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종시 발언´, 보수논객에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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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세종시 발언´, 보수논객에 물어보니…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2.10.22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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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지금 입장표명 곤란하니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 21일 충남을 찾아 "저는 세종시를 지키기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맞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이제 와서 저에게 '숟가락만 얹었다'고 비난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최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세종시 공적을 놓고 다투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사실상 자신의 과거 세종시 행보를 자랑한 셈이다.

이에 대해 TV토론에 자주 등장, 인지도가 상당한 유명 보수논객에게 22일 전화를 걸어 입장을 물어봤다. 이 논객은 세종시에 줄곧 반대해온 인사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세종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연히, 그에게서 박 후보에 대한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적어도 '세종시가 행정효율을 떨어뜨리는게 자명한 만큼 박 후보가 그렇게 자랑하는 듯한 모습을 비치는 건 옳지 않다'는 수준의 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장표명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세종시에 대해 얘기하면 보수층 결집을 도모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였다.

박근혜 후보의 최근 세종시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지만 연말 대선에서 보수우파의 승리를 위해선 침묵할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이 전화기 너머로 그대로 느껴졌다.

▲ 국무총리실이 세종시로 옮겨가는 등 행정부처 이전이 본격화 된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세종시 공적'을 놓고 다투는 모습이다. ⓒ뉴시스
현재 박근혜 후보 캠프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도 이 논객과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김 본부장도 대표적인 세종시 반대론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종시가 옳지 못하다는 것은 알면서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처량한' 입장에 처해있다.

김 본부장 외에 조윤선 선대위 대변인도 세종시에 반대,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세종시와 관련해 입을 열기 어려울 것이다.

이날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최근 박 후보의 세종시 발언에 대해 "사실관계는 맞다"며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한 1등 공신은 박근혜 후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박 후보가 세종시 수정을 추진한 이명박 대통령과 전면적으로 맞서지 않았느냐"며 "지난 2010년 당시 민주당과 선진당도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했지만 박 후보가 없었다면 수정안은 통과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박근혜-문재인 간 세종시 다툼에 대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측이 박 후보를 향해 '세종시에 숟가락 하나만 올려놓았다'는 식으로 말하며 먼저 도발했다"면서 "충청민들은 (누구의 공이 많은지) 잘 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도 세종시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또 소위 비(非)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된다. 그 만큼 박 후보의 최근 발언에 대해 비판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저 현 상황에 대한 얘기에서 그쳤다.

아무래도 올 연말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세종시가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얘기가 정치권에서 더이상 나오지 않을 듯싶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게 작금의 정치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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