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나는 왜 ‘무소속’으로 출마했는가?
[주간필담] 나는 왜 ‘무소속’으로 출마했는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3.15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노 혹은 희망에 따른 무소속 출마 강행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무소속을 향하던 그들의 목소리를 모아 두 가지 원인으로 축약했다.ⓒ시사오늘 김승종
무소속을 향하던 그들의 목소리를 모아 두 가지 원인으로 축약했다.ⓒ시사오늘 김유종

매슬로우(Maslow)는 인간의 다섯 가지 욕구 중 3단계를 소속의 욕구라 했다. 하지만 이를 거스른 이들이 있다. 바로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후보다. 그들은 왜 무소속 출마를 택했을까. 무소속을 향하던 그들의 목소리를 모아 두 가지 원인으로 축약했다.


원인1. 분노

2016년 제20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는 총 934명, 정당은 총 21개다. 그중 무소속 출마자는 133명으로, 이들 가운데 11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11명 중 9명은 당의 공천배제(컷오프)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무소속 출마였다. 여야(與野) 가릴 것 없이 9명 전원 당선 이후 1년 내외로 복당했다.

당시 새누리당에서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의원은 △강길부(울산 울주군) △안상수(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유승민(대구 동구을) △윤상현(인천 미추홀구을) △이철규(강원 동해삼척시) △장제원(부산 사상구) △주호영(대구 수성구을) 등으로 총 7명이다.

“원칙과 기준도 없이 오직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독선에 좌우되는 공천을 받아들일 수 없다.” - 2016.03.15. 주호영 의원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 우위를 지켰음에도 이유 없이 나를 탈락시켰다. 사상은 더 이상 공천 포퓰리즘과 중앙 정치 놀음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 2016.03.17. 장제원 의원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래된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였다. 공천에 대해 지금 이 순간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 이건 정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니고, 상식과 원칙이 아니다. 이는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다.” - 2016.03.23. 유승민 의원 

탈당 의원 7명은 공천 과정을 문제 삼으며, 이를 본인의 무소속 출마 배경으로 꼽았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정부 3년간 쓴 소리를 냈던 유승민계를 포함한 소신파, 비(非)박을 향한 당의 보복을 비판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사정도 비슷했다. 공천 과정에서 제외된 현역 의원은 25명으로, 이중 6명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이후 △이해찬(세종특별자치시) △홍의락(대구 북구을) 등으로 총 2명만 당선에 성공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공당의 결정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 합의된 방식에 따라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 2016.03.15. 이해찬 의원

2016년 총선 결과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이었다. 그러나 선거 이후 새누리당은 혁신 비대위원회가 복당을 허용했고, 선거의 막이 내린 지 64일 만에 7명의 의원이 차례로 복당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122석에서 7석이 추가된 129석을 차지했다. 민주당 또한 5개월 뒤 이 의원이, 다음해 홍 의원이 당으로 돌아왔다.

한편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움직임 역시 2016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천 과정에서 생긴 분노는 그들을 무소속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12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예비후보 2502명 중 무소속으로 등록한 후보는 1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무소속 출마를 이미 선언했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는 여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에서는 △민병두(서울 동대문을), 통합당에서는 △권성동(강원 강릉)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윤상현(인천 미추홀을) △이인제(충남 논산‧계룡금산) △홍준표(경남 양산을) 등이 있다. 이들의 무소속 당선 여부와 향후 복당 여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원인2. 희망

2016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11명 중 나머지 2명은 △김종훈(울산 동구) △윤종오(울산 북구)다. 두 사람은 모두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2014년 산업도시 울산에서 구청장으로 당선됐으며, 통진당 해체 이후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윤종오 전 북구청장은 2017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이 박탈된 상태다.

“나의 선거운동 과정은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노동개악과 농업 말살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노동 진보정치 세력의 대단결, 대통합을 이뤄내겠다.” - 2015.12.23. 김종훈 의원

민중연합당이나 정의당, 노동당 등 진보정당에 합류하지 않았던 두 의원은 2017년 10월 민중당을 창당했다.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꿈꿨던 이들은 민주연합당과의 통합을 이뤄내 민중당에 이르렀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출신 김성식(서울 관악갑)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의 무소속 출마는 2012년 제19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다. 8년 전처럼 그의 무소속 결정에는 ‘정치 개혁’이라는 꿈이 담겨 있다. 

“험난한 길일지라도, 낡은 정치판을 바꾸고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넘어서 정치적 시대교체를 이루는 일에 무소속으로 작은 힘이라도 보탤 것이다. 이 길로 소임을 감당하고자 하며, 정치적 유불리를 좇아 이리저리 곁눈질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 2020.02.05. 김성식 의원

2012년 새누리당 기호 1번을 버리고 무소속 7번을 택한 김 의원. 8년 전 새누리당 쇄신을 주장하며 ‘당신의 소속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던 그는, 2020년 더 나아가 낡은 정치판의 쇄신을 꿈꾸며 또 한 번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10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강삼재 전 의원을 예로 들며, “무소속 출마는 장기적으로 길게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평론가는 “무소속으로 나가서 유의미한 득표를 할 경우, 입지가 넓어지는 등 하나의 스펙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강삼재(경남 마산회원) 전 의원은 1981년 제11대 총선에서 당시 경남 1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1선거구당 2석의 중선거구제 하에서 강 전 의원은 4704표, 3.11%포인트 격차로 2등 안에 들지 못해 낙선했다. 이때 경쟁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1985년 제12대 총선에서 백찬기 전 의원과 함께 신한민주당 복수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후 그는 경남 마산회원구에서 12대부터 16대까지 총 5선을 지냈다.

이처럼 역대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와 당선은 정치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16대 5명, 17대 2명, 19대 3명이었던 무소속 당선자는 18대 25명, 20대 11명으로 두 자릿수에 이르렀다. 공천 과정과 당의 행보에 대한 각자의 정무적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 직면할수록, 당에 소속되기를 거부한 이들이 늘었다. 그리고 2020년, 또 한 번 분노와 희망이 섞인 무소속발(發) 바람이 불기 시작됐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