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숙원 해결에는 중진 ‘노하우’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강남. 누군가에게는 부촌(富村)의 상징으로, 누군가에게는 교육의 메카(Mecca)로 여겨지는 도시다. 그러나 강남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곳을 ‘두 얼굴의 도시’로 기억한다. 한편에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다른 한편에는 무허가 판자촌이 공존하는 지역이 바로 강남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강남을 지역구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강남 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와 다소 결을 달리 한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사기 힘든 고가 아파트와 서민들의 보금자리주택,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이 모두 위치하고 있는 까닭이다. 제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남을을 가져간 데는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다 보니 강남을은 제21대 총선에서도 ‘격전지(激戰地)’로 분류된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보수정당이 독식해온 지역이면서도, 제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전현희 후보의 돌풍을 허락했던 지역이라는 이유다. 특히 이번에는 미래통합당이 외교·안보 전문가이자 ‘정치 1번지’ 종로에서만 내리 3선을 한 박진 후보를 공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이에 <시사오늘>은 선거 일주일 전인 8일 강남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전현희·미래통합당 박진 후보를 만나봤다.
8일 오전 9시. 전현희 후보가 3호선 대청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5번 출구 앞에 자리를 잡은 그는, 출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마스크 위로 드러나는 전 후보의 환한 표정에, 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도 반갑게 화답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전 후보가 (지역구) 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면서 “보수 성향인 저희 부모님도 전 후보가 열심히 일한 건 인정하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남성도 “(전 후보가)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먼저 학교 같은 데 연락을 해서 부족한 게 없는지 묻는다더라”며 전 후보를 칭찬했다.
20여 분 간의 유세가 끝나자, 전 후보는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파이팅!”을 외치며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이동 중에도 시민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던 전 후보와 나눈 짤막한 일문일답이다.
-강남을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제가 이렇게 다녀 보면, 4년 전에 왔을 때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다는 게 느껴진다.”
-지역구 관리에 능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주민들께서 저를 선택해주셨기 때문에 열심히 발로 뛰면서 주민들과 함께하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결같이 열심히 해왔던 걸 높이 평가해주신 것 같다.”
-가슴에 달고 있는 해바라기는 무슨 의미인가.
“같은 맥락으로, 강남 주민들을 태양과 같이 생각하면서 한결같이 강남만을 바라보고 강남을 지키겠다는 의미다.”
-만약 당선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나.
“대립하고 반목하는 정치가 아니라, 소통하고 화합하는 그런 정치를 하고 싶다. 조금 더 정치적인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3선 의원이 된다면, 모두가 함께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8일 오전 8시. 분당선 개포동역 8번 출구 유세차량에서는 가수 영탁 씨의 노래 ‘찐이야’가 흘러나왔다. ‘찐찐찐찐 찐이야~ 박진이야~ 진짜가 나타났다 박진.’ 귀를 사로잡는 노랫말에, 무표정한 얼굴로 출근하던 시민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개포동역으로 들어서던 한 시민은 “가사가 기가 막히네”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찐찐찐찐 찐이야’의 주인공 박진 후보는 8시15분경까지 유세차량 위에서 문재인 정부를 성토했다. 무너진 경제, 무너진 외교, 무너진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정권 심판’에 힘을 보태 달라는 외침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던 한 중년 남성도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문재인 정부가) 세금은 엄청나게 퍼주는 것 같은데 서민들이 살기는 더 어려워졌다”면서 박 후보의 연설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세차량에서 내려온 박 후보는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로 기자를 이끌었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세곡 디지털밸리’의 중심이 될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다음은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 앞에서 박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강남을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확실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크게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진정성과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본다.”
-중진 의원이 강남을에 출마한 데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도 있을 것 같다.
“강남은 대한민국 발전의 명과 암이 다 드러나는 곳이다. 실제로 여기 와보니 화려한 면도 있지만 어두운 면도 있었다. 오히려 잘 사는 강남의 일부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기도 했다. 주민들께서도 3선 국회의원 출신 후보가 (강남을에) 와서 기대된다면서 지역 숙원을 해결해 달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
-만약 당선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지금은 당선되는 게 유일한 목적이다. 하하. 만약에 국회에 들어간다면, 우리 당을 활력 있고 젊은층과 여성들이 지지할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다. 합리적인 보수정당이 돼야 2년 후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다. 국회에 들어가면 많은 분들과 힘을 합쳐서 새로운 보수정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