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합리적 진보주의자로 불리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을 향해 '기회주의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장기표 대표는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어느 대학의 강연에서 유신헌법의 독재성과 유신독재시절의 어용재판을 질타한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어 칭송받고 있다"며 "한마디로 가관"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유신헌법에 기초해서 어용재판을 한 당사자인 터에 자신의 잘못은 감춘 채 남의 이야기하듯 당시의 유신헌법과 어용재판을 질타하니 위선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이어 "위선도 문제지만 기회주의는 더 큰 문제"라며 "유신시절에는 유신독재정권에 붙어서 영화를 누리고 민주화시대에는 유신시절의 어용재판을 질타해서 민주투사로 대접받고자 하니 기회주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엄격히 말하면 반성하며 살아야 할 사람이 영웅행세를 하니 불의의 극치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장 대표는 "우선 2010년 대법원에서 긴급조치에 대해 위헌판결한 것을 두고 이 씨는 '사법부의 원죄를 씻는 것이었다'고 했는데, 민주화시절에 그런 판결을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또 어떤 점에서는 시세에 영합한 재판일 수도 있는 터, 그런 판결을 두고 '사법부의 원죄를 씻는 것이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민주화가 됨으로써 유신헌법이든 긴급조치든 반민주적인 법률임이 확인된 터에 사법부가 나서서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자다가 뒷북치는 일일 뿐"이라며 "더욱이 민주화시절에 과거의 어용재판에 대한 진정한 참회의식이 없이 우쭐대면서 이런 판결을 하는 것은 뻔뻔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장 대표는 "이 씨는 이 강연에서 '긴급조치에 대해 피고인들은 위헌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적법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하면서 '국민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고 했지만 믿기 어렵다"며 "국민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면 유신독재정권에 약간의 항의라도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했다는 말은 없으니 말이다"고 적었다.
그는 아울러 "더욱더 가관인 것은 유신헌법제정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감시당하면 어쩌나 싶어 위를 보면서 부(否에 찍었는데 91.5%로 통과됐다. 백성이라는 게 너무 한심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 대목"이라며 "박정희정권이 발표한 91.5%의 찬성은 그야말로 조작된 수치였고, 이것은 그 당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이 씨는 마치 91.5%의 국민이 찬성한 양 말함으로써 유신헌법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으니, 규탄을 넘어 단죄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백보를 양보하여 이 씨의 주장대로 국민의 91.5%가 유신헌법의 제정에 찬성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강압에 의한 것이 명백한 터에, 그것을 두고 '백성이라는 게 너무 한심하다'고 말하는 것은 건방지기 그지없는 말임은 물론 반민주적인 의식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며 "이 씨같이 법치주의의 수호를 위해 신명을 바쳐야 할 법관조차 '감시당하면 어쩌나 싶어 위를 보면서 부에 찍었는데', 일반 국민들이 부에 찍지 않았다고 해서 '백성'이니 '너무 한심하다'느니 하면서 비난한 것은 파렴치의 극치일 뿐"이라고 썼다.
장 대표는 특히 "이 씨는 지난 2000년도에 대법관을 퇴임하고서 5년간의 변호사생활에서 무려 400여건을 수임하여 약 50억 원의 수임료를 받아 경비와 세금을 공제하고 무려 22억 원의 순수익을 오렸다는데, 이런 사람이 어떻게 사법정의의 구현을 생명으로 하는 올바른 법조인일 수 있겠나"하고 반문했다.
그는 "대법관까지 지냈으면 변호사개업을 하지 않는 것이 옳았고, 만약 개업을 한다면 돈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법정의의 구현을 위해서 변론했어야 마땅하다"며 "한마디로 속물 법조인이 아닐 수 없다"고 규정했다.
장 대표는 이 글에서 "보도에 의하면 이용훈 씨는 지금 고려대학교 석좌교수라고 한다"며 "대법원장을 지낸 사람이 대학교수직을 맡는 것도 난센스이거니와, 이런 사람을 교수로 영입한 고려대학교의 반교육적 처사도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용훈 씨 같은 사람을 칭송하는 이런 수준으로는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기 어렵다"며 "민주세력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좌우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