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없는 ‘후보 단일화’, 대국민 사기극?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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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 없는 ‘후보 단일화’, 대국민 사기극?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3.24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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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P 연대·노무현-정몽준·문재인-안철수까지
‘선거 승리’ 위한 단일화일 뿐…이후 결별 수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김유종 기자)
<시사오늘>은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한 단일화가 후에 결별 수순을 밟은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김유종 기자)

김대중-김종필, 노무현-정몽준, 문재인-안철수.

이들은 모두 선거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진행했습니다. ‘선거 승리’라는 목적 앞에서 함께 머리를 맞댔지만, 초기 목적을 달성한 뒤엔 결별 수순을 밟았습니다. 

1997년 DJP연합.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은 충청 기반이 탄탄했던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과 연합해 외연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두 사람은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연립정부 구성을 약속하고 단일화합니다. 민정계 출신 박태준(TJ)을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DJ는 줄곧 붙어있던 ‘빨갱이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약속대로 JP가 총리로 임명됩니다. 하지만 집권 2년 차에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내각제 개헌을 두고 이견을 보입니다. 이후 내각제 개헌 약속이 파기되고 햇볕정책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달리하자 두 세력은 완전히 갈라섭니다. 

2002년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 약속은 16대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 파기됩니다. 노무현은 새천년민주당 내 경선에서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켜 대선에 출마하지만, 대한 축구협회장으로서 한일 월드컵 유치에 역할 하며 대선주자로 떠오른 정몽준을 맞닥트리게 됩니다. 

노무현·정몽준 두 사람은 정책이나 걸어온 노선에 차이가 있었지만, 야당의 이회창을 이기기 위해선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협상에 돌입합니다. 

노무현은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정몽준 측에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 후보를 결정할 것을 제안하고, 여론조사를 거쳐 노무현이 최종 후보로 확정됩니다. 하지만 정몽준은 선거일 하루 전날인 12월 18일 지지 철회를 선언합니다. 선거 치르기도 전에 단일화가 파기된 겁니다. 정몽준은 이후 한나라당에 입당해 대표까지 지내며 보수 정당에 몸담았습니다. 

2012년 안철수와 문재인. 18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선 박근혜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상태였습니다. 그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안철수가 대항마로 등장합니다. 안철수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박원순을 지지하며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올랐습니다.  

2012년 9월 19일, 안철수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나서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과 단일화 논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단일화 협상 내내 삐걱대던 두 사람은, 선거를 한달 여 앞두고 안철수가 후보직에서 물러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룹니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은 더불어민주당, 안철수는 국민의힘에 몸담으며 다른 길을 걷습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과거 단일화는 선거 승리만을 위한 연합이었다. 정당이라는 것은 뜻을 같이하는 가치를 가지고 함께 머리를 맞대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인데, 단순 승리만을 위한 단일화는 선거에서 이길 수는 있을지언정, 길게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승리를 위한 단일화는 이제 약효를 다했다고 본다. 국민 눈에도 식상한 방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정 평론가는 “합당을 통한 지형을 넓힌 단일화는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는데요. 

정치권을 뒤흔든 정계 개편 사례 중 하나인 3당 합당을 살펴보면,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종필의 공화당이 힘을 합해 1990년 창당한 민주자유당은 세력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는 와중에도 당을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했습니다. 

강성보수 이미지가 강했던 TK(대구·경북) 중심의 민정계는 군부 독재의 후예였고, PK(부산·경남) 중심의 민주계는 군부 독재와 맞서 싸운 민주화 투사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두 세력의 헤게모니 싸움은 당내 긴장감을 형성해 극단파의 목소리가 커지거나 당이 수구화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형성된 보수 연합은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집니다.

가장 최근 이뤄진 단일화로는 20대 대선에서 ‘정권 교체’라는 목표 아래 힘을 합한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 단일화가 있습니다. 접전 끝에 0.73% 득표율 차이로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 안철수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은 국민의힘과 합당합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캠프 측과 대통령실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안 의원은 당대표 경선 패배를 받아들이고 최근엔 ‘노동 개혁’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부의 3대 개혁 추진 지원에 나선 모습입니다.

정 평론가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 “합당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태, 그것도 홀로 당에 들어와 여당 전당대회에서 23% 지지를 받은 것은 큰 성과라 볼 있다. 국민의당에 남은 채로 단일화만 했다면 지금 같은 존재감이 나타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대선 주자로서 행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 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봤습니다. <시사오늘>은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한 단일화가 후에 결별 수순을 밟은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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