀림없이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문정복 전 시흥시의원이 그랬다. '나는 원래 고졸 출신 아줌마 보좌관'이라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말하는 내내 어조에선 자신감과 확신이 느껴졌다. 19일 시흥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문 전 의원은,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계 입문 과정이 궁금하다.

"정치와 인연을 처음 맺은 건 제정구 전 의원의 선거운동원으로서다. 나처럼 재미있는 이력의 정치인도 많지 않을 것 같다. 1992년 까지 나는 평범한 주부였다. 딸들은 학교도 보내지 않던 보수적인 시골에서, 학구열이 높던 어머니 덕분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취직했다.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시흥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이웃이 어느날 소일 삼아 선거 운동을 하러 가자고 해서 나섰다가 제 전 의원을 만났다. 군포와 시흥이 한 지역구로 묶였던 때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대학도 가본 적 없어서 이데올로기가 뭔지도 모르고, 시민운동이 뭔지도 몰랐던 나였다. 그런데 제 전 의원이 하고 있던 철거민들을 위한 복음자리 활동이나 야학 등에 대해 처음 알았다. 그분들의 삶의 연대가 있었고, 가치와 철학이 있었다. 나는 그날로 선거운동 비용으로 받은 돈을 돌려드리고, 다음날부터 매일같이 사무실로 찾아가 자원봉사를 했다. 나를 눈여겨 보신 제 전 의원이 '당 소식지'를 만들어보라고 해서 직접 취재하고, 사진도 찍어 '함께가는 길'을 만들기도 했었다. 그 때 만들어진 인연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백원우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는데, 그때의 인연인가.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회 보좌관 시절의 경험은 '내가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치의 힘과 가치, 역할을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됐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제 전 의원 사무실에 자원봉사를 다닐 때 총무가 바로 백 전 의원이다. 햇수로는 27년 된 인연이다. 2004년, 제17대 총선을 준비하던 백 전 의원 부부가 참기름 두 병을 사들고 정왕동에 있는 우리 집을 찾아왔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려고 하니 막막한데 내가 생각이 났다고 했다. 4살짜리 둘째아들을 동생에게 맡기고 두말하지 않고 따라나섰다. 처음엔 백 전 의원에게 단 두 사람의 비서가 있었다. 한 사람은 나고, 다른 한 사람은 현 임병택 시흥시장이다.

선거가 끝난 뒤 지역 비서일을 권유받아서 하게 됐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이렇게 잘할 수 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민원들을 받아서 정리하고, 전달하고, 시와 조율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하며 백 전 의원의 지역활동을 서포트했다. 그러자 급기야 백 전 의원이 2007년에 국회 4급 보좌관직을 해보는게 어떠냐고 했다. 처음에 내가 '국회 보좌관들은 소위 스펙도 좋은 '엘리트'들이 많은데 괜찮겠냐'고 깜짝 놀라자 백 전 의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만 졸업한 아줌마가, 국회 보좌관으로 출근하는 '사건'이 일어난거다"

-보좌관 시절 기억에 특별히 남는 일이 있나.

"정말 열심히 일한 기억, 그리고 정치의 힘과 가치를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화제가 됐던 쌀 직불금 부정수령 사건이 있었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던 백 전 의원이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에게 쌀 직불금 부정수령을 질문했더니 발뺌했다. 그래서 내가 김경희 비서와 함께 일일이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신고 목록을 전부 밤새워 조사해서 정리했다. 돌이켜보면 미련하다 싶을 만큼 고된 일이었는데, 내가 목록을 올리자 바로 백 전 의원이 '기자회견 합시다'라고 하면서 일이 확 커졌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이 차관의 사임과 함께, 농림부가 쌀 직불금을 실제로 농사짓는 농민들만 수령할 수 있도록 장치를 추가했다. 내가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치의 힘과 가치, 역할을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됐다."

-보좌관으로 활약이 많았는데 중간에 국회를 나온 이유는.

"국회에서 백 전 의원과 발달장애인을 돌봐주는 센터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백 전 의원은 큰형이 발달장애인이라 그 가족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열심히 뛴 결과 KT&G 복지재단에서 지원을 해주기로 했는데, 그 센터장을 맡을 사람이 없었다. 나는 급여도 훨씬 많고, 보람도 있는 보좌관직이 아쉬웠지만 KT&G에서 내게 '당신이 가장 잘 아는 것 같으니 센터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결국 1년간 센터장이 돼 후원금 얻으랴, 센터 운영하랴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자리가 잡히니 백 전 의원이 '이제 본인의 정치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처음엔 두려웠다. 지방 의원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두려움을 이기고 도전했고, 운도 따라서 재선까지 했다. 지금은 돌아보기도 싫은 고충도 많았지만, 많은 성장도 있었다. '내 정치'를 하다보니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서 성결대학교에 입학해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이제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도 합격했다."

-정책과학대학원은 어떤 공부를 하려고 들어갔는지.

"도시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시흥이라는 도시를 바꾸기 위해 좀 더 배울 필요성을 느꼈다. 시흥은 지금 도시의 외형만 있지 가치와 철학이 담겨있지 않다. 계획된 도시가 아니라서 그렇다.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할 때마다 양적 팽창만 일어났을 뿐이다. 시흥은 바뀌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건물 중심 도시에서 사람 중심 도시로 바뀌어야 한다. 아이와 노인들을 위한 도시, 여성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돼야 한다.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런 가치에서 출발해 도시의 변화를 설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생각해 둔 바가 많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최종 목표는 평범한 사람을 위한 정치다. 문정복의 정체성은 평범한 사람이다. 처음부터 엘리트도 아니고, 아직도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있는 애들 엄마다. 특별한 부자가 아닌 수많은 문정복들을 위해, 이 사회의 대다수인 평범한 사람을 위해서 정치를 하려고 한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시흥시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크게 두 가지다. 교통문제, 원도심과 신도심 간, 도시와 농촌 간 등의 지역격차다. 우선 교통문제는 일단 전철 개통이 급하다. 시흥은 작은 도시가 아닌데도 지금껏 전철이 1개만 개통돼 있었다. 이제 4개가 더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빨리 엮어내서 마을과 마을을 이어줘야 한다. 지금은 시흥시가 말만 하나의 시지, 시 내에서 도시의 구조상 마을과 마을 사이가 너무 멀고 떨어져있어 제대로 된 중심 상권조차 없다. 시내외로 종횡무진할 수 있는 전철시대를 빨리 만들어야 하는게 급하다. 

다음으론 낙후된 구도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자영업을 대체할 수 있는 신산업을 통해 구도심과 신도심의 지역격차를 줄이고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해 준비중이다. 일자리가 결국 시흥의 경제를 일으키게 될 거다."

-본인의 정치적 목표를 간략히 요약해준다면.

"단기적으로는 내년 선거에 도전해 승리하는 것이고, 정당적으로는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나는 제정구에서 시작해 백원우와 함께했고 지금은 문재인의 사람이다.

최종 목표는 평범한 사람을 위한 정치다. 내 정치의 시작이자 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정복의 정체성은 평범한 사람이다. 처음부터 엘리트도 아니고, 아직도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있는 애들 엄마다. 특별한 부자가 아닌 수많은 문정복들을 위해, 이 사회의 대다수인 평범한 사람을 위해서 정치를 하려고 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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