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적합한 ‘다당제 모델’에 대한 제언 [북악포럼 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우리나라에 적합한 ‘다당제 모델’에 대한 제언 [북악포럼 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2.05.20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온건 다당제의 길부터 
의원내각제와 결선투표제 등 권력 구조 개편 
선거제 개편 중심으로 다당제 적합 모델 ‘주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우리나라에 적합한 다당제 모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시사오늘>은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전 국회의원,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신용인 제주대 로스쿨 교수의 제언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채배 전 국회의원은 17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자로 나서며 정치개혁을 하려면 다당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채 전 의원이 강연을 마친 뒤 한 정치제도에 대해 묻는 한 대학원생과 이야기하고 있다.ⓒ시사오늘
더불어민주당 채배 전 국회의원은 17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자로 나서며 정치개혁을 하려면 다당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채 전 의원이 강연을 마친 뒤 한 정치제도에 대해 묻는 한 대학원생과 이야기하고 있다.ⓒ시사오늘

지난 17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자로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전 국회의원은 양당제의 문제점을 전하며 다당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정치는 승자독식 구조의 폐단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극한 대결의 정치, 갈라치기 정치, 발목 잡기, 내전과 같은 양상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국민은 최선은 고사하고 최악을 피하고자 차악을 택합니다. 그 결과 양당제 안에서의 1, 2당은 적대적 공생 관계의 지위를 누리며 누가 더 못하는지를 경쟁합니다. 국가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해내기 어렵다는 것이 채 전 의원의 지적이었습니다.

양당의 기득권을 깨기 위해선 힘의 분산이 필요합니다. 다당제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가치 중심의 정당들이 생겨나야 합니다. 힘 있는 3정당도 요구됩니다. 2016년 총선을 통해 원내교섭력을 갖게 된 국민의당이 정당 간 의사결정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적 대안을 만들어갔습니다. 잠시 반짝했던 시간을 지나, 없는 정당이 됐지만 말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현실적 방안 


어떤 다당제 모델이 적합할까요. 권력 구조를 개편할 수도 있고 선거제를 고칠 수도 있습니다. 다당제라는 화두를 던져준 채 전 의원이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이하 연비제)부터 들여다보겠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국민의 지지와 의사에 따라 국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연비제입니다. 의원내각제를 하는 대표적인 독일 같은 나라가 이 선거제를 하고 있습니다. 연비제를 하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일례로 작은 당이라도 그 당에서 표방하는 이념이나 정책에 대해 국민 5%가량의 지지를 얻으면 국회의원 300명 의석 중 5%인 1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시킬 수 있습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으로 나눠 생각하면 이런 계산도 나옵니다. 예로 정당 득표율 30%를 얻은 정당이 있다고 칩시다. 300석 의석의 30%인 90석을 먼저 배정받게 됩니다. 이 정당에서 지역구를 통해 당선된 수가 80명이라고 한다면 앞서 배정받은 90석(정당 득표율 의석)에서 80석(지역구 의석)을 뺀 나머지 10석에 대해 비례대표 의석을 주는 겁니다. 

 

국민의당의 예로 보는 비례제 의석수 


다당제로 가야 승자독식의 정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정치권 안팎의 주장에 주목해 본다. 선거제 개편과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모색해 본다.ⓒ연합뉴스
다당제로 가야 승자독식의 정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정치권 안팎의 주장에 주목해 본다. 선거제 개편과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모색해 본다.ⓒ연합뉴스

20대 총선 시절 국민의당이 얻은 의석에 해당 계산방식을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의석수는 훨씬 늘어납니다. 그 시기 국민의당은 27% 가까운 정당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300석의 27%는 81석입니다. 국민의당이 얻은 지역구 의석은 25석이었습니다. 81석(정당 득표율 의석)에서 25석(지역구 의석)을 빼면 56석이 됩니다. 만약 이 같은 연비제로 적용됐다면 국민의당은 56석의 비례대표를 추가로 얻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비제가 아니었기에 지역구+비례 합해 38석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기는 했습니다.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앞서 언급된 연비제와 달리 준연동형 비례제는 현행 의석을 유지한 채 진행됐습니다. 지역구 의석(253석)도 안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수(47)도 안 늘린 선에서 30석에 대해서만 연동형 캡을 씌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성정당이라는 꼼수 정당의 출현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일련의 문제점들을 제거해나간다면 선거제 개정만으로도 다당제 정치를 열어갈 수 있다는 제언입니다. 

 

온건 다당제 길의 합리적 모색  


비례대표제 기준을 정함에 있어 온건 다당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채 전 의원 강연이 끝난 뒤 다당제 방안에 대해 학자들로부터 조언을 얻었습니다. 

온건 다당제는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의 제언입니다. 견해에 따르면 정당 수가 너무 많아도 문제입니다. 합의도 안 되고 말도 많고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다당제 피해가 극심했던 나라가 바이마르 공화국, 전후 이탈리아 등입니다. 9~10개월에 걸쳐 정부가 바뀔 정도로 불안정하고 이합집산이 일어났습니다. 극심한 다당제는 지양돼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온건 다당제가 잘 작동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독일을 들 수 있습니다. 다당제를 하려면 비례대표제로 가야 하는데 독일은 정당 득표율 5%를 얻어야 의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웨덴은 4%입니다. 3%가 기준인 우리보다 문턱이 높습니다. 독일을 예로 들면 이런 방식으로 4개 정당 정도 시작해 연립정부를 구성해나갔습니다. 

권력 구조와의 연계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온건 다당제하에서 의원내각제, 온건 다당제 하에서 대통령제일지 등을 놓고 따져봐야 합니다. 실험적으로는 온건 다당제와 의원내각의 병행이 있겠습니다. 

 

 의원내각제 방안은 권력 구조 개편 문제 


권력 구조를 바꾼다면 의원내각제야말로 다당제에 최적화된 방법입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다당제를 하려면 어떤 제도가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에 “의원내각제를 하면 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제하에서는 다당제인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190여 개국 국가에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들은 많지만, 그중에서 잘사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뿐입니다. 개발도상국 중 대통령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대통령제를 하다 보면 양당제로 고착되기 쉽다는 점입니다. 유력 대선후보가 없을수록 정당은 도태돼 양당제로 굳어지고 맙니다. 미국만 해도 제3후보가 대통령 된 적이 없습니다. 버니 샌더슨조차 무소속으로 있다가 대선 때만 되면 민주당에 들어가 경선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만큼 대통령제하에서는 다당제를 펼치기 어렵습니다. 

다당제를 위해서는 내각제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내각제인 나라는 영국 양당제 하의 내각제만 빼면 다 다당제입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이 모범 사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주로 선진국에서 많이 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도 국민 수준상 내각제를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는 진단입니다. 

 

결선투표제 방안과 개헌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다당제를 고려한다면 결선투표제도 한 방법입니다. 신용현 제주대 로스쿨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게 되면 당선 가능성이 없는 정당들도 캐스팅 보트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선에 참여한 3, 4, 5위 정당들도 결선투표를 한다면 1, 2등과 연대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연합 공동 내각 등 다당제 안에서도 충분히 협상이 가능해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신 교수는 “권력 분립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제도”라며 “다만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