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분야에선 국론 통일 이뤄지는 모습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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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분야에선 국론 통일 이뤄지는 모습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6.30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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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수능’에 원칙적인 공감대”
“조 서울시교육감도 킬러 문항 배제에 동의”
“이 카이스트 총장, 만점 3백 명 나와도 된다”
“쏟아지던 비난, 금세 사그라드는 분위기”
“결혼까지 막는 사교육 열풍, 가라앉혀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위한 대책과 수능 '킬러문항' 공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위한 대책과 수능 '킬러문항' 공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교육 개혁 방안에 대해선 그동안의 비난 여론이 금세 가라앉는 모습이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마다 거센 반대가 잇따르던 것을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할 정도다. 쉬운 수능, 사교육 정상화 제안이 이곳저곳에서 나오며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제안자가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이 총장은 조선일보 기고를 통해 수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내놓으며 뚜렷한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진보 진영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쉬운 수능과 사교육 근절에 대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시, 진영을 초월한 사교육 바로잡기가 대세가 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 총장의 명쾌한 ‘수능 정리’ 

‘괴짜 교수’로 잘 알려진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수능의 방향에 대해 한마디로 큰 방향을 제시했다. “만점 300명이 나와도 된다.”

그는 우선 인공지능(AI) 시대에 맞게끔 창의력 있는 인재 양성에 교육정책의 방향을 맞추자고 제안했다. 책상물림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학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총장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의 교육열과 관련,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둔 대한민국에서 역시 교육열처럼 소중한 것도 없다며 교육열의 소중함을 평가했다. 이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해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어 AI의 진격이 코앞에 와 있는데, 우리는 아직 수능 킬러 문제 수준의 담론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며 킬러 문항을 둘러싼 논란 전반을 직격했다. 마치 40여 년 전에 컴퓨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도 암산이나 주판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논쟁하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비유는 수능 논란을 지속해 온 우리 모두에게 할 말을 잃게 한다.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잠깐 이 총장을 소개한다. 그는 1999년 방영한 SBS TV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천방지축 교수’로 불렸던 한 교수의 실제 모델이었다.

그는 변별력 논쟁은 수능으로 모든 평가를 대신하려 하므로 생긴 문제라고 지적, 수능은 기초학력 테스트에 만족하고 그다음은 대학별 교육철학에 맞는 입시를 하게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수능은 어려울 필요가 없다. 당연히 교과서 범위 내에서 내야 한다. 최근 3년간 자료를 보면 만점자는 약 0.0007%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미국의 SAT는 170만 명이 응시하여 천 명 이상이 만점을 받아 약 0.07%에 이른다. 100배 차이가 난다. 미국처럼 생각하면 우리나라에 만점자 300명이 나와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미국 SAT가 이렇게 쉬워도 잘 작동하는 이유는 SAT의 역할이 기초학력 테스트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 총장의 주장이 최근의 수능 논란과 관련, 핵심을 찌르는 내용들이어서 다소 길게 인용해 봤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사교육 비정상 모두의 책임”

조 교육감은 자신의 SNS에 “저 역시 초등학생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사교육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하며 “수능 개혁 논의는 몇몇 킬러 문항 파동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이 같은 전제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한 발 더 나간 대입시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또 “교육 사안은 정치 진영 간의 투쟁이나 수사를 통해선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며 “‘킬러 문항’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갖고 여야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근원적 해법에 대한 확실한 합의책을 내자”고 말했다. 진보 진영 교육감의 발언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대학 입시 준비는 공교육만으로 충분해야 한다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교육 개혁의 최소 합의”라거나 “야당 역시 ‘킬러 문항 배제’가 대선 공약이었고, 킬러 문항 방지법이 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상태”라면서 “야당도 정치적 공방 소재로 삼기보다 이를 ‘공통분모’로 만들어 차분하게 교육 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라는 말은 윤 정부의 교육부 장관과  맥을 같이 말로 받아들여진다. 교육개혁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자기반성’까지도 곁들이고 있어 진정성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준다.  “사교육 문제 해결 없이 저출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라며 “심각한 사교육 문제는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저를 포함한 어른 세대 전체에 책임이 있다”라며 “서울 교육감으로 세 차례나 시민 선택을 받은 저 역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마음이 무겁다. 초등학생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사교육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남다른 교육열’이 순기능으로 작용하게

윤 정부의 킬러 문항과 사교육 시장 제재에 대해서는 야당도 이제 순한 모습이다. 하긴 수많은 학부모들의 표심을 생각한다면 반대하기가 망설여질 거다. 윤 대통령이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서 전 정권을 겨냥,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자 일제히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는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역시 교육 부문에 대해서는 공격을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 

일타강사나 강남 일대의 유명 학원들도 잠깐 반발 기미를 보였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하긴 노조처럼 조직화, 세력화한 집단은 아니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나, 표심 차원에서나 윤 정부는 이번에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유태인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소문나 있다. 우리의 교육열은 그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못 하지 않다. 다만 이제까지는 그 열기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국가 정책이 흔들려온 게 문제였다. 윤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에 계속 주목하는 이유다. 

마침 대학 학과 ˑ 학부의 장벽을 허물고 학생들이 입학 후에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정말 오래간만에 학생 위주의 대학 교육이 정착되려는 모양이다. 

21세기 복잡다단한 한국의 현실에서 맹모삼천지교를 따라 하려는 학부모들이 없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26조 원에 달했다는 사교육비 문제,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까지 망설인다는 현실, 부동산가격 불균형, 청소년 일탈 문제 등 파생되는 각 분야의 부작용도 더불어 안정되기를 바란다. 

누구나가 한마디씩 할 수 있는 게 교육정책이라지만, 교육 개혁의 조기 정착을 위해 당분간 시비를 위한 시비는 자제됐으면 한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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