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왕뚜껑’은 ‘왕뚜껑’ 아니다?…팔도, 왕뚜껑 봉지면 미스테리
‘더왕뚜껑’은 ‘왕뚜껑’ 아니다?…팔도, 왕뚜껑 봉지면 미스테리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1.08.04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봉지면 '왕뚜껑' 출시 관련 보도자료에서 사라진 '더왕뚜껑'
'더왕뚜껑'은 이름만 왕뚜껑…시장 안착 고전에 새 봉지면 제품 출시한듯
리뉴얼 '왕뚜껑' 봉지면, 얇은 면발로 맛 구현 집중…봉지면 라인업 강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더왕뚜껑과 왕뚜껑 봉지면 ⓒ팔도

팔도가 용기면 ‘왕뚜껑’을 활용한 두 번째 봉지라면을 출시했다. 팔도는 이미 2018년 왕뚜껑을 봉지면으로 재해석한 ‘더왕뚜껑’을 내놓은 바 있어 일각에서는 더왕뚜껑의 시장 부진이 ‘리뉴얼 신제품’을 내놓은 핵심 이유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더욱이 팔도 측에서 이번 제품을 선보이면서 전작인 '더왕뚜껑'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추측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3일 팔도는 ‘왕뚜껑 봉지면’을 출시하고, 왕뚜껑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빨간 국물라면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관련 보도자료에서 팔도 측은 "국내 대표 용기면 왕뚜껑을 재해석한 왕뚜껑 봉지면을 새롭게 선보인다"며 "용기면의 얇은 면발과 국물 맛을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푸짐함과 면발의 쫄깃함을 살린 게 특징"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자료에서는 팔도가 2018년 선보인 왕뚜껑 봉지면인 '더왕뚜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자사 기존 봉지면 대비 얇은 면발을 적용했다. 두께를 줄인 면발이 얼큰한 국물과 잘 어울린다"는 설명만 있을 뿐이다. 여기서 '자사 기존 봉지면'이라는 게 더왕뚜껑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다른 제품을 뜻하는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더왕뚜껑의 존재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이번 제품이 왕뚜껑 봉지면 첫 제품이라고 오인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팔도 측은 본지 취재가 들어가서야 똑같이 왕뚜껑 이름을 땄지만 3년 전 선보인 왕뚜껑 봉지면 더왕뚜껑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이름도 다르지만 두 제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맛이라는 게 팔도의 설명이다. 기존 출시된 더왕뚜껑은 순한 맛이고 이번에 내놓은 더왕뚜껑은 대중적인 빨간라면의 얼큰한 맛이다. 팔도 관계자는 “기존 왕뚜껑 봉지라면은 이름은 왕뚜껑이지만 맛은 기존 왕뚜껑과 닮아있진 않았다”며 “이번 신제품은 굉장히 매운 맛은 아니지만 시중에 있는 국물라면처럼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상당하다. 팔도는 이번 왕뚜껑 봉지면 제품 관련 보도자료에서 "반죽에는 양배추, 표고버섯, 마늘, 대파 등 야채 추출물을 가미해 풍미를 살렸다"고 소개했는데, 이는 2018년 더왕뚜껑 관련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당시 팔도는 더왕뚜껑에 대해 "반죽에는 마늘, 대파, 양배추, 버섯을 고온에서 우린 추출물을 넣어 풍미를 살렸다"고 소개한 바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3년 전 내놓은 더왕뚜껑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점을 염두에 두고 팔도에서 마치 왕뚜껑 봉지면 제품을 첫 출시한 것처럼 의도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더왕뚜껑은 출시 당시 왕뚜껑을 봉지면 형태로 내놓은 첫 제품으로 주목받았지만 혹평도 적지 않았다. 순한 라면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기존 왕뚜껑의 맛을 기대하고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평이 주를 이룬 것이다. 왕뚜껑이라는 브랜드로 호기심 자극에는 성공했지만 꾸준한 구매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회사 측은 이 같은 피드백을 반영해 이번 왕뚜껑 봉지면은 무엇보다 기존 용기면 맛 구현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특히 더왕뚜껑보다 얇은 면발을 적용했다. 실제 더왕뚜껑 구매 후기를 살펴보면 면발이 굵어 용기면 특유의 맛이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냄비로 조리하는 방식에 맞춰 전분 함량을 조절해 면의 쫄깃함도 높였다. 용기면과 동일하게 끓는 물에 3분이면 조리도 완료된다.

이 같은 해명과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더라도 팔도가 소비자들의 혼동을 야기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팔도의 한 관계자는 “더왕뚜껑도 생산을 계속 할 계획”이라면서도 “소비자들 사이 제품 간 혼동이 있으면 판매량을 보고 판단할 것 같고 지금 단계에선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팔도는 왕뚜껑 봉지면 출시를 시작으로 봉지라면 투자를 강화할 전망이다. ‘팔도비빔면’, 용기면 ‘도시락’ 등이 대표 효자 상품인 반면, 틈새라면, 참깨라면 등이 매니아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농심 ‘신라면’, 오뚜기 ‘진라면’ 등 경쟁사 대비 대중적인 봉지라면 라인업은 약한 상황이어서다.

또한 기존 스테디셀러인 비빔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느 때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비빔면의 경우 아직까지는 계절면의 인식이 강한 데다 최근 경쟁사들이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1위 점유율 지키기에도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팔도는 향후 봉지라면 브랜드 강화에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왕뚜껑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신제품은 이름만 왕뚜껑이었던 기존 봉지라면과 달리 맛에 중점을 두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앞선 관계자의 말처럼 소비자 반응에 따라 기존 봉지면 더왕뚜껑이 정리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담당업무 : 식음료, 소셜커머스, 화장품, 패션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편견없이 바라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