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여(巨與)의 폭주, 민주주의 ‘버그’일까
[기자수첩] 거여(巨與)의 폭주, 민주주의 ‘버그’일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8.05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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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체제로서 치명적인 결함…” 이유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민주주의에도 버그가 있을까.

버그(Bug)는 프로그램 상 어떤 결함이 일어났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컴퓨터가 작동 면에서 오류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네이버 <열린 연단> 기고를 통해 ‘민주주의 패러다임 변화’를 조명하며 이행과 공고화를 넘어 퇴행되고 있는 민주화된 국가들이 처한 위험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어떻게 종말을 맞이하는가… (중략) 장기간의 민주적 전통이 있고, 경제 발전 수준이 높고, 깊은 사회적 균열이 없는 나라에서 쿠데타에 의한 체제 붕괴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중략) 오히려 민주적 경쟁의 논리가 민주적 침식 과정을 창출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부식이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민주주의를 저변에서부터 약화시키고, 급기야는 다른 체제로 변질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이러한 출현의 체제는 잠재적으로 경쟁적인 선거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개인 권리의 보호 차원에서나 사법부와 행정부의 작동에서 법의 지배가 적용되기 어렵다. 민주주의 체제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갖게 되는 것이다.”
- 최장집 네이버<열린 연단> 기고 中 -

 

민주주의 전개 과정에서도 자체적 오류로 인해 버그가 일어날 수 있음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민주주의가 결함을 갖게 될 때, 그 퇴락의 결과물이 보여주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라는 것. “제도적 절차를 초월한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주도하는 포퓰리즘이거나, 정당 정치의 당파적 퇴락 내지 경쟁적인 정당 정치가 퇴화하는 결과물”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최 교수는 정당 정치 퇴락에 주목했다.  “만약 우리가 한국에서의 민주주의가 퇴락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정당 정치 퇴락)이 유형일 것”이라며 “정상적인 정치 상황이라면 자유주의적 헌법적 민주주의는 정당들 간의 정치 경쟁이 대략 균형적 상황이라는 조건에서 이뤄진다. 민주주의는 경쟁하는 정당들 간의 균형 상태를 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것이 깨질 때다. 그리 되면 “정치적 경쟁 상태는 무너지게 된다”며 “단일한 세력에 의한 정치 세력화가 압도적으로 성공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고 경고했다.

요즘 정국이 연상되고 있다. 민주주의에 나타난 버그 현상인지, 불가피한 후퇴의 시대적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폭주 기관차와 같은 거대여당의 단면이 떠오르고 만다는 견해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176석의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국민에 집값 폭등, 세금 폭탄을 안긴다”며 반발했지만 임대차 3법을 강행처리했다. 이달 3일에는 상임위 소관부처 업무보고와 소위원회 심사, 찬반 토론 절차 등을 생략한 채 종부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법안 10여건을 단독 상정하고 표결 처리했다. 또 다음날에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해서는 봉쇄하는 대신 야권을 겨냥한 표적수사가 될 거라는 우려가 있다며 야당의 비토를 샀던 공수처 후속3법 역시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시대적 소명,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며 쪽수의 힘을 빌려 밀어붙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는 탄식도 높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긴급 의총 후 “유신 시대에도 없던 일”이라 일갈했고, 다음날(31일)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두환의 신군부 독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작심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일 페북을 통해 “입법 독재 아니면 뭐냐” 반문했고,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페북을 통해 “견제 받지 않는 거대 권력의 탄생으로 그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지금 일부 민주당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나 민주주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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