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정운찬 전 총리는 삼성과 싸운 사람으로 유명하다. 동반성장위원장 시절 그는 대기업에 맞서며 중소기업을 대변했다.
양극화 문제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지금 그의 이같은 경력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 전 총리가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후보로 자주 거론된 것도 그런 이유다.
당시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정 전 총리가 한나라당 후보로 최적격임을 주장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정운찬 카드'가 한나라당으로서는 최상의 카드라는 분석이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내 역학관계가 그의 한나라당 진입을 막았던 것이다. 선거 결과,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 격인 박원순 후보에게 패배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 전 총리가 나왔다면 한나라당이 승리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런 정 전 총리가 대권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19일 그가 동반성장연구소 설립식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빌딩에서 갖는 것과 맞물려서다.
그는 "독점과 독식이 지배하고 기회가 불공평하게 주어지는 사회에서는 미래를 위한 지속 성장의 동력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정 전 총리는 "우리 사회는 지금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면서 "세대 간, 계층 간, 노동 간, 지역 간 불균형과 양극화를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반성장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시대의 과제"라면서 "이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들고 이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고도 말했다.
정 전 총리가 적어도 박원순 급 이상의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또, 그는 이미 지난 2007년 대선 당시부터 출마설의 중심에 있었다. 게다가 국무총리 청문회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 검증까지 된 인물이다. 여기에 기존 정치에 아직 물들지 않은 참신함도 있다. 그의 이번 연구소 설립은 이처럼 만만치 않은 인물이 연말 대선전에 뛰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의 대선 출마는 여권 내 비(非)박근혜 전선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정 전 총리는 세종시 문제 등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와 대립 관계에 놓여 있다. 만약, 그가 삼성과 싸우 듯이 박 전 대표와 붙는다면 볼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러모로 정 전 총리는 박 전 대표에게 불편한 존재임에 틀림없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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