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메리어트 호텔 공사… 동대문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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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메리어트 호텔 공사… 동대문 무너지나?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05.08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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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하수·지하철 등 흥인지문 위험요소
문화재청 ˝안전하다˝는데, 면밀검토했나?
전문가들 ˝지반 약한데… 붕괴 위험 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대한민국 보물 제1호 흥인지문(동대문). 주변을 달리는 차량, 지하철, 지하수 등 동대문을 둘러싼 환경과 더불어 인근에 새로 지어지는 JW메리어트 호텔(시공사 : GS건설)로 인해 한국의 보물이 위협받고 있다.  

흥인지문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지난해 부터다. 흥인지문은 현재 보호막이 쳐진 채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지붕의 일부가 붕괴된 것을 지나가는 시민이 발견, 이달 중순까지 보수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보다도 흥인지문이 불안해 보이는 것은 바로 지척에서 진행되는 공사 때문이다. 흥인지문 앞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인근 공사터에서 지반을 부수는 암반 발파작업 소리와 함께 미세한 진동이 전해져 온다.  

▲ 서울 종로구 소재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의 지난 2009년 모습. ⓒ뉴시스

60m 거리 발파공사, 지반에 문제 없다?

흥인지문에서 불과 60m 가량의 거리, 옛 동대문쇼핑센터 주차장 부지에는 지상 10층, 지하 6층 규모의 JW메리어트호텔이 세워진다. 지난해 11월부터 신축공사가 시작됐고, 2월부터는 지하 터파기를 위한 발파작업이 행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으로 흥인지문의 안전이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화재청은 허가에 앞서 현상변경허가에 따른 문화재위원 소위원회를 2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또 지하굴착시 지반의 붕괴를 방지하면서 굴착하는 슬러리월(Slurry Wall) 공법으로 시공하는 등의 조건으로 공사를 허가했다. 그러나 허가 전 흥인지문만의 특성과 지형 환경을 고려한 면밀한 검토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나마 공사가 진행되고 지난 2월에는 발파진동에 대한 영향평가가 있었다. 평가 결과 공사 현장의 진동은 10회 발사 시 최대 속도 0.12cm/sec(1초에 진동의 여파가 미치는 거리)인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문화재청이 제시한 발파 진동 기준인 0.15cm/sec 와 근접한 수준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흥인지문은 공공기관 발파허용 기준인 0.2cm/sec보다 낮은 0.15cm/sec를 기준으로 계측·관리중에 있다”며 “발파에 따른 진동측정 결과값이 기준범위 이내로, 현상태에서 안전성에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JW메리어트호텔의 시공을 담당하고 있는 GS건설도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문화재청의 소견에 따라 공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해당 공사는 2014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영향평가도 공사 현장의 발파 진동에 대한 영향검토일 뿐, 흥인지문 주변의 여려 환경요소를 고려한 안전평가는 아니다. 흥인지문은 주변 지하수와 교통시설 등으로 지반이 약해져 있는 만큼 보다 면밀하고 장기적인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

또 전문가들에 따르면 진동이 계속될 경우 충격이 흡수되지 않고 지반에 남아 불균형 지반 침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럴 경우 흥인지문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흥인지문의 정밀 구조안전진단을 하고, 정밀 진단 결과에 따라 전면 해체 보수를 시행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지하수·지하철 등 흥인지문 안전 위협

흥인지문의 안전 문제는 지난해부터 제기됐다. 지난 여름 강한 폭우로 지붕의 일부가 유실된 것이 계기가 됐다. 흥인지문은 전체 용마루와 내림마루에 균열이 발생하고 그 사이로 잡풀이 자라나 있는 상태였다.

당시 흥인지문 붕괴 여부 조사에 나선 황 소장은 “흥인지문의 용마루에 균열이 발생한 뒤 틈 사이로 풀씨가 날아들고, 진흙의 양분으로 풀이 자라면서 뿌리에 의해 틈이 더 벌어졌다”며 “비가 많이 온 후 그 틈새로 물기를 머금고 있던 내림마루 일부가 붕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흥인지문의 지붕 붕괴가 비단 폭우 때문만은 아니라며 그밖에 위험요소를 설명했다. 황 소장은 “흥인지문 일대(연지동-蓮池洞)는 예부터 늪지대였지만 오늘날은 주변 빌딩공사로 지하수가 고갈돼 땅 속에 공간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또 흥인지문 아래를 통과하는 세 개 노선의 지하철, 흥인지문 주변을 달리는 차량의 진동도 흥인지문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또 “원래 우리나라 기와나 용마루의 석회질이 강한 곳은 생물이 자랄 수 없는데 보수공사 10년 만에 지붕이 붕괴되고 풀이 자랐다는 것은 부실재료를 쓴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생석회와 백토를 부족하게 시공해 공사비를 착복한 부실공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화재청의 입장은 다르다. 문화재청 측은 ‘흥인지문의 상태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 상태에서 흥인지문의 안전에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흥인지문 인근에 대형 호텔의 신축공사를 허가한 것도 이같은 판단에서다. 

하지만 황 소장은 “주변 건물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흥인지문 주변 지하 상태를 측정하는것은 물론, 흥인지문과의 연관성 조사해서 총체적인 대책을 세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계당국의 각별한 관심이 미리 준비돼야…

이 가운데 서울시는 7일 오는 2015년까지 한양도성의 성곽 전 구간이 완전히 연결하는 ‘한양도성 보존ㆍ관리ㆍ활용 종합계획’을 확정, 시행해 나가기로 했다. 또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방안도 추진했다.

흥인지문 북측 21m는 복원이 예정돼 있으나 사유지 4㎞와 도로 1.1㎞ 등은 미복원 구간으로 남아있다. 서울시는 미복원 구간에 대해 도로 상부 또는 바닥에 성곽 모습을 형상화하거나 성곽 흔적 표시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끊어진 성곽을 모두 이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반기에 한양도성 전담조직인 ‘한양도성도감’을 신설하고 ‘도제조’를 책임자로 임명할 계획이며,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내에 한양도성 박물관과 연구소도 설립키로 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흥인지문 주변 개발에 따른 문화재 훼손 위험 등으로 무색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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